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준((주)장원조경 대표·농학박사)
올해 여름은 유난히 길었다. 그리고 갑자기 가을이 온 기분이다. 그리고 조경주간이 곧 다가온다. 조경주간은 조경인들 축제장이다. 여러 조경단체들이 이 장터에서 세미나도 하고 전시회도 열고 등반대회 등을 열어 실력도 배양하고 화합도 도모하고 있다.

오랫동안 조경시공을 해온 사람으로 그동안 심어온 나무가 얼마나 되는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나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기여하고 환경을 풍성하게 하였을까 자문도 해본다. 한편으로는 본의 아니게 심은 나무가 얼마나 많이 죽어 갔는가를 생각하면 수치심과 함께 죄책감도 든다. 그래서 조경주간 중에 ‘수목위령제’를 지냈으면 하고 제안한다.

조경의 기본은 식재공사다. 이 부분은 타분야에서 넘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조경공사의 근간이 된다. 그러나 조경인들이 식재한 식물 중 많은 숫자가 죽어 나간다. 이러한 하자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회사도 많이 봐 왔다. 나무가 죽을 때마다 식재한 사람들의 마음에는 써늘한 아픔이 남는다. 멀쩡하게 자라고 있는 식물을 옮겨 심어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하려다가 죽이는 경우가 생기니 기분이 어떻겠는가? 그래서 이러한 식물의 죽음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심은 자의 아픈 마음을 진무하고자 ‘수목위령제’를 했으면 하는 것이다.

먼저 죽은 식물에 대해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제주(祭主)는 죽은 식물들에 대하여 위로의 제문을 읽고 하늘을 향에 이 영혼들이 제대로 하늘나라로 가기를 기원하고, 식물을 죽인(?) 업체들은 사죄의 절을 하는 퍼포먼스를 하면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때는 많은 구경꾼들을 불러 모아야 행사의 의미도 있고 재미가 있을 것이다. 남은 음식은 서로 나눠 먹으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꽃 피우면 좋을 것이다.

이와 아울러 무용인이나 행위예술가를 모셔와서 한바탕 질펀하게 노는 판을 벌리는 것이다. 그래야 영혼이 이승에서 제대로 연을 끊고 저승을 갈 테니…. 그리고 구경하는 사람도 그 나름의 즐길 무엇이 있을 것이고…. 시선이 모이면 식물이 죽는 것에 대한 조경인들의 고뇌를 타분야의 사람들도 이해와 관심을 이끌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테고….

어떻게 하면 식물을 죽이지 않을 것인가에 대하여 연구발표회도 겸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학계를 중심으로 세미나도 열고, 현업을 하고 있는 단체에서 사례를 발표하고 토론하다 보면 기술의 진보도 있을 것이고, 식물의 하자를 줄이는 것은 타분야의 이해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많은 사람의 이목을 어떻게 끌어 들이느냐를 연구하다 보면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특히 산림청은 예전에 10월이면 ‘육림의 날’행사를 하였다. 산림청과도 연계하여 나무를 키우는 방법이나, 독림가들을 초청하여 생산 노하우를 듣고, 현재 많이 생산되는 나무의 종류에 대하여 이야기도 듣다 보면 조경에서 활용할 방법도 생기고, 조경인들이 설계에 많이 넣는 현재 유행하는 수종에 대하여 정보도 교류한다면 이 또한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지 않겠는가?

또 장비회사와도 연계하여 한곳에서는 식재공사와 관련된 장비 전시회도 개최하는 것이다. 외국을 나가보면 장갑, 손가위에서 부터 거대수목을 굴취하는 장비까지 다양한 기구들을 볼 수 있다. 우리 조경전시회에서도 여러 가지 조경에 관련된 소기구들은 소개되었지만 장비회사와 관계되는 전시물은 많지 않은 현실이다. 이 기회에 우리가 식물을 다루는데 필요한 장비도 장비업체에 전달하면서 새로운 장비에 대한 견문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장도 마련하면 조경업체도 장비 사용의 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농약회사도 초빙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식물을 이식했을 때 잘 살릴 수 있는 약제와 병충해에 대한 방제약과 방법에 대한 설명회도 하게 하면 농약회사도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이니 참여할 것이다. 막상 농약회사 사람들과 이야기 해보면 조경에서 사용하는 농약에 대하여 상당히 무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기회를 통하여 우리도 큰 고객임을 일깨워 주므로 식물을 살리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행사가 잘 되면 식약청과도 협조하여 약제가 되는 약초를 조경에 소개하는 행사도 겸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우리가 심는 식물 중에 약이 되지 않는 식물은 없다. 이러한 식물로 만드는 약제와 건강식품도 소개하고, 약초를 조경식물로 활용하는 방법등도 강구하면 조경식물 소재의 다양성에도 기여할 것이다. 약도 팔고 자신들도 정보를 듣고 우리는 우리대로 소재도 얻고, 비조경인들에 대해 홍보 등도 겸한다면 이익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더 나아가 식약청에서 추진하는 사업 중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연구과제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도 해 본다.

이렇게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수목위령제’를 지낸다면 재미와 아울러 수목하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이끌어 나무는 그냥 심어 놓으면 잘 살지 않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줌과 동시에 자기 아파트에 심겨진 나무를 어떻게 해야 죽지 않게 하는 지에 대한 관심도 일으킬 수도 있고 식물이 죽는 것이 조경인들의 잘못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이해도 구할 길도 열릴 것이다.

나무를 해친 자는 죽어서 지옥을 가면 나무뿌리에 감겨 고통을 당하는 벌을 받는다는데 착한 조경인들이 이렇게 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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