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조경식재설계 세미나에서 심우경 고려대 교수가 ‘식재설계의 문재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조경하는 사람이라면 식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가져야 하며, 특히, 설계가는 다양한 신품종이 설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18일 (사)한국조경학회 조경식재연구회, (사)한국조경사회 식물·생태위원회의 공동주최로 한국과학기술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조경식재설계 세미나’에서 심우경 고려대 교수는 조경식재설계의 현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심우경 교수는 “조경이 토목·건축·공공디자인 등 인접분야와의 차별성을 위해선 식재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식재설계에서 식물 소재선정은 선행작업이며 식재설계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부터 식물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조경인들의 인식변화를 강조했다.

또한 적지적수를 선정하기 위해 식물생리·생태·내한성·최대 수고·음양성 등 생산정보에 대해 정확한 지식과 자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심 교수는 대학 교육 측면에서도 “조경식물학 공부를 위한 기초과목으로 식물학·식물생리학·식물분류학·기후학·수목학·식물관리학 등 많은 과목이 있지만, 현재 대학에선 한두 학기 정도 교육에 그치고 있다”며 “겨우 한두 학기 교육한 것으로 식물에 대해 배웠다고는 할 수 없다”며 일침을 가했다.

이어서 조경설계가에게도 문제를 제기했다. 신품종 식물은 설계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설계가들이 식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에 매번 비슷한 수목만 사용하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또한 조경수협회 등 관련 단체에서도 다양한 수종을 파악하고 널리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설계가들의 이해가 부족할 시 원예·임업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심우경 교수는 특히 조경수목 관련 서적의 오류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다. 심 교수는 “조경수목 관련 서적 중에 잘못된 지식을 담은 것이 넘쳐난다. 현재 잘못된 내용을 담은 책으로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수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수부터가 수목에 대해 잘 모르는데 어떻게 학생을 가르치는가?”라는 반문과 함께 교수도 수목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식재설계에 대해서도 변화를 촉구했다. 식재설계 평면도 작성 시 식재 당시의 규격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심 교수의 주장을 따르면 이러한 문제 때문에 10년 후 성장한 나무들이 건물에 피해를 주는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조경설계기준에 대해서도 ‘완성형 조경’의 문제점을 말했다. 심 교수는 “조경설계는 살아있는 식물을 다루는 것이고 식물은 성장한다. 완성형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고 밝혔다.
 

▲ 지난 18일 조경식재설계 세미나가 (사)한국조경학회 조경식재연구회, (사)한국조경사회 식물·생태위원회의 공동주최로 한국과학기술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조경식재를 보는 시각’이란 주제로 조경식재와 설계에 관심 있는 조경인 1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으며, ▲평면에서 입면으로, 그리고 작은 스케일(김인호 신구대 교수) ▲식재설계와 조경수종 선정(강철기 경상대 교수) ▲조경식재설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심우경 고려대 교수) ▲경관식재계획 이론과 식재설계 교육방안(오구균 호남대 교수) ▲기능성 식재 유형에 따른 식재설계 방안(강현경 상명대 교수) ▲수목생육 활성을 위한 식재설계 방안(김선미 LH공사 경관설계처장) 등이 주제 발표했다.

박봉우 한국조경학회 조경식재 연구회장은 “조경에서 식재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동안 그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었다. 기능적인 측면과 더불어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확보하는 식재를 위해서는 우리의 기술과 지식을 서로 공유해야한다”며 “오늘 세미나가 초석이 돼서 기술과 지식의 공유를 위한 행사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정주현 한국조경사회 회장은 “이렇게 많은 인원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식재설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기쁘다”라며 “이 세미나를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식재설계에 대해 여러 설계회사가 참여해 식재기법들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다시 한번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주제 발표에 나선 김인호 신구대 교수는 ‘평면에서 입면으로, 그리고 작은 스케일’이란 주제로 조경식재를 평면이 아닌 입면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 (왼쪽부터)김인호 신구대 교수, 강철기 경상대 교수

김인호 교수는 “나는 설계 시 주로 평면을 상상하지 말고 입면을 상상하라고 말한다. 사람의 시점은 새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며 “학생들은 주로 평면의 디자인을 배워왔고 그것만 상상하기 마련이지만 결국 그곳을 걷는 사람의 시점은 입면이다”고 했다.

이어서 “그러므로 우리는 이용자에 대한 공감과 배려를 가지고 입면적으로 상상하고 그것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조경식재 설계의 기준에 대해서도 “식재설계는 학교에서 배우기보단 현장에서 터득하는 부분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이렇기 때문에 자기만의 이론을 만들어내곤 한다”며 “독창적인 것이 모두 문제가 될 수는 없겠지만, 학교에서는 정확한 이론과 기준을 만들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식재설계와 조경수종 선정’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선 강철기 경상대 교수는 조경수종에 대해 심도 깊은 발표를 했다.

강철기 교수는 “식재수종을 선정할 때는 기능적, 심미적, 생태적 의미를 파악하고 선정해야 하는데 요즘은 상징성 의미와 유행하는 수종에 대한 비중이 높아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또한 공사비 산정을 위해서 수목이 조달청에 등록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현재 조경수협회에는 고시돼있으나 조달청에 고시되지 않은 수종이 20여 종이나 있다. 더 많은 수목 가격이 책정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가 우리 인접학과와의 차별을 주기 위해선 나무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그것을 도면에 그려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경관식재계획 이론과 식재설계 교육방안’이란 주제로 발표한 오구균 호남대 교수는 조경식재 설계의 대학수업 방식의 문제점과 최근 조경계의 식재 관련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 (왼쪽부터)강현경 상명대 교수, 오구균 호남대 교수, 김선미 LH공사 처장

오구균 교수는 “우리가 식재에 대해 소홀히 대하는 사이에 이미 인접분야에서 식재를 쉽게 생각하고 침범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학회차원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도시계획에서는 도시녹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맞지만, 조경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 도시녹지는 대부분 인공조림지이기 때문에 경관, 생태, 자연성을 증진하기 위해 녹지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 교육의 문제점도 제기했다. 오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조경학과는 식재와 관련해서 한두 과목 정도 수업하는 것이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학계의 잘못이 크다”며 “앞으로는 녹지 계획, 식재 관련 교재 개발에 힘쓰고 기술서를 저술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기능성 식재 유형에 따른 식재설계 방안’에 대해 발표에 나선 강현경 상명대 교수는 ▲조경식재 설계의 개념 및 과정 ▲기능성 식재의 개념 및 유형 ▲완충녹지 기능적 식재의 이해 ▲옥상녹화지 다기능적 식재방안이란 소주제로 발표했다.

강현경 교수는 “좋은 경관은 생태적으로 건강한 공간으로 설계목표, 부지특성, 공간개념, 식재기능이 부합된 곳이다. 이를 위해 여러 설계과정을 거쳐서 대상지 기능의 세분화에 따른 적정한 식재종을 선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유형별로 요구되는 식재에 대해 설명했다.

강현경 교수는 “대상지에 따라 다른 식재양식으로 식재가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목의 특징과 생육환경을 고려하지 않아 식물이 고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기본적인 수목지식의 부족으로 대학에서 현장 답사 등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주제 발표에 나선 김선미 LH공사 처장은 조경설계기준과 수목하자율 검토배경에 대해 발표하며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인접분야에서 조경설계를 행하는 경우가 있다. 조경분야가 쉽지 않은 것이란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선 좀 더 전문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방법으론 식물의 학명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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