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민속촌의 장승

소나무골엔
소나무장승이
참나무골엔
참나무장승이
두 눈을 부릅뜨고
마을 어귀에 서 있다.

부릅뜬 두 눈이
마을 사람에겐
해죽이 소 웃음 짓고
악귀가 범접하면
호랑이 눈을 부라리며
호통을 치며 서 있다.

소나무장승 지나서
오리가면 오리나무
참나무장승 지나서
십리가면 시무나무
고향 가는 나그네의 이정표
고향 찾는 나그네의 나침판

소나무골엔
소나무천하대장군이
참나무골엔
참나무지하대장군이
두 눈을 부릅뜨고 
고향을 수호하는 익살꾼.

※ 마을 뒷동산 참나무 숲은 어머니의 포근한 품속 같고, 앞동산 소나무 숲은 아버지의 근엄한 기상 같은 고향의 형승림(形勝林)이다. 정초에는 마을마다 소나무나 참나무를 주제로 특성 있는 장승(長栍)을 조형하여 마을 어귀나 큰길가에 세워서 잡귀와 액운을 쫒아내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함은 물론 지역의 경계와 이정표 등의 기능을 겸비하는 육표이다. 이는 다른 민족들의 토테미즘과는 달리 우리의 장승은 나무의 원형을 손상하지 않고 형태, 선, 색채, 질감이 살아있는 독특한 익살스러운 미학을 함축하고 있기에 새해 향촌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뜻에서 구성하여 보았다.

서원우(한국조경사회 고문)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