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30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성공적 귀농귀촌 정착을 위한 마을공동체 정원 조성방향’ 세미나에서는 정책으로서 정원이 어떻게 다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다양한 수요와 사례가 발표됐다.

특히 1부 발표 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정원의 개념 충돌 및 무리하게 추진됐던 지난해 수목원법 입법예고 등이 지적돼 열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객석에서 한 참가자가 “정원의 법적 개념은 이미 다른 법률에 규정돼 있는데, 왜 자꾸 조경 영역을 침범하느냐”고 질문하자, 최병암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장은 “기존 법률에서는 주택이나 아파트, 공원 등에 조경시설을 하게 돼 있지만, 그것은 동태적인 활동의 정원과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식물자원을 활용해서 만든 것은 조경과 같지만 ‘가드닝’이 지속되는 공공정원, 참여정원 등 새로운 정원문화가 일어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객석 질문에서 지난해 수목원법 추진 때를 지적하자 “당시에는 수목원의 일부 시설로서 정원 개념이 들어가는 방향으로 추진하다가 문제가 됐다. 정원 개념이 식물원이나 공원보다도 더 크고 일반적인 개념이었다는 것을 수용하고 반영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용식 (사)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장은 미국퍼블릭가든협회(APGA) 사례를 들며 “5년전 미국식물원협회가 엄청난 논쟁 끝에 퍼블릭가든협회로 개명을 했는데, 그 전까지는 식물원만이 회원 가입이 가능했지만, 이후 식물원을 비롯해서 퍼블릭가든, 어반가든 등 대중으로 확장된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는 4명의 전문가 발표와 산림청의 정책발표가 이어진 뒤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먼저 ‘한국 전통정원의 패러다임 변화’라는 주제로 발표한 국립수목원 진혜영 박사는 “한국정원의 세계화를 위해서 수목원에 적용 가능한 전통정원 계획과 가이드라인을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적용 가능한 ‘한국 전통정원 기본 유형도’를 모델로 제시했다.

‘공동체 정원으로써 마을숲, 우리의 전통쉼터’라는 주제로 발표한 이강오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은 “도시에서는 커뮤니티가든에 대한 뚜렷한 목적이 생겨나고 있다”며 마을살이의 필요성, 마을공동체 복원 등이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체정원의 유형과 귀농귀촌인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신은실 시가든 대표는 테마별로 공동체정원의 유형을 농원형, 커뮤니케이션형, 테마형, 교육형, 갱생요양형, 복합형 가든으로 구분하고, 커뮤니티 개념을 도입한 ‘마을정원공유센터’ 활용을 제안했다.

이어 ‘귀농귀촌인을 위한 마을정원 설계 및 조성사례’를 발표한 오경아 오가든스 대표는 마을공동체정원에 대한 개념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히며 적용 가능한 디자인 모델을 제시했다. 또한 사후관리에 있어서 마을공동체 접목 등 커뮤니티 활용을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자의 발표와 객석 의견청취 등의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토론자 발표를 요약한 내용이다.

▲김용식(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장)
전세계에는 8천개 이상 수목원이 있는데 주요 수목원에 가보면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정원과 중국정원이 꼭 조성돼 있다. 그것이 가지는 상징성과 문화적 효과가 매우 큰데 우리 한국정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해외에 한국정원을 만들 수 있는 뒷받침이 안돼 있어서 한계가 있다. 우리 미래와 사회를 위해서 분명하게 규정하고 정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

▲이석창(자연제주 대표)
도시·농촌을 아우르는 텃밭과 정원은 커뮤니티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의 고유한 재료와 기법으로 조성한 우물, 대문, 골목 등을 지역특성에 맞도록 조성해서 잘 보전하고 만약 없다면 새로 설치해서 농업, 마을, 사람 등 차별화된 스토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정문영(천리포수목원 부원장)
일선 귀농귀촌 현장에서는 원주민과 귀촌인 사이에 갈등의 골이 매우 깊다.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꼈다. 예를 들면 원주민에게는 아무런 지원도 없는데 외지에서 오는 귀농귀촌인에게는 정착자금이 지원된다면, 소외감의 원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개별적 정착자금 보다는 지역과 마을에 투자돼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하다.

▲조홍섭(한겨레신문 환경생태 전문기자)
귀농귀촌자와 원주민과의 갈등은 굉장히 복잡한 경제문화사회적인 문제와 원인이 있어서 단지 정원을 만들어 준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드웨어나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정원의 커뮤니티적 역할은 굉장히 낙관적으로 본다. 우리가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커뮤니티가든이라는 것이 해외에서는 이미 활성화돼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현실화되는 것 같아서 반갑다.

▲이강오(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
주민들은 텃밭이냐, 정원이냐, 공원이냐 등으로 구분하지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 단지 정부나 업역이 서로 충돌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와 같이 국토부-산림청-환경부 식의 구조적 칸막이는 현재의 시민들 욕구와 맞지 않는 상황이다.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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