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민 대우건설 지역조경팀 대리

조경업무를 시작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조경신문에서 주최하는 뚜벅이 투어에 참여했다. 그동안 뚜벅이 투어라는 행사를 알고 있었지만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관심을 못 가졌던 것 같다. 사실 이번에 팀장님이 함께 데려가지 않았다면 스스로 지원했을지 모르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경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참석해 볼만한 좋은 행사라는 것이다.

3월 뚜벅이는 군산으로 향했다. 근대역사와 문화가 잘 간직된 도시라는 것 말고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처음 도착한 근대역사박물관부터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박물관은 해양물류역사관, 근대생활관 등 군산의 근대 생활모습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어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 교육장소로 훌륭해 보였다. 특히 지게, 인력거, 의복체험 등이 마련되어 있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박물관 관람을 더 흥미롭게 해줬다. 또한 기획전시실에는 야구(군산야구기획전) 관련 자료도 전시되어 있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박물관을 나와서 근대미술관, 옛 조선은행 등 근대역사문화거리를 둘러보며 일제 강점기 때 만들었던 건물들이 비교적 잘 보전되어 볼거리가 많았지만 한편으론 일본 침략의 잔재를 직접 느끼게 되어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투어하는 동안 가장 많이 마주쳤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현수막 글귀를 보니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포해양공원에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마친 뚜벅이들은 근대역사문화거리 답사를 계속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동국사 방문. 한눈에 봐도 일본식으로 지어진 대웅전이 경내 한중간에 크게 자리잡고 있었으나, 나는 그것보다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비석하나에 더 관심이 갔다. 그것에는 일본 조동종에서 직접 기록한 참사문(참회와 사죄의 글)이 있었는데 주된 내용은 침략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과 사죄를 비는 것이었다. 과거의 역사와 과오를 부정하는 그 나라의 현재 태도를 생각해봤을 때 참사문에 대한 진실성이 의심되지만 앞으로는 그 당시 조동종처럼 일본 내에서도 역사왜곡을 바로 잡으려는 움직임이 더 커져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또 다시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사실 근대 역사문화거리를 답사하는 내내 잘 보존되어있는 일본식 건물 및 흔적들에 대해 씁쓸한 마음이 계속 들어 그냥 이 잔재들을 다 없애버리면 안되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 역시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다. 우리가 할 일은 잘 보존된 흔적을 통해 역사를 올바로 알고 받아들이고 앞으로를 잘 준비하는 것이다. 오늘의 뚜벅이 투어의 취지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대역사문화거리 답사를 마치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조경수 농장 ‘특급조경기술센터’였다. 아마 조경식재 시공 관련 종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데 건설현장에서 조경담당으로 근무하는 나 역시 현재 시공 중인 현장에 가져갈만한 나무가 있는지부터 먼저 살펴보게 되었다. 소나무, 칠엽수 등 현장에서 주로 쓰이는 수종이 많았는데 얼마나 지극한 정성이 들어갔는지 나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담당이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에 따라 품질은 확연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농장을 빠져나온 우리는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이번 뚜벅이 투어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40여명이나 되는 여러 분야의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첫 뚜벅이 투어일 뿐이다. 이어지는 뚜벅이 행사에도 꼭 참여하여 못다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

박동민(대우건설 지역조경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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