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아가든쇼 현장에서 정원해설을 진행하고 있는 홍연숙 씨

“신나는 가든쇼 해보자고 모임 이름을 ‘신가쇼’라고 만들었어요”

3일 오후 고양국제꽃박람회장 내 코리아가든쇼 현장에서 만난 홍연숙(57)씨는 가든쇼의 정원해설 자원봉사자 모임을 만들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현장에는 홍씨를 비롯해 10여 명의 정원해설사가 분주히 해설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코리아가든쇼 장에는 각 정원을 설명하는 해설사들을 배치했다. 이들은 전문적인 설명은 물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굽히고 자리에 앉아 정원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신가쇼’라는 이름이 보여주듯 현장에 있는 해설사들은 정원을 소중하게 아끼고 즐기는 이들이다. 정원과 관련 전문적인 교육 과정도 거쳤다. 일반적인 봉사활동 중 하나로 참여한 것이 아니라 식물을 사랑하고 그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와 봉사활동에 나선 것이다. 현장에서 정원해설사 봉사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홍연숙씨를 통해 정원해설사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어떻게 코리아가든쇼 정원해설사로서 봉사하게 됐나.
이곳에서 해설하는 사람들은 주로 서울시에서 운영한 시민정원사 과정을 수료한 사람들이다. 시민정원사 공부를 마친 사람들끼리 자주 모임을 하고 있다. 올해 초 문현주 소장(코리아가든쇼 운영위원장) 집에서 모인 적이 있는데 문 소장이 코리아가든쇼 운영위원장을 맡게 됐다고 하더라. 올해는 정원해설사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할 건데 후원하는 여러 단체에서 몇 명씩 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우리 시민정원사 모임에서 맡아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고양꽃박람회에서 진행되는 유명한 행사를 멋지게 해보자는 욕심이 났다. 부랴부랴 네이버 밴드(BAND·그룹형 SNS 중 하나)에 신나게 가든쇼 해설을 해보자는 뜻을 가지고 ‘신가쇼(신나는 가든쇼)’를 만들었다. 평소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멋진 봉사활동이 있으니 우리가 해보자’고 말했고 나흘이 안 돼 20명을 모았다. 3월 5일 밴드를 만들고 중순께 ‘우리가 이렇게 준비하고 있으니 정원 해설을 하도록 해달라’고 했다. 완전하게 준비해놓고 4월에 얘기하려고 했는데 중간에 다른 행사가 있어서 미리 의사를 전달했다. ‘이렇게까지 준비했느냐’고 오히려 놀라더라.

정원해설사들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가. 근무 방식은?
이번에 코리아가든쇼 정원해설에 참여하는 이는 총 25명이다. 대다수는 서울시에서 운영한 시민정원사 과정 1, 2기를 수료한 사람들인데 이들 중 대부분은 시청에서 현재 진행 중인 시민정원사 인턴 과정도 듣고 있다. 요즘 정원과 관련해서 비슷한 과정이 많이 생겼다. 서울시청에서만 조경아카데미, 힐링 원예지도자 등의 교육이 있고 서울숲에서는 도시정원사 과정이 있다. 거의 1년 이상 관련 분야에서 공부한 사람들이다. 매일 대략 10명이 현장에서 해설을 맡고 있다. 한 명이 두 개의 정원을 담당해 9시부터 6시까지 해설을 통해 관람객들 이해를 돕고 있다. 시민정원사 과정을 마친 뒤 강사를 하고 있거나 원예치료 등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서 다들 일정이 바쁘다. 근무표를 짜서 일정을 조정하면서 현장에 나오고 있다. 다른 봉사활동의 경우 막상 할 때쯤 돼서 ‘못한다’고 연락이 오기도 하고 차질이 생기는데 봉사를 많이 했던 분들이라 그런지 그런 얘기를 하는 법이 없다.

코리아가든쇼와 관련해서도 사전 교육을 진행했다고 들었다.
문현주 코리아가든쇼 운영위원장과 장현숙 한국조경신문 실장에게 작품의 콘셉트와 특징, 디자인 등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가든쇼에 대한 책자를 통해 스스로 공부도 했고. 집에서 꽃이나 나무 등 식물에 대해 찾아보기도 했다. 다른 이들은 공부를 많이 안 하는 줄 알고 ‘공부 좀 하라’고 한 적도 있는데 알고 보니 휴대전화에 메모지를 껴가면서 공부를 할 정도로 다들 열심히 하더라. 밴드에 ‘어떤 작품이 어떻다’ 등 꽃과 나무에 대해서 설명을 올리며 공유하고 공부했다. 돌아가면서 몇 개 정원을 해설해봐야 공부가 되지 않을까 해서 6개 정원을 해설하는 분도 있다.

코리아가든쇼 해설 준비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나?
사실 프로 작가들 시공 과정을 보기가 쉽지 않다. 교육 과정에서 작품마다 쓰는 재료나 심는 방법을 모두 볼 수 있던 것은 좋은 기회였다. 15개의 색다른 정원 콘셉트와 디자인, 계절에 맞는 초화류 등을 배웠다. 코리아가든쇼를 하면서 ‘우리가 좀 배우자, 업그레이드하자’는 목적이 있었다. 시공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서 굉장히 뜻깊은 공부가 됐고 작가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어서 좋았다. 작가들은 나무나 꽃도 일반적인 것보다는 특별한 것을 많이 쓰더라. 이순오 작가님은 흔하게 볼 수 없는 나무를 가든쇼를 위해 심기도 하시고. 굉장히 좋은 공부를 한 것 같다.

▲ ‘신가쇼’(신나는 가든쇼)에 참여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3일 오후 고양시꽃박람회장 내 코리아가든쇼 장 내 ‘거미줄에 걸린 이슬’ 정원에서 촬영한 사진. 

해설사들이 좋아하는 정원이 있나?
김현희 작가의 ‘거미줄에 걸린 이슬’ 같은 경우는 해설사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정원이다. 그곳은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참 좋다. 김현희 작가는 정원에 대해서도 굉장히 상세하게 알려줬다. 주로 솔체꽃이나 하늘매발톱 등을 심었고 전체적으로 연보랏빛과 하얀빛 식물을 많이 심어 앉으면 정말 편안하고 좋다. 지나가면서 보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는데 앉아서 보는 관람객들은 정말 편안하고 좋다고 말한다. 들어가서 보는 사람들은 다 좋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해설사들이 이 정원을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정말 기쁘다고 하더라.

해설하면서 뿌듯한 때는 언제인가?
밴드를 통해 글을 많이 올리고 공유하는데 해설사들 본인이 굉장히 뿌듯해 한다. 아는 지인들도 많이 오는데 해설을 하면 메시지로 ‘고마웠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정원 해설을 듣고 보니까 그냥 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보람을 느낀다고도 하더라. 어느 관람객은 해설사들 해설을 듣고 주변에 아는 사람들을 가든쇼에 보내 해설을 부탁하기도 했다. 또 어는 관람객은 ‘해설이 아주 좋았고 매우 기뻤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나도 굉장히 뿌듯하고 기뻤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 시민정원사 3기 수강생이 단체로 견학을 왔다. 서울 시청 박진영 주무관이 ‘선배들이 이렇게 멋지게 활동하고 있다’며 소개해 주는데 약간 쑥스럽긴 한데 괜히 뿌듯해지더라.

반대로 힘들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 같은 경우에는 암벽 등반을 많이 해서 돌아다니거나 서 있을 때 약간 아프긴 해도 힘들지는 않다. 하지만 처음 하는 해설사들은 오래 서 있기에 다리가 아프다는 얘기도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원이 편안하고 잘 감상할 수 있으면 좋은데 많은 인원이 오다 보니 통제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굉장히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무대에서 가수들 노래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편안하게 관람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은? 
개인적으로는 원예나 국화분재 등 여러 가지 교육을 받았는데 각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소통 역할을 하고 싶다. 다른 해설사들은 정원에 대해서 조금 더 공부하면서 디자인도 해보고 정원을 내보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이런 정원을 직접 출품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 땅은 있지만 정원을 아직 만들지 않은 지인들이 정원을 만드는 일도 돕고 싶다. 코리아가든쇼장 내에서 정원해설을 하는 분들이 지난해 조경아카데미를 통해서 나무 심기나 탄소 상쇄숲 행사, 중랑천 등에 꽃 심기 행사, 서울시청 광장에 나무 심기 봉사도 하는 등 굉장히 바쁘게 활동했다. 지난해 개인적으로는 기금을 후원 받아서 어린이 정원을 만들어주기도 있다. 페이스북 꽃 동호모임인 ‘송박사의 꽃담’에서 꽃담 기부정원도 만들었고. 정원 만들기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사람들도 많은데 지난해 굉장히 바빴지만 즐거웠다. 정원문화가 굉장히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거기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배우면서 열심히 할 예정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홍연숙 씨는 ‘정원은 설렘’이라는 말로 대화를 끝냈다. 그는 지난해 봄, 모종도 직접 사러 다니고 디자인도 해 서울숲에 아스타 꽃을 심은 경험을 들려줬다. 쭉쭉 올라와 자란 모습을 보면 그 모습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그에게 정원은 설렘이다.

17일 동안 코리아가든쇼에서 관람객과 작품과의 소통을 도운 정원해설사들은 이후에도 정원과 관련 다양한 행사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앞둔 것은 올해 처음 열릴 예정인 ‘서울정원박람회(가칭)’에서다. 서울시는 오는 10월 마포구 상암동 ‘평화의 공원’에서 정원박람회를 열 예정이다. ‘설렘’을 안고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동참할 시민정원사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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