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나라 솔마을에서
한여름의 힘들었던 농사일을 거의 끝낸
팔월의 신선 같은 농부의 영원한 그 등불

송기죽 송기떡으로 보릿고개를 넘고
여든여덟 고비를 거의 넘기고 나서야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넉넉지도 않고 부족함도 없는
한가위만 같던 흐뭇한 옛 가배의 그 달빛

뒷동산에서 큰누님은 솔잎 따고
나는 작은누님과 밤송이 따서
누님의 댕기 잡고 오던 누님들의 그 얼굴

어머님은 계수나무 잎처럼
큰누님은 보름달처럼
작은누님은 반달처럼
아버님은 주먹밥처럼
나는 조가비처럼
할아버지가 손가락도장 찍은 송편에
함박꽃 웃음을 실은 온 가족들의 그 모습

할머니는 시루에 솔잎 깔고 송편 얹고
큰형님이 소나무 장작으로 불 지피면
서울에서 작은형님이 도착할 즈음에
솔잎 향기 가득히 머금고 마중하던 그 등불.

※우리는 예로부터 완월민족(玩月民族)으로 음력 팔월 보름을 가장 큰 명절중 하나로 맞이하고 있다. 추석(秋夕)이란 말도 중추월석(仲秋月夕)의 줄인 말이라 하지만 이미 신라시대 부터 ‘가배(嘉俳)’라 하여 궁중에서 길쌈겨루기를 하며 즐긴 것에서 유래하여 ‘가위’라 부르다가 오늘에 ‘한가위’라는 순수 아름다운 우리말로 부르고 있다. 이제는 서구에서도 우리의 추석을 달빛축제(Moon Festival)라 부르며, 특히 과거 농경사회의 대가족제도하에서 한가위를 맞이하던 동심어린 감회를 더듬어 재조명하였다.

서원우(한국조경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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