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 칼럼] 왜 정원인가?
[김부식 칼럼] 왜 정원인가?
  • 김부식
  • 승인 2015.04.30
  • 호수 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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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마술에 걸렸다.

10대 소녀도 아닌데 괜스레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운동도 안했는데 땀이 많아지고 잔소리가 많아지다가 별 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고 급기야는 혼자 울기까지 한다. 영문을 모르던 필자는 여자가 나이를 먹으면서 생기는 신체 변화의 한 과정인 갱년기 증상이라는 말에 수긍을 하면서도 난감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기만 했다. 아내는 세월이 약이라고 했지만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아내의 행동과 힘들어하는 모습에 그저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다.

그런 아내가 이번엔 암에 걸렸다.

갑자기 기운이 떨어지는 증상이 반복되어서 병원에 갔더니 갑상선 질환이라고 해 정밀 진단을 했다. 갑상선 질환을 잘 본다는 내과 전문의가 아내의 갑상선 사진을 보면서 아내에게 들으라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게 혼자 말로 “이건 암이야! 틀림없는 암이야!”라고 중얼거렸다는 것이다. 암에 걸렸다는 자체도 충격인데 의사라는 사람이 환자를 옆에 두고 남의 일처럼 무심히 내뱉는 말에 더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고개를 숙이고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눈물을 흘리는 아내에게 어떻게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뾰족한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말을 한 무개념 의사의 표현 방식에 화가 났다.

그 뒤에 갑상선암에 대한 과잉 진단 논란이 일었다. 아내에게도 과잉 진료가 됐는지 수술을 하지 않고 관리를 잘하면 된다는 다른 병원에서의 권고를 받았다. 공포와 불안, 초조 속에서 지낸 시간이 억울했지만 우리에겐 무개념 의사에게 저항할 수 있는 어떤 수단도 없었다.

그러던 아내가 요즘 생기를 찾았다. 조그만 정원을 가꾸면서 적당한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매우 행복해 하고 있다. 남편보다 정원이 훨씬 나은 셈이 됐다. 정원은 오랫동안 이렇게 인간에게 위로가 되며 친숙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정원의 역사는 4000여 년 전에도 찾아 볼 수 있다. 유럽에 역사적으로 유명한 정원은 대부분 왕이나 군주들의 소유였으며 대규모로 지어진 것들이며 귀족들과 수도원에서 행해진 빌라정원 등으로 이어지다가 19세기에 와서야 시민과 대중에게 정원 조성의 주도권이 옮겨졌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전철을 밟아왔지만 대중화가 되는 계기는 최근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와 권력이 있는 사람들 전유물이던 정원이 몇 년 사이에 붐을 타고 우리 삶 속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유행으로 생각하기에는 세속적인 면도 있지만 일상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정원 조성이 우리 생활의 활력소와 윤활제가 되며 환경과 삶의 질이 좋아지는 효과를 몸으로 느껴지므로 당분간은 지속될 것 같다.

‘정원문화 기반 구축을 위한 제도 및 활성화 방안을 위한 토론회’와 ‘우리시대의 정원을 보는 다양한 시각’ 심포지엄이 잇달아 열렸다. 정원에 대한 법률 제정에 이은 정부 정책이 따라야 하고 정원 문화진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원 산업이 활성화 돼서 산업으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되어야 하고 정원 전문가 육성도 따라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도시환경에서의 정원의 역할이 재조명 돼 정원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우리 생활에 일부로 정착된다면 정원은 치유와 힐링, 소통의 공간으로 조성돼서 국민 행복과 건강을 책임지는 역할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인간의 유토피아로서 정원이 으뜸이 되고 이를 문화화 한다면 최고의 복지국가가 된다.

왜 정원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김부식
김부식 kbs3942@latimes.kr 김부식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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