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경신문은 창간 6주년을 맞아 조경계 수장인 김한배 (사)한국조경학회장을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해 들었다. 김 회장은 무엇보다 최근 후임 회장으로 선출된 김성균 교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정원법 관련해서 갈등을 빚고 있는 산림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질적인 집단’이라고 선을 그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추진사업에 대한 성과는 어떠했나?
우리 조경계에는 그동안 영역 침탈사례가 빈번히 발생했었다. 그래서 조경영역에 대한 명시적 구분이 필요해 작년 ‘조경헌장’을 제정해 반포했다. 비록 법제적 효과는 없을지라도 영역침식의 기도에 방어할 수 있는 중요한 논리로 작용할 수 있을것으로 본다. 이제 임기를 9개월여 남긴 시점에서 조경학회에서는 최근 두 개의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정원학연구센터와 조경정책연구센터가 그것이다. 범국가적으로 정원이 주목되고 있기에 정책을 주도하기 위해서 정원문화 대중화와 정원이론 구축 등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정원학연구센터’를 출범시켰다. 또 다른 ‘조경정책연구센터’를 신설한 계기는 그동안 정책대응에서 벗어나 법 체계간의 우선순위, 상호작용, 장기적인 효과, 어떤 체계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측면에서 종전의 ‘~위원회’가 한시적인 조직이라면 ‘~센터’는 보다 항속적인 형태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정원학연구센터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조경진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고, 조경정책연구센터는 대구대 조경학과 장병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정책모니터링이 잘 작동하고 있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렇다. 법제적인 부분만큼은 환경조경발전재단 사무국 시스템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실무경험이 많고 행정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조경기술사 출신의 사무국장이 역할을 맡아서 충분히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과거에는 사후에 대응하기 급급했지만, 각종 법안에 대한 모니터링을 상시적으로 함으로써 이제는사전에 대비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고 본다. 또 한 가지는 국토교통부 녹색도시과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공감대를 넓히면서 공동 대응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발전재단 구성 단체들과도 더욱 체계적인 협조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취임 때 ‘통합과 확장’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셨는데, 지금은 어떤가?
확장은 둘째 치고 외부에서 공격상황이 반복되는 시점에서는 ‘내부통합’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환경조경발전재단 공동이사장제를 도입해서 학계와 업계의 공조체제를 유지하게 됐고 성과를 냈다고 본다. 한국조경사회와는 기존에 중복된 성격의 행사들을 통합해서 작년에는 학생부문과 기성작가부문을 하나로 묶은 환경조경대전을 공동으로 치른 일이 있다. 다른 한 축인 ‘외부통합’과 관련해서는 갈등 단체간 대화 채널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 자연환경복원업을 놓고 이견을 보여온 환경복원기술학회와 한국조경학회간 협의체를 구성해서 구조적으로 고착상태에 있는 문제들을 상생 차원의 관계로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산림청과 조경단체도 정책 및 업무 협의체를 구성함으로써 합의를 통해서 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우리나라 조경 교육은 어디로 가야하나?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교육과 연구분야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제일 큰 것은 사회구조가 자치(공동체)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교육은 20C 사회제도를 기반으로 맞춰진 교육과정 및 교육내용으로 본다면, 이제 21C에는 사회 참여가 부각되며 전문가 역할은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대신에 지식이 공유되고 있다. 시민과 함께하는 사업을 통한 자율적 참여가 중심이 되고 있다. 이러한 욕구를 반영해야 할 것이고 도시환경 또한 개발 중심에서 관리의 단계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그동안 자연과학이나 디자인 중심의 역할을 수행해왔다면 이제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중심으로 시민운동과 조경가의 역할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대학교육은 특성화학과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태다. 이미 학부제 시행에 따른 문제가 크지만 정부는 더욱 학부제를 유도함으로써 인접 학과들과 짝짓기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파트너 학과와 상생가능한지 신중히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고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조경학회를 통한 토론이 시급한 현안이다. 이미 조경학과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상태이다. 따라서 조경산업이 진흥돼야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경의 수요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상상력, 조경의 유형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전 국토의 공원화’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쌈지공원 만들기’ 등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속 만들어가야 한다.

환경조경발전재단 공동이사장제에 대한 평가는?
나는 전임 회장 시절에 조경학회 수석부회장을 맡아 1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쳤다. 그때 곁에서 보니까 학회장이 재단 이사장을 겸직하기가 버거울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사실상 재단 일이 더 많았던 것이다. 따라서 이용훈 대표를 모셔와 공동이사장제로 운영하게 됐다. 향후에는 대비책이 마련된다면 조경계 원로를 공동이사장으로 모시고 운영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이원적인 구조를 가져야 하는 이유는 학회장이 재단 일을 겸직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도적인 대응과정에서는 발전재단이 최고 의결기구로써 기능하고 있다. 또한 조경계에서 대표성을 갖고 국가기관 등을 상대하려면 조경학회장 자격이 더 유리한 측면도 있다.

조경분야 법제적 움직임은 어떤가?
일단은 조경산업진흥법 제정이 중요하다. 그리고 국가도시공원법, 녹색인프라법 등이 선후관계 및 상호보완성을 갖고 함께 추진돼야 한다. 과거 ‘기본법’으로써 조경기본법을 추진할 때는 이미 장벽을 친 인접 분야들과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주변 분야에서 현실적으로 반대하고 방해하는 일들이 많았던 것이다. 따라서 반대의 여지가 적고 무난한 범위의 ‘조경산업진흥법’으로 추진하게 된 것이다. 작년 4월 발의돼 그동안 폭넓게 협의를 하고 있고 국토교통부 장관도 의욕을 보이고 계신다. 이달 말에는 법안을 발의했던 이노근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다.

만약 조경산업진흥법이 제정된다면 어떤 변화가 있나?
법 하나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단번에 좋아지고 없던 수요가 몇 배로 늘어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법이 있음으로 해서 외부 분야에서 조경영역 침범을 막을 수 있는 법적근거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조경분야 발전을 위해서 국가가 지원할 명분이 생기게 되며 전략적으로 ‘조경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해서 보호 육성하게 된다. 그리고 ‘조경산업지원센터’라는 연구소에 준하는 기관이 신설돼 조경계 발전을 추동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본다.

최근 ‘정원법’ 관련해서 산림청과의 갈등 해법은?
대체로 산림청은 공격을 하고 우리 조경계는 방어하는 모양새로 이어져왔다. 우리나라에서 산림청의 산림보호 및 녹색국가로 이바지한 공적에 대해서 치하한다. 산림 자체의 질적인 관리와 활용에 대해서 아직도 할 일이 많은데도 왜 이렇게 자꾸 조경 쪽에서 해왔던 영역, 도시 내 이용녹지 분야로 확장함으로써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지 아쉬울 뿐이다. 영역이 지켜지면 평화롭게 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번 정원관련 사항은 영역간의 공존하기 위한 정의에서 벗어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최근에는 “조경을 위해서 기회를 줄 수 있는 법이니 상생하자”고 제안하고 있으나 어불성설이다. 산림청은 우리와 이질적인 집단이다. 우리 고유영역을 가져가 사업으로 행정하면서 우리 것을 내주고 떼어먹는 것이기 때문에 조경 일자리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조경에 관심이 많으면 아예 산림청의 이름을 바꾸고 조직 내에 조경관련 부서 신설하면서 ‘우호적인 집단’이라는 걸 확인시켜줘야 협조할 수 있을 것이다.

산림청은 조경분야가 정원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데?
현재 발의된 법안에는 그런 내용이 들어가 있지는 않다. 우리가 기대하고 원하는 수준에 올 때까지 그리고 ‘동질적 집단’이라 느껴질 때까지 우리는 강경하게 갈 수 밖에 없다.

그럼 국토부와의 관계는 어떤가?
반면에 국토교통부는 여러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개발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고 회색인프라 시대는 하향곡선을 그으면서 자연친화적인 국토행정이 국토부가 가야 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조경을 보는 시각이 좀더 많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생활형공원 사업을 시작했는데 국가가 지방의 공원행정에 개입하고 지원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도시공원법’ 개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국토부를 향해 지속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조경전담부서 만들어 달라, 조경산업진흥법 제정해 달라, 전문가를 고위직으로 임용해 달라 등의 내용을 건의했는데 장관께서도 공감했다.

창간 6주년 한국조경신문에 당부 말씀은?
한국조경신문은 기관지가 아니다. 독립된 편집방향을 갖는 것은 중요하며, 조경계를 대표한다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짊어져야 할 부분이 공공성일 것이다. 조경계 내부에도 여러 의견이 있지만 그것들을 좀더 보편적인 가치와 방향에 따라 조정하고 통합하는 것도 한국조경신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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