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숙 (사)한국조경사회 대구경북시도회 초대회장

대한민국 첫 조경이라는 이름을 단 회사를 설립한 남편의 아내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로 살아온 그가 갑작스럽게 조경회사 경영자로 변신한지 11년. 그리고 한달여전 지역을 대표하는 조경단체 수장으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지난 4월 23일. 대구경북지역을 대표하는 조경단체인 ‘(사)한국조경사회 대구경북시도회’가 창립총회를 갖고, 김은숙 강남조경 대표를 초대회장을 선출했다.  “살아야할 삶이기 때문에 살아온 것 뿐이다”고 말하는 김은숙 초대회장은 조경인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내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한국조경사회 3번째 지회로 창립한 대구경북시도회 초대회장인 김은숙 회장을 만나 시도회의 비전과 추진사업 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초대회장으로 선출됐다. 소감 한마디
한국조경사회 대구경북시도회 출범에 함께 한 조경인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조경인 모두에게 축하드린다. 초대회장은 축하받을 자리가 아니다. 회원 여러분이 함께 도와줘야 가능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조경인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구경북시도회를 소개하면?
대구경북시도회는 현재 90여 개 단체회원과 300여 명의 개인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조직은 총 11개 분과로 구성됐으며, 각 지역별 조경 관련 단체장을 부회장으로 참여시켜 대구경북지역에서 조경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정체성을 갖도록 했다. 구성원은 설계, 시공, 자재는 물론 공공기관 임직원까지 참여하고 있으며, 대학교수는 자문위원으로, 대구경북지역 7개 조경학과 학생들은 준회원 역할을 부여했다. 대구경북지역에는 총 500여 개의 조경업체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조경업체와 조경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임기내 역점사업은?
대구경북지역에서 조경인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성장하는데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공공부문, 설계, 시공, 자재 등 다양한 분야의 조경인이 화합하고 함께 뭉칠 수 있는 자리를 마련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조직 발전과 나아가 조경계가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경인 체육대회, 대구경북지역 현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내년에 시행되는 조경진흥법에 맞춰 지자체 조례 개정 및 제정에 조경계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현장 여건과 현실에 부합되는 조경설계지침서를 만들어 업무개선을 통해 조경분야 발전을 위해 노력하면서 조경인 권익보호에도 앞장서도록 하겠다.

대경시도회 창립 의미는?
1973년 영남대와 서울대에 우리나라 최초로 조경학과가 개설됐으며, 현재는 대구경북지역에 7개 대학에 조경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또한 1972년엔 조경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조경업체인 ‘대한조경’이 대구에 처음 설립되면서 대구경북지역은 우리나라 조경의 발원지이자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이런 역사성과 전통성을 바탕으로 대구경북지역 조경인이 하나로 뭉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지역의 조경 관련 단체 및 협의회가 하나로 결집해 지역을 대표하는 조경단체로 출범하면서 조경계 발전과 상생에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점도 큰 의미를 갖는다.

지역의 다른 조경단체와 관계정립은?
지역에는 한국조경수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지회를 비롯해 각 지역별 조경협의회 등 다양한 조경 관련 단체가 존재한다. 하지만 설계, 시공, 자재 등 다양한 조경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조직이 없었기에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조경사회 대구경북시도회 창립을 합의하면서 각 단체별 회장은 시도회 부회장으로 참여해 조경이라는 큰 틀에서 상생을 위한 동반협력관계를 갖고 추진하기로 했다.

대경지역 업계 현안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겠지만, 대구경북지역도 건설경기 침체로 조경업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대구경북지역은 보수적인 지역성향으로 새로운 기술 개발 및 업무개선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대형개발사업이 마무리 되면서 물량이 급감해 대구경북지역 조경업체도 어려움에 처해 있다.

조경의 위기 원인과 대책은?
어려운 질문이다. 조경면허 취득할 때 토지를 보유해야 하는 제도를 폐지한 이후부터 조경의 위기는 시작됐다. 이후 종합건설업체에서 조경면허를 내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순수하게 조경만 하는 조경업체만 어려움에 처하게 됐고, 하도급에 연연할 수 밖에 없는 현실로 추락했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이제 조경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영역 확보와 조경진흥법 제정을 계기로 조례 제정 혹은 개정을 통해 조경이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목소리가 강하면 일감도 늘어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지역 조경계는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없었다. 그래서 관에서도 제대로 일을 챙겨주지 않았으며, 우리 역시 우리 것을 찾아먹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시도회 창립을 계기로 조경인이 한 목소리를 내면서 조경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권리와 의무를 함께 해야한다. 의무를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 또한 조경인의 의무다.

초대회장을 고사했다고 들었다. 이유가 무엇인가?
대구경북지역 조경을 대표하는 단체 설립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발기인대회에서 회장으로 추대했을 때 ‘이건 아니다’며 고사했다. 이유는 개인적으로 조경학과를 전공하지 않은 조경인이기 때문이다. 조경인을 대표하는 단체인 만큼 조경을 전공한 사람이 회장을 해야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구경북지역에서 강남조경이 차지하는 인지도 및 역사적인 가치 등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수락을 권했고, 이 또한 내가 가야할 길이다라는 생각에 수락하게 됐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기업은 전문가가 대표가 되어야 한다. 지난 과거에는 비조경출신자도 대표가 될 수 있었다면 이제 전문화된 사회로 변하는 만큼 기업은 전문가가 경영하는 게 맞다고 본다. 강남조경 역시 규모는 비록 작지만 차기대표는 조경학과 출신 전문가가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강남조경의 역사에 대해 말해 달라.
1972년. 지금은 고인이 된 남편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조경이라는 이름을 단 조경회사인 ‘대한조경’을 설립했으며, 이후 1982년 강남조경을 다시 설립됐다. 강남조경 역사만 보면 33년이지만 대한조경까지 포함하면 43년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였다. 2004년 남편이 고인이 된 이후 강남조경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자녀들 제안과 남편이 그렇게 좋아했던 회사를 유지시키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강남조경을 경영하기 시작했다.

약사에서 조경업체 대표로 선택 후회하지 않나?
후회하지 않는다. 남편이 그렇게 좋아했던 일과 회사. 그것을 지키는 게 나의 사명이라 생각했다. 또한 조경은 살아있는 생물을 다루는 산업이며, 도시의 녹지를 확보해가는 우리 사회에 생명을 불어 넣는 사업이라는 생각에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있다. 20대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약사의 길을 선택하지 않고, 조경학과에 가서 전통조경을 공부하고 싶다. 물론 학생들에게도 조경학과를 추천하고 싶다. 선택은 그 들 몫이지만.

조경이 위기에 처해있다. 그럼에도 조경학과를 추천하는 이유는?
조경의 비전을 돈과 즐거움 중 어디에 둘 것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고 조경을 바라본다면 크게 못 미칠 것이다. 반면 자연을 사랑하고 생명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조경은 정말 매력적이다. 조경이라는 직업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냐가 중요하다.

대구경북 조경인에게 한마디 해달라
한국조경사회 대구경북시도회라는 배를 띄우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각자 일에 매진했다면, 이제는 함께 배를 타고 가야한다. 우리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조경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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