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이 도시를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면서 도시 안에서는 매일 조금씩, 혹은 하루아침에 통째로 사라져버리는 것, 남겨진 것이 있기 마련이다. 도시는 시시각각 변한다. 우리가 알던 도시는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그 사라짐의 양상은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의 징후로 나타난다. 하루에도 세계 곳곳에서 수만 장이 찍히는 사진에서 도시는 하나의 배경이 된다.

‘우리가 알던 도시-강홍구, 박진영 사진전’은 ‘도시’를 주제로 10년 이상 다루어 온 두 작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 전시는 도시의 사진 속에서도 재난과 재개발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다루는 사진에 집중한다. 예고치 않은 재난과 예고된 재개발로 사라짐의 현상과 그 잔재를 사진 이미지로 기록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전시는 이 두 작가의 시선을 통해서 도시를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1부~3부로 나눠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1부는 ‘방문’을 주제로 박진영 작가는 사건을 보며 일정한 거리와 시차를 두고 그 주변부를 탐색하듯 사진을 촬영한다. 방사능 유입으로 공포가 된 바다, 오후 두 시의 텅 빈 거리, 화재로 타버린 교실에 남겨진 물건 등의 사진을 통해 작가는 재난의 단면들을 보여준다.

2부는 ‘기억’을 주제로 박진영, 강홍구 두 작가가 함께 만들었다. 이 전시의 두 작가는 각각 재난과 재개발이라는 서로 다른 현상을 다루지만 현장에 남겨진 잔재에 공통된 초점을 맞춘다. 재난과 재개발의 잔재를 다루며 사진은 자연스럽게 도시를 기억하는 매체가 된다.

3부는 ‘배회’이다. 강홍구 작가는 재개발을 주제로 기록과 기억, 파편과 파노라마, 의도와 우연이라는 상반된 요소들 사이의 균형과 긴장 속에서 의미를 드러낸다. 무력하지만 무심할 수 없는, 그래서 언제나 현장 주변을 배회하는 예술가의 복잡한 심경이 여기에 반영된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제6전시실에서 10월 11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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