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동예술촌 입주 작가들은 10일 현재 고무통이나 양철로 만든 화분에 아이비, 남천 등 초록색 관상식물과 알록달록한 봄꽃 50여 종을 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완성된 화분은 문신예술골목 벽면에 전시된다. <사진제공 김경년 마을만들기 활동가>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한 3·15 의거 55돌인 오는 15일 경남 창원시 옛 마산 창동에 315개의 꽃 화분이 조성된다.

마을만들기 활동가인 김경년(51, 여)씨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시민 1명이 1만 원씩을 내 화분을 구매하는 방법으로 315개의 꽃 화분을 조성, 창동예술촌에 있는 문신예술골목을 꽃 골목으로 만들자고 제안을 했다.

김 활동가는 SNS에 “1908년 경남 최초의 근대적 시민운동의 산실이었던 마산 민의소(민중의 의지를 모으는 곳)가 창동 64번지 옛 시민극장입니다. 올해 마산 3·15의거 55돌을 맞이하여 민의소의 장소성을 되새겨 보면서 1인 1 꽃 화분 315명의 시민참여를 통한 꽃 골목 조성을 위한 작은 실험을 하고자 하니 그 뜻에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고 올렸다.

그의 제안 이후 시민의 자발적인 동참이 잇따랐고 참여자 모집은 급속도로 진행됐다. 김 활동가가 SNS에 글을 올린 지 나흘 뒤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은 200명을 넘어섰고 일주일 만에 315명의 꽃 화분이 모두 마감됐다. 첫 번째 참여의사를 밝힌 사람은 최명 경남헌혈사랑봉사회 회장이다. 참가자들은 돌쟁이 아기부터 94살 최고령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됐다.

창동은 1960년 3월 15일 일어난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 운동 ‘3·15 의거’의 주 무대다. 이승만 정권이 장기 집권 유지를 위해 부정선거를 획책하자 마산시민과 학생들은 이에 항거하여 3월 15일 1차 의거를 일으켰다. (사)3·15의거 기념사업회는 3·15의거 당시 12명이 사망하고 250여 명이 경찰이 쏜 총에 맞거나 체포 구금돼 모진 고문을 당했다고 밝히고 있다.
  
2차 의거는 3월 15일 이후 행방불명된 김주열 마산상고 학생이 4월 11일 오른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처참한 모습의 주검으로 마산 중앙부두에서 떠오르자 일어났다. 격분한 시민들은 들고 일어섰고 시위의 불길은 전국으로 번져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고 4월 26일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리게 되었다.

황량한 골목에 대해 고민하던 중 아이디어 떠올려 
김경년 활동가는 창동예술촌 문신예술골목에 있는 창동사랑방을 운영하고 있다. 마산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하나로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작가들이 입주해 조성된 창동예술촌은 아고라 주변과 에꼴드창동을 이어가는 골목과 문신예술골목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김 활동가는 골목이 매우 밝고 사람들의 유입이 활발한 다른 골목과 달리 문신예술골목(시민극장 골목)은 입주 작가들 점포로만 구성돼 있고 평소 햇빛도 많이 들지 않아 황량한 모습으로 비쳐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봄 이 골목에 자리 잡은 뒤 ‘어떻게 하면 골목에 사람들이 즐겨 찾을 수 있을까’하며 늘 고민했다고 한다. 이후 김 활동가는 골목에 꽃을 장식해 놓기도 했다. 그러다 김 활동가는 55돌을 맞이하는 3·15의거 기념일이 다가오는 것을 떠올렸다. 그는 마산 3·15정신도 담고 315명 시민의 꽃 화분 참여를 해보자는 생각에 용기를 내 SNS로 퍼뜨리기 시작했다.

김 활동가와 창동예술촌 입주 작가들은 10일 현재 고무통이나 양철로 만든 화분에 아이비, 남천 등 초록색 관상식물과 알록달록한 봄꽃 50여 종을 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완성된 화분에는 참여자의 이름이 새겨질 예정이다. 화분은 문신예술골목 벽면에 전시된다.

꽃 골목 개소식은 3·15 의거 55돌 하루 전인 14일 오후 3시에 열린다. 개소식을 찾는 이들에게는 떡을 나눠 주는 행사도 진행되며 지역 예술인들의 소박한 공연도 준비돼 있다. 꽃 관리를 맡은 꽃 골목 운영위원회 담당자들에게 위촉장을 주는 행사도 진행된다.

▲ 창동예술촌 입주 작가들은 10일 현재 고무통이나 양철로 만든 화분에 아이비, 남천 등 초록색 관상식물과 알록달록한 봄꽃 50여 종을 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문신예술골목 벽면에 전시된 완성된 화분의 모습이다. <사진제공 김경년 마을만들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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