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연수를 가거나 여행을 갈 경우에 동행인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왜 우리의 도시나 농가의 모습은 아름답지 않나요?”이다.

일단 필자는 질문자에게 “우리의 모습이 너무 익숙해서 그렇지 외국인들도 우리의 도시나 농촌 모습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왜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까 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많은 이유가 있었다. 외국의 경우 한 농가가 여러 개의 농사일을 한꺼번에 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 보였다. 옥수수, 포도 등 소수의 품종을 대량생산하는 방식으로 농가 구획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편이다. 그 자체가 수려한 경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의 ‘보성녹차밭’, ’제주 유채 꽃밭’ 등이 비슷한 경관사례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장소에 여러 가지를 재배하면서 많은 시설물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논농사 조금 떨어진 곳에 밭농사 짓고, 밭농사 옆에 비닐하우스 있고, 거기에 뒤따르는 장비들까지…. 그리고 대부분 이런 시설에 대한 장기적이고 경관적인 계획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경관디자인을 진행하다 보면 내 땅, 내 집에 내 맘대로 하겠다는데 당신들이 뭔데 참견하느냐는 식으로 반기를 드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자유’ 운운하며 진행자들을 난처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필자는 선생님들이 자유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곳에서도 내 땅이라 하더라도 경관적으로 방해가 되는 것들은 제재를 우리나라보다 훨씬 강하게 받는다고 말씀드린다. 그러면 조금은 물러나신다.

간단한 예를 들어 미국에서(주법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집 앞의 잔디 깎기를 소홀히 하면 벌금을 내야 하거나 주변 이웃들에게 신고를 당하기도 한다. 미국의 깔끔한 잔디 문화가 시민들의 자유의지와 성실한 생활문화 탓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즉 도시나 농촌 모두 경관을 아름답게 하는 데 있어,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과 시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관이 도시경쟁력이고 나아가 관광요소로서 경쟁력이 된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농촌관광마을은 1900여 개가 조성되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김은자 외, ‘찾아가고 싶은 아름다운 농촌만들기 매뉴얼', 농촌환경자원연구, 2013)

필자는 경관디자인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여기에서 다루고자 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관이 개선되어야 하는 시점에서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디자인적 시각에서 고민해 보고 싶은 것이다.

선진국이 우리나라에 비하여 무조건적으로 경관디자인을 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 그들이 조성하는 공간은 나름의 개성과 기준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름의 디자인을 통해 자기의 느낌과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개성적인 공간들이 모여 하나의 큰 경관을 조성하다 보니 개성이 엿보이는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본다.

오래전부터 정주민의 정체성이 느껴지는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요구는 늘 있어 왔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인해 많은 것이 폐허가 되고 없어진 상황에서 정주적 주제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런 고민은 디자이너나 행정가, 정주민 모두에게 고민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아주 작은 단서를 근거로 많은 정주적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커뮤니티 아트’라는 유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역과 정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유·무형의 소재들을 표현하는 것이다.

경관이란 단어를 영어로 찾아보면 Landscape이고 조경은 Landscaping 또는 Landscape architecture, 즉 조경은 경관을 조성해 가는 작업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조경은 나무, 꽃을 좀 더 전문적으로 다루는 일이라는 축소된 의식이 강한 거 같다.

꽃과 나무가 경관을 아름답게 하는 데 필요한 요소이기는 하나, 계획의 일부분이고 큰 틀에서 본다면 조경은 경관계획의 과정을 한 단어로 정의한 것이라고 본다. 경관이 공간을 큰 틀과 장기적인 안목에서 계획하고, 정주민의 과거, 현재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인 만큼 설계 요소별로 적절하게 배분되어야 한다고 본다.

외국의 잘 조성된 경관사례를 보면, 자연환경의 변화된 모습이 보이고 정주민 삶의 방식이 이해가 된다. 그들의 오랜 자연과 정주민간의 커뮤니티 행위가 ‘설득과 이해’라는 디자인의 공공적 목표를 이루어 주는 듯하다.

영국의 목가적 풍경으로 유명한 코츠워드지역이다. 영국의 생활모습이 남아있는 지역으로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이렇듯 경관이란 단지 아름다움보다는 그 지역의 모습과 역사가 느껴지는 곳이 꾸준히 관심받는 것을 알 수 있다.

 

 

 

 

 

 

 

 

 

 

 

 
붉은색 계통의 색상을 톤온톤기법으로 사용하였고, 꽃의 주조색이라 볼 수있는 적색,황색을 적절하게 대비하여 화사하게 표현하였다. 주변건물의 은은한색상과 대비되어 생동감있게 느껴진다.

 

 

 

 

 

 

 

 

 

 

 

 

보라색을 톤온톤기법으로 사용하여 건물색상과 더불어 은은하면서도 세련된 개성을 풍기고 있다. 적색을 담장에서 살짝만 올렸을 뿐 꽃의 주조색인 황색과 적색의 화려한 대비가 없어도 은은하게 잘 표현된 주인의 세련된 디자인의도가 느껴진다.

 

 

 

 

그린색 계열을 톤온톤기법으로 은은하게 표현하였으며, 다양한 잎사귀의 형태가 꽃이 적은 공간임에도 눈길을 머물게 한다.

 

 

▲ 잡초만 무성한 우리나라의 뚝방길과 달리 빨간색의 작은 꽃잎들이 시선을 잠시나마 더 머물게 한다.

 

 

 

 

 



파스텔톤의 은은한 지붕색상과 다양하지만 은은한 톤온톤, 톤인기법의 배색기법과 자연스러운 식재 높이가 평온한 전원풍경을 느끼게 해준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교외 주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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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밭을 배경으로 한 마을. 와인 생산리조 유명한 뤼데스하임 와이너리 경관

 

주미옥(가든 디자이너·아이비전솔루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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