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산골 봉평
거친 땅에서도
가뭄을 견디는 강인함은
억센 참싸리와 보리를 닮은 듯
산허리를 온통 뒤덮은
가산 이효석의
그 하얀 메밀꽃이 눈부시다

한낮엔
늦더위에 햇살이 따가운데
하얀 나비들 너울지듯 춤추고
노란 꿀벌들 밀월을 즐기면
산색시의 하얀 순정도 일렁이고

해질녘엔
붉은 메밀대궁 마디마디가
빨간 고추잠자리가 되어
타는 노을 속으로 사라지면
산색시의 순정이 서럽고

달뜨면
허생원의 물레방아는 도는데
산색시의 그 하얀 순정은
하얀 달빛에 젖어
하얀 싸락눈으로 덮인 듯
하얀 밤이 절절히 시려 오지만
이제 곧 여명이 걷히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선
대설원이 메밀꽃처럼 피어난다.

 

※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은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로 전해진다. 지금은 우리 땅에 토착하여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과거 일제의 강제노역으로 사할린에 끌려간 우리 선조들은 해방이 되었어도 귀환하지 못하고 소련의 강압으로 연해주에서 다시 우주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되어 질곡의 삶을 지탱하며 조국의 뿌리를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이에 해마다 열리는 봉평 메밀꽃 축제는 이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승화되어 메밀을 일명 ‘목맥(木麥)’ 즉 ‘나무보리’라 하기에 메밀의 우리 민족적 저력과 강인함을 연관시켜 구성하였다.

서원우(한국조경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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