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병(아썸 대표·생태학박사)

2014 대한민국 조경박람회가 지난 5월 8일부터 11일 COEX에서 열렸다.2008년도부터 공식적으로 “조경박람회”라는 독립된 전시회를 시작했으니 금년이 7회째인 셈이다. 그 이전에는 1986년에 처음 생긴 건축, 건설 기자재 전시회인 “경향하우징페어”의 한 귀퉁이에서 몇몇 조경자재회사들이 소규모로 함께 참가했었다. 그 후 “국제건설기자재전”과 “공공시설박람회”등이 새로 생겨서 주로 건축자재전시회의 한 섹션으로 분산 참여하였다. 2005년에 경향하우징페어가 KINTEX로 장소를 옮기고, “하우징브랜드페어”가 신설되어 COEX에서 계속 건축, 건설기자재전을 하게 되었다. 조경자재업체들은 각자의 판단에 따라 양쪽 전시회에 모두 참여하거나, 한 쪽을 선택하여 참여하였다.

2008년에 “하우징브랜드페어”의 주최사인 리드엑스포사와 조경사회가 협의를 거쳐 “대한민국 조경박람회”를 신설하게 되었다. 비로소 조경자재를 전문적으로 전시하는 우리의 박람회가 생긴 것이다. 2013년까지 6년 동안 잘 이어져 오다가 금년 봄에 어찌된 영문인지 조경사회에서 조경박람회와 결별을 선언하고 독자적인 “조경문화박람회”를 5월 9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시청광장에서 개최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시청광장에 추모광장을 만들게 되어 조경문화박람회는 11월 6일부터 9일까지로 연기하기로 하였다.

필자는 조경, 생태 자재를 생산하는 회사로 20여 년간 위에 열거한 여러 박람회에 참여하였고, 2008년부터 3년간 “한국환경조경자재산업협회”의 회장을 역임하게 되어, 이해당사자의 입장에서 누구보다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무릇 해당산업분야의 최고의 축제는 “박람회”이다. 국내와 해외의 바이어들에게 신제품과 신기술을 선보이는 산업박람회는 산업사회의 꽃이라 볼 수 있다. 기업은 자사의 제품과 기술을 세상에 알리고,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과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는 소중한 장소이다. 성공적인 박람회는 기업의 성장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되고, 기업의 성장은 해당 분야의 산업발전의 초석이 된다. 그래서 자동차 산업분야의 “Motor Show”나 전자분야의 “IT Show"는 세계 굴지의 대기업들이 매년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으며 기업의 사활을 걸고 혼신의 힘을 다해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 되는 것이다.

산업사회에서 박람회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세계 최초의 만국박람회는
(The Great Exhibition of Industry of All Nations)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 런던의 수정궁에서 지금부터 163년 전인 1851년 개최되었다. 영국이 대성공을 거두자, 런던과 경쟁하던 파리는 이에 뒤질세라 1855년과 1876년 연달아 파리 만국박람회를 개최하였다. 그 후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기념한 1889년 박람회에서 드디어 에펠탑을 세상에 선보이며 기염을 토하였다. 미국에서는 1893년 시카고에서 만국박람회가 처음 열렸는데 신흥공업국이었던 미국인들의 관심은 누구보다 높았다. 6개월의 개최기간 동안 3000만명의 관람객이 시카고를 찾았다고 한다. 당시 미국 전체 인구가 6300만이었던 사실을 상기하면 대단한 열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1993년 “대전엑스포”가 최초의 국제박람회로 기록된다. 6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시대의 정점에서 비로소 만국산업박람회를 개최하여 세계에 후진국을 벗어났음을 알린 셈이다.

이렇듯 박람회는 국가산업발전의 모태가 되기도 하고, 해당 산업분야의 성장과 발전에 매우 중요한 구심점이 되기도 한다. 초창기 만국박람회는 국가의 위신과 관련되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었으나, 오늘날 국제적 시장경제 자본주의 시대에는 해당산업분야의 기업들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전시회를 곳곳에서 거의 상시적으로 열고 있다. 이렇게 박람회가 갖은 본질적 성격을 짚어본다면 우리의 “조경박람회”는 현재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박람회의 실질적 주체인 생산자, 즉 제조업체가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자들의 모임인 조경사회에서 주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초창기에 자재업체들의 힘이 미약하여 스스로 박람회를 준비하여 개최하지 못한 현실도 있으나, 조경분야에서 설계기술자들이 갖는 우월적 지위로 인한 자재생산 업체에 대한 갑을관계의 인식이 내재되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둘째, 조경 산업 전반에 닥쳐온 건설 산업 하향세의 영향이다. 처음 조경박람회를 시작한 7년 전보다 시장규모가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 현실은, 자재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많은 중견 제조사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따라서 수익대비 지출규모를 조여야 하는 현실에서 두 개의 조경박람회로 나누어지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자재생산업체들이 주관했다면 결코 두 개의 박람회로 찢어지는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둘 다 어려워 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셋째, 그동안 해외시장으로의 확장 노력을 하지 않았다. 국내시장만을 겨냥한 박람회는 결코 성장할 수가 없다. 즉시적 소비재인 식음료나 술, 또는 내국인 서비스가 대상인 결혼 박람회 등을 제외한 산업시설재나 건축기자재류는 반드시 국제박람회로 처음부터 방향을 잡는 것이 옳다. 그동안 우리는 그저 내국인 조경잔치에 그치는 수준에서 10여년을 보내왔다. 원천기술과 혁신적 신제품을 개발하는 제조업체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해외시장개척을 시도하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협소한 국내시장만으로는 이미 설립된 생산시설을 풀가동할 수 없다는 점에 제조업체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필자가 자재협회 회장시절 이러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조경사회 회장단에 진정성을 가지고 3년여 동안 대화를 시도하였으나 성과를 얻지 못하였다.
박람회가 분리된 후 금년 5월에 개최한 조경박람회를 돌아본 심정은 우울했다. 정통조경자재는 예년의 절반이하로 줄고, 원예, 레저, 귀농산업, 목재, 일반생필품에 가까운 상품들이 조경자재업체들이 채우지 못한 부스를 차지하고 있었다. 조경사회가 손을 뗀 박람회에서 리드엑스포가 생존하려면 달리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현재 상태로 간다면 본래의 조경박람회 성격과 취지는 앞으로 해가 갈수록 희석되고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끝으로 박람회를 아끼는 조경인의 한사람으로써 간곡히 다음과 같은 충언을 정중히 드립니다. 조경자재생산유통업자들은 마음을 열고 현실을 직시하십시오. 각각의 협회와 조합들은 합심하여 조경박람회를 존속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기 바랍니다. 조경사회는 사업적 실익과 직결되지 않는 조경문화박람회에 자재업체들의 참여를 권유함으로써 지워지는 업체들의 이중고를 헤아려 주기 바랍니다. 아직 조경시장 자체규모가 충분치 못한 시대에 그동안 비교적 화려한 축제를 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조경인 모두가 냉철한 현실분석으로 우리분야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상생의 길을 찾아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작지만 알찬 국제박람회로 새 출발 해야 합니다.그래도 규모가 채워지지 않을 때는 인접분야인 정원, 생태, 환경, 원예, 화훼, 산림 등의 분야와 연계해야 할 것입니다. 조경 단독으로 국제 박람회를 키워가기엔 쉽지 않겠지만, 일본의 조원박람회, 중국의 원림박람회, 유럽의 GAFA 등과 유대하여 세계시장으로의 확실한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해야 합니다.

 

▲ 리드엑스포가 단독 주최한 '2014 대한민국 조경박람회'가 지난 5월 코엑스에서 개최했다.

권오병 집필위원(아썸 대표·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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