2014년 말미에 조경진흥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면서 몇 년 동안의 조경관련 법안 입법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지금은 하위 법안이 작성되어 장관 결재를 앞두고 있고 내년 1월 7일이면 공포할 예정이다. 최초의 조경 관련 법안이 생기면서 조경인들이 갖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조경관련법이 생겼다고 해서 조경업이 융성하고 발전을 약속하지는 않는다. 조경진흥법은 앞으로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해야하는데 그에 대한 책임은 조경인들에게 있다. 조경인들이 법과 제도권에서 자리를 확고히 차지하려면 법을 아끼고 사랑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그동안 조경은 국가 건설 산업의 확장과 발전에 힘입어 많은 성장을 해왔다. 매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은 적도 있고 조경 인력의 산실인 대학 교육도 비정상적으로 커져왔다. 조경산업은 건설경기의 호시절에 동승하여 외형 성장에만 몰두하고 건설 호경기의 단물을 빨아먹는 재미에 빠져서 헤매느라 조경의 책임과 의무를 지켜내는 데는 소홀했다. 그 결과 건설경기가 어려워지자 인근 업계인 건축, 토목, 환경, 산림 등의 분야에서 조경이 서야 할 자리를 하나 둘씩 차지해도 허술하게 뚫리고 말았다.

조경 호경기에 자기 밥그릇만 챙기느라 조경에 대한 평가와 가치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가 건축분야에 예속되는 평가를 받았다. 조경시설물인 선유도공원이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물에 선정되고 공원설계 프로젝트가 건축설계로 발주되는 것이 그 예가 된다. 도로공사나 건축공사 중에 발생된 법면의 식생피복을 토목분야에 놔둔 채 계속 밥벌이에만 치중하다 토공사에 부속되는 사태를 맞이한 것도 조경인의 책임이 크다. 산림조합이 조경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수주하여 조경전문업체에게 하도급을 주고 있는 현실도 조경계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경 영역의 많은 부분이 인접 분야의 세력 확장에 침탈 당할 때마다 조경인들은 결과에 대하여 분노하고 항의하며 잘못된 경우라고 외쳤다. 그러나 그것은 상처뿐인 외침이 되었다.

그런 과정을 겪다보니 조경법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조경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절대로 필요로 하는 것이므로 조경법을 만들자고 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해 줄 것이라는 환상으로 조경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현실은 냉정하게 외면당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조경진흥법이 탄생했다.

조경진흥법이 생기면 조경의 영역이 보장될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심각한 착각이다. 조경진흥법과 하위 법률이 생기더라도 현실과 마주하다보면 안 맞는 부분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변화하는 환경과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지속적으로 개정되어야 하는데 그렇치 못하면 조경진흥법은 오히려 조경에 장애가 된다.

조경진흥법이 조경의 발전에 따라 움직이려면 조경인의 단합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분야의 단체가 힘을 합하여 법과 제도를 고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지금 조경 단체는 힘이 없다. 그 이유는 각 단체가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조경 관련 학회는 몇 몇 특정인의 선호에 따라서 파벌을 형성하며 구성되고 있고 새로운 학회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상대방 학회에는 얼씬도 안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도 단합이 안 되고 자기 세력만 넓히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다고 특정 목적의 학회와 단체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뭉쳐야할 때는 뭉쳐야 할 것 아닌가. 지방의 조경단체가 구성되고 있지만 부산, 울산, 대구 경북 외에는 연계를 못하고 있다. 업계가 전국적인 조직 구성을 못하고 있으니 대응이 안 되고 있다. 이것이 조경계의 현실이다.

의료계에는 의사협회와 별개로 내과학회, 소아과학회, 피부과학회 등등 많은 학회가 있다. 각자의 전공별로 학회활동은 하지만 공통의 사안이 생기면 그들은 뭉쳐서 한목소리를 낸다.

미 구성된 지역의 단체 조직도 필요하고 산재된 학회의 구심점도 있어야하며 이를 위한 주관 단체가 필요해 보인다. 관련 단체가 모여서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 끝장 토론이라도 해서 단결된 모습을 만들어야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이것은 호경기를 누린 선배들이 해줘야 하는 책임과 의무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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