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된 제품이 하자가 발생했으니 보수를 해달라는 요구에 따라 현장으로 가보니 우리제품을 그대로 카피한 제품이 설치되어 있었다.”라고 말하는 모 자재업체 관계자 말이 조경시설물 디자인의 현주소를 그대로 대변해 주고 있다.

조경시설물의 디자인권 침해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위 사례는 자재업체라면 한 번쯤 경험하게 된다고 말할 정도로 업계 전반에 퍼져있는 문제다. 업체에 따라서 소송을 벌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조경시설물 디자인 침해문제는 어느 누구만의 잘못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발주처, 설계사, 시공사, 자재업체 등 조경계를 이루고 있는 모든 주체와 관련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가 낙찰로 싼 제품을 찾아나서는 시공사, 설계에 반영된 디자인을 지역업체에게 저가로 주문하는 발주처 담당자와 현장감독, 디자인을 카피하는 자재업체까지 조경 관련 모든 분야에서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또한 디자인을 카피한 제품이 버젓이 조달청에 등록되는 조달제품 등록 문제도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이처럼 업계 전반에 걸쳐 있는 문제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시도조차 하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갑을관계 혹은 이해관계 때문에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려하거나, 혹시 모를 불이익에 속으로 감내해야 했던 게 현실이다. 정도가 심한 경우 해당업체가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법적으로 디자인권 침해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본지는 이런 조경시설물 디자인권 침해문제를 지적하고자 지난 1월 ‘디자인권 침해 사례 및 소송’ 관련 내용(333~335호)을 3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소송사건의 제보로 시작된 취재는 조경계 전반의 문제로 확대됐다. 당시 보도는 진행 중인 소송사건과 지난 소송사건 등 몇몇의 디자인 침해사례를 소개하면서 디자인침해의 심각성과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본지 보도 이후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은 지난 2월 열린 정기총회에서 특허권 침해 등 불공정거래행위 근절과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거래질서 확립의 내용을 담은 ‘조합원 윤리헌장(강령)을 제정해 조합사가 서명하도록 유도하는 등 디자인권 침해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정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달 14일 오후 2시 (사)한국조경사회(회장 황용득)가 디자인권 침해 문제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조경시설물 디자인 침해 및 MAS(다수공급자 계약) 세미나’를 서울시 대치동에 위치한 대우 푸르지오밸리에서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는 조경업계를 리딩하고 있는 조경사회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모색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토론회에는 변리사, 자재업계 관계자, 특허청 담당자 등이 ▲디자인권의 보호 필요성, 법적관리와 책임, 사례 ▲디자인권 침해 피해유형 및 업체 대응 현황 ▲디자인 등록에 대한 주무부처 견해 등을 주제로 발표한다.

토론회 역시 지자체 혹은 공공기관을 대표하는 발주처, 설계사, 건설사, 시공사, 자재사 등 각 협단체에서 추천하는 대표성을 띤 토론자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치게 된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에 대한 토론도 함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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