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이 개장한지 벌써 30년이 됐다. 1984년 5월 1일에 개장한 이래 매년 600만 명 이상 방문하는 서울대공원은 동물원을 비롯해 식물원과 현대미술관, 산림욕장, 캠핑장 등 다양한 시설이 공존하고 있어서 어린이뿐 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이다. 몇 년 전에는 말레이 곰이 탈출하여 여러 날 동안 관악산 주위를 돌아다니며 놀라게 했고 최근에는 호랑이가 우리를 탈출하여 사육사를 해쳐서 가슴아픈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공원의 근래 입장객은 350~400만 명 정도에 그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른 공원이나 유원지가 많이 생긴 탓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서울대공원의 노후화다. 변화가 느린 서울대공원은 내장객도 줄고 동물의 서식 환경조성과 관리 시스템이 구태의연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공원 터는 1960년대 닉슨 미국 대통령의 ‘미군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아니며… 아시아 국가들은 방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닉슨 독트린으로 미군철수 위기감을 느낀 박정희 대통령이 비밀리에 ‘무기 개발 기지’를 만들려고 200만평의 땅을 매입한 곳이다. 그러나 이곳은 북한 미사일의 유효사거리 안에 들기도 하거니와 전두환 정권 때 미국의 압력을 받으면서 흐지부지 되다가 북한 평양동물원의 규모를 넘어서는 서울대공원으로 탄생됐다.

그러나 건설기술과 동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1970년대에 지어진 동물원은 규모에 비해 관리와 관람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동물의 행태를 고려하지 않은 철창식 전시가 전부여서 관람객이 줄어드는 현상이 누적되어 왔다. 2002년에 생태동물원 기본계획안이 수립됐는데 최근 동물원의 세계적 추세는 자연생태 서식지를 조성하여 그 속에서 동물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동물 복지가 우선이며 주요 동식물의 종 보존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서울대 김성균 교수 서울신문 기고 참조) 그러나 이 계획안은 빛을 못보고 사장되고 말았다.

또한 2010년 서울시는 서울대공원의 노후시설 정비와 현대화 필요성으로 여러 차례 재조성을 위한 논의 및 발전 방안을 모색하다가 ‘1200만 관광객 유치를 견인할 국제적 관광명소’ ‘동물원·테마파크·친환경 웰빙공간이 어우러진 미래형 신개념 복합공간으로 재조성’ ‘세계적인 브랜드공원으로 도약’한다는 취지로 국제설계 현상공모를 실시했다. 당선작인 AECOM+Thinkwell Group+(주)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주)그룹한어소시에이트 팀에게 6억5천만 원을 비롯해 총 15억 의 상금이 지출되고 총 경비가 약 20억 원이 사용됐다. 미국, 일본 등 외국 5개국을 비롯해 21개 작품이 참가하여 서울대공원을 세계적 브랜드의 공원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 목표였고 당선작은 동물원과 테마파크의 경계를 없애고, 기존의 나누어진 동물원과 식물원, 테마파크를 조화롭게 통합하는 One Park 개념으로 동식물과 인간이 공생하는 공간을 창조한다는 개념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결과는 서울시 예산 20억 원만 허공에 날려버린 셈이 됐다.

이달 초에 서울대공원으로 편입된 위락시설지구(서울랜드)의 운영사업자 선정 입찰공고가 났다. 이곳도 지난 26년 동안 운영한 사업자가 초기 400억 원 외에는 투자를 못해서 시설이 낡고 인기 없는 공원으로 전락된 곳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강국과 한류열풍의 대한민국에 부끄러운 국내 최대규모 서울대공원의 자화상이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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