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간자본 참여를 포함한 ‘도시공원조성기금’ 설치 근거를 담은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2020년까지 조성되지 않으면 공원용지 지정에서 해제되는 장기미집행 공원에 민간기금이나 각종 출연금을 만들어서라도 조성을 늘리겠다는 정부 의지의 표현이다.

공원부지로 지정해놓은 도시계획시설로써 2012년말 전국 평균 미집행공원은 60%에 달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정부 대부분은 스스로 공원을 조성할 능력은 부족하고 중앙정부는 의지도 없는데다 도시공원을 지방사무로 위임하여 이를 지원할 근거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도시공원조성기금은 궁여지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시공원법의 가장 큰 함정은 도시공원을 지방사무로 위임한 것에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2017년까지 국비 2500억원을 들여 전국 1000개소에 생활공원을 조성하겠다고 추진했다. 그러나, 올해 예산배정과정에서 도시공원은 지방사무이기 때문에 국가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 당했다.

이렇게 함정이 된 도시공원을 지방사무로 넘기게 된 배경을 따져본다면 국토부의 무책임함과 철학부재가 더욱 드러난다. 정치인들이 표심 공략과 생색내기를 위해 수많은 민원을 퍼부어왔던 ‘우리 지역 도시공원 조성 청탁’을 덜어내고자 했던 꼼수였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자립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낮다.

이제는 국토교통부가 해주고 싶다고 한들 법령의 권한 밖에 있는 것이다. 현행법 체계상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방사무로 내려 보냈던 것을 다시 국가사무로 올려야 하는데 기획재정부는 물론 안전행정부와 지방분권위원회 등과 조율을 거쳐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따른 과정의 복잡성은 둘째 치고 전례가 흔치 않아 쉽게 풀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번 ‘도시공원조성기금’ 추진 이면에는 중앙정부가 제 역할을 하기 힘든 여건에서 이를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도시공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완주 의원도 제안 이유에서 “미집행부지 중 75%가 사유지이며 지자체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원활한 조성을 위해 도시공원조성기금을 설치함으로써 미집행 도시공원을 조속히 집행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국가와 지방정부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시장에 개방해서라도 해결하겠다는 의미이기에 기대에 앞서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최근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던 생활공원 사업을 올해 국토부 자체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하겠다고 밝혔다. 모처럼 보인 관심과 의지가 반갑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한 가지가 있다. 일부 조경계에서는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정원법 반대논리를 펼치는 과정에서 정원정책을 산림청이 아닌 국토부의 도시공원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법리상 정원을 또 다른 공원의 하나로 전락시키는 것에 해당하며, 위와 같은 도시공원법의 함정에 스스로 빠져들겠다는 선언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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