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 칼럼] 우리도 82세가 될 텐데
[김부식 칼럼] 우리도 82세가 될 텐데
  • 발행인 김부식
  • 승인 2014.03.27
  • 호수 2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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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호텔신라의 홍보팀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이부진 사장이 통 큰 온정을 베풀었다는 미담 자료가 배포됐다. 82세의 모범택시 기사가 서울 중구 신라호텔 출입구 회전문을 들이 받는 사고를 내서 회전문이 완파되고 직원 투숙객 4명이 다치는 사고를 냈다. 호텔 측 피해액은 5억 원이고 택시기사의 책임보험 보상액은 5000만 원으로 4억5000만 원을 개인 변제를 해야 하는데 이부진 사장이 “배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전해주고 필요하면 치료비도 부담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 일 때문에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가 만들어 졌다.
첫 번째 이슈는 모든 언론사의 보도 태도다. 보도자료에 있는 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이라며 약자의 어려움을 헤아릴 줄 아는 따듯한 마음의 경영자라고 칭송을 했다. 최근 삼성가의 부정적인 부분을 감싸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 보도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82세 택시기사의 일이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그러나 신라호텔의 가장 큰 주식을 가지고 있는 곳은 국민의 자산인 ‘국민연금공단’이고 이부진 사장은 1주의 주식도 없는데 회사 돈으로 선심 쓰고 인심 얻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에 대하여 별 말이 없다.

둘째, 82세의 고령자가 대중교통인 택시운전기사로 적당한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생활 편의 혹은 생업을 위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핸들을 잡는 분들이 적지가 않다. 필자도 간혹 택시에서 고령인 기사를 만나면 답답할 때가 있었다. 급하게 가려고 택시를 탔다가 다른 차에게 너무 양보를 하고 모든 신호에 걸리는 바람에 발을 구른 적이 있다. 아무래도 인지능력이 젊은 사람에게 뒤지고 운전사고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천천히 가는 것은 이해는 하지만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일본의 경우 고령 운전자의 사고가 늘자 70세 이상의 운전자는 지능검사 등을 의무적으로 받고 뉴질랜드는 80세가 되면 운전면허가 자동 말소가 되고 2년마다 시험을 통과해야 갱신이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자동차 홍수 속에서 고령자의 운전 권리와 국민의 안전이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양상인데 우리도 적절한 규정이 필요해 보인다.

셋째, 82세 택시기사의 생활과 복지제도다. 그 분은 다가구주택 반 지하에서 병든 아내의 치료비 때문에 운전대를 놓을 수가 없는 상태다. 100만 원 남짓 버는 수입에서 월세 45만 원과 생활비 병원비를 감당하는 입장이므로 계속 일을 해야 하는 딱한 사정을 호텔신라 측에서 알게 돼서 면책시켜준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병든 부인이 이상한 복지제도 때문에 아직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뇌혈관 질환은 4대 중증질환에 해당돼서 건보진료비의 5%만 내면 되는데 문제는 수술을 하지 않으면 해당이 안 된다고 한다. 뇌경색으로 거의 식물인간인 부인이 수술을 안했다는 이유로 혜택을 못 받고 330만원을 치료비를 냈다. 뇌질환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있어도 수술을 안 하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상한 제도에 묶여있는 것이다.

누구나 82세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길어지는 수명이 고통이나 재앙이 되지 않도록 국가 제도와 혜택이 골고루 펼쳐져야 할 것이다. 또한 그 재원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서 세금을 잘 내는 보통 국민이 황제노역 같은 허탈한 장면은 제발 안 봤으면 좋겠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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