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의 정체성 반영되는 표준품셈 필요

2013년 조경공사 표준품셈이 대대적으로 개정된 이후 올해에는 유지관리 부분이 소폭 개정됐다. 표준품셈을 관리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에서 중장기계획하에 표준품셈 개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개정된 표준품셈에 대해 조경업체에서 불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품셈 개정으로 품이 많이 깎인것도 그렇지만, 구조적으로 발주처에 의해 품이 더 깎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불만의 소리가 크다.

예를 들면 잔디깎기는 배부식과 핸드가이드식으로 구분지었으며, 핸드가이드식 품이 배부식 보다 4배 이상 낮게 책정됐다.

문제는 핸드가이드식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지가 축구장, 골프장, 야구장 같이 지장물이 없는 곳에 국한되어야 하는데 품셈에는 이런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발주처 혹은 설계사에서 알아서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발주처는 예산절감이라는 기본적인 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잔디깎기 품을 적용할 때 대상지에 대한 고려보다 품이 저렴한 방식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안할 수 없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가로수전정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의 가로수전정 품은 낙엽수를 기본으로 하면서 각주를 통해 상록수는 30% 가산하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번에 개정된 품셈에는 품이 깎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낙엽수로 기준한다는 근거만 있을뿐 상록수에 관련된 내용은 삭제됐다.

다시말해 발주처나 설계사가 특별히 신경을 써서 가로수 수종을 고려해 품을 적용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상록수에 대한 추가계상 없이 낙엽수로 적용될 가능성이 커쳤다. 

이에 대해 품셈을 담당하는 건기연 담당자는 “품셈에 상세한 내용을 넣는건 불가능하며, 품셈 개정자체가 통폐합을 통한 슬림화 그리고 현실화에 맞춰져 있다. 구체적이고 세세한 내용은 발주처나 설계사에서 알아서 반영해야 한다”며 발주처와 설계사의 일로 떠넘기는 분위기다.

대폭 개정된 2013 표준품셈
조경공사 표준품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1962년 ‘떼뜨기, 떼붙임’으로 시작한 조경공사 표준품셈은 1991년 대대적으로 개정됐다. 이후 인력품 중심에서 기계품이 추가되는 등 부분적인 개정이 반영되다가 2012년부터 또다시 전면적인 개정작업을 진행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건기연은 품셈의 현실화와 통폐합을 통한 슬림화 라는 목표아래 대대적인 품셈개정을 위한 작업에 돌입해 지난 20012년 9월부터 11월까지 처음으로 현장실사를 진행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게 2013년 개정품셈이다 .

2013년 개정 품셈은 전체적으로 품이 삭감되기는 했지만 식재와 관련된 내용이 큰 변화를 가져오면서 조경업체에는 나름 긍정적인 변화다..

우선 식재면고르기, 예초, 조경유용석 쌓기 및 놓기 등 3개 항목이 신설됐다. 무엇보다 잔디, 초화류 관목, 교목 등의 식재 공정과 식재 후 준공까지 그리고 준공 후 유지관리 공정으로 분리해 품을 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이는 착공에서 준공까지 전 과정을 식재로 통합되어 있던 기존 품에 비해 준공 전 유지관리를 세분하여 적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이다.

또한 유지관리 분야에 대한 개정이 이뤄진 2014년 품셈에는 전정 중 관목전정이 신설되고, 잔디깍기와 제초가 분리되는 등 나름 발전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다만 식재 이후 준공 전까지 유지관리와 준공이후 유지관리비 등을 구분해 계상할 수 있는 근거가 품셈에 마련됐음에도 LH를 제외한 대부분의 발주처와 설계사에서 이를 반영을 하지 않다보니 현장에서는 여전히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유지관리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설계사의 노력이 가장 크다. 즉 설계사에서 표준품셈을 근거로 유지관리가 반영 될 수 있도록 발주처를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유지관리가 반영되더라도 설계사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하나도 없다. 되레 일만 늘어날 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설계사에서는 발주처의 의도에 따르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설계사와 시공업체의 공동의 노력을 주문한다.

정운수 아이에스엔지니어링 대표는 “유지관리가 품으로 반영시키기 위한 노력은 설계사에서 역할이 크다. 다만 그로 인해 수익을 얻게 되는 건 시공업체들이기 때문에 시공업체들의 다양한 측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설계사가 지속적으로 발주처를 설득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협력이다”라며 설계사와 시공사간 협력을 통한 공동의 노력을 강조했다.

조경만의 특성을 품셈에 반영해야
이렇듯 품셈개정을 통한 소귀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품셈에 대한 조경인들의 불만은 크기 만하다.

우선 품셈에 대한 조경인들의 가장 큰 불만은 조경만의 특징인 심미성, 조형성, 예술성 등이 품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경은 심미성과 조형성을 통해 예술적 가치로 승화한다. 그래서 대규모 공정인 건축과 토목과는 차별화가 되어야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에 대해 건기연 관계자는 “조경의 예술성이나 조형성, 디자인 등은 표준화하거나, 계량화 하기가 쉽지 않아서 품셈으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조경과 비슷한 사례로 인테리어 품 역시 존재하지 않는데 같은 이유다”며 조형성이나 예술성은 표준화 또는 계량화가 쉽지않아 품으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건축과 토목 같은 품으로 적용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는게 조경업계의 불만이다. 그래서 최소한 예술성과 기능성을 추구하는 경우 추가적인 적용이 가능하도록 각주에서 규정해야한다는 요구하고 있다.

두 번째가 조경시설물, 생태복원 등에 대한 품이 없다는 것이다. 건기연에 품 신설을 요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시공업체에서는 가뜩이나 관급자재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경에 대한 품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에 대해 건기연은 “조경시설물의 경우 너무 많이 세분화되어 있고, 사례가 너무 많아 표준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품 신설에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조경공사는 토목이나 건축에 비해 규모가 작다. 그로 인해 자재 및 재료 조달이 쉽지 않을뿐더러 소량구매로 가격이 상승하고 추가적 경비지출을 감수해야한다. 때문에 조경같이 규모가 작은 공종의 경우 규모에 맞게 계상이 이뤄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경업계의 이런 불만과 요구사항에 대해 건기연은 품셈을 현실화, 슬림화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걸 신설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며, 조경계의 취약점인 표준화, 계량화를 근거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조경계에서 표출하고 있는 품셈에 대한 불만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조경인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다시말해 품 신설을 요구하기에 앞서 그를 뒷받침해 줄만한 근거를 계량화해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운수 아이에스엔지니어링 대표는 “시설물 품셈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조경인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조경인들의 자성의 노력을 촉구했다.

이어 정 대표는 “시설물 품 신설로 인해 직접적인 이익으로 연결되는 전문건설협회 조경협의회에서 적극 나서 실사보고서와 연구보고서 용역을 추진해야 하다. 이를 통해 표준화하고 계량화하고, 그 보고서를 조경적산기준 등에 포함시키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우선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