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에나 서식하는 민물고기인 피라니아가 강원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대한민국 환경당국을 긴장시킨 피라니아는 탐식성이고 잔인하기로 알려진 물고기다. 이 물고기는 남아메리카의 동부와 중부의 하천에 많이 살고 있는데 모든 종이 체고가 높고 배부분의 가장자리가 톱날 같으며, 크고 둔한 머리에는 가위로 자른 듯이 잘라낼 수 있는 3각형의 면도날 같은 이빨이 달린 튼튼한 턱이 있다. 피라니아는 무리를 지어 이동하며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이들은 피 냄새에 의해 유인되며 커다란 동물조차도 짧은 시간에 뼈만 남기고 먹어치우는 무서운 물고기다.(브리태니커)

인간의 입장에서 본 피라니아의 잔혹성 때문에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피라니아는 한 마리일 때보다 숫자가 많을수록 엄청난 위력을 발휘해서 자신의 덩치보다 수백 배에 달하는 소를 1분도 되지 않아 먹어치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상어처럼 피 냄새를 맡으면 흥분하여 한 마리가 인간이나 동물의 살점을 뜯어내면 피 냄새를 맡은 피라니아 무리가 순식간에 몰려들어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 이렇듯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소름 끼치는 피라니아가 강원도 횡성에서 잡힌 것이다.

몰지각한 누군가가 저수지에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피라니아 사건은 저수지 물을 다 빼고 나서 개체 수의 미발견으로 종식될지 모르지만 우리는 오래전부터 이미 민물고기의 재앙을 맞이하고 있다.

1969년 당시 수산청에서는 내수면 수산자원의 증식과 어민의 소득증대를 위해서 일본에서 블루길(Bluegill)을 수입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소양호와 청평호에 방류된 블루길은 각처에 방류되어 지금은 전국의 강, 호수, 저수지에 서식하고 있다. 물살이 느리고 물풀이 우거진 하천 호수 연못 등지에서 서식하는 블루길은 몸집이 커질수록 수서곤충과 물고기를 섭식하는데 징거미 같은 민물새우와 작은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

는 식성 때문에 토종물고기의 씨를 말리는 심각한 생태계 균형파괴 상태가 됐다. 심지어 팔당호의 모든 어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비슷한 시기에 들여온 배스도 같은 현상을 만들고 있다. 얼마 전 뉴스보도에서는 대청호에서 잡힌 배스의 주둥이를 열어보니 작은 토종 민물고기가 나와서 안타까움과 분노를 자아냈다. 1987년 모피를 얻어내기 위해 들여온 뉴트리아는 지금 낙동강 일대의 논밭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이 됐고 종교적인 방생행사에 동원된 붉은귀거북도 우리나라 생태계 교란의 주범으로 지목이 되어 지금은 수입이 금지되고 있는데 사후약방문격이다.

우리나라 토종물고기의 최상위 포식자인 가물치는 옛날부터 민간에서 피로 해소나 임산부의 산후 보양식으로 사랑받지만 미국에서는 생태계의 교란 종으로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법으로도 규제가 강하다. 언젠가 미국 내 한국계 슈퍼마켓에서 한국산 살아 있는 가물치 몇 마리를 수입했다가 수백만 불의 벌금을 물은 경우가 있다. 미국은 아시아인들이 들여온 가물치 퇴치를 위해서 한해 수천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피라니아를 기르는 것을 불법으로 해서 피라니아를 키우는 이들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인터넷에서 피라니아가 자유롭게 거래되고 있다.

가뭄으로 속살을 드러낸 소양호에는 블루길과 배스만이 가득하고 붉은귀거북과 뉴트리아 퇴치에 매년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현실이 됐다. 잘못된 동물수입정책이 환경재앙을 초래했고 느슨한 금지규정이 안이한 방생문화를 낳은 것이다.

이 가뭄에 횡성 마옥저수지 3000톤의 물을 한꺼번에 마셔버린 피라니아 소동은 끝났을지 몰라도 환경재앙은 계속되고 있다. 외래종 퇴치를 위한 환경정책의 강력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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