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지원을 받아 인조잔디운동장을 조성한 서울시의 한 고등학교

 

“정부지원으로 깔았던 인조잔디 운동장이 노후화돼 교체를 해야할 시기가 됐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 차라리 흙 운동장 교체를 대안으로 학부모과 논의할 계획이다. 천연잔디로 교체하고 싶지만 관리비용 부담으로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대구의 한 학교 관계자가 6년 전 설치한 ‘인조잔디운동장’을 두고 깊은 고민을 털어놨다.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전국의 각 학교가 운동장에 깔았던 ‘인조잔디’가 노후화에 따른 교체시기를 맞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인조잔디의 경우 특성상 처음부터 수명이 정해져 있고 보통 내구연한을 5년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KS관련 기준이 마련된 설치에 적용된 2008년 이후 설치된 곳 경우 유해성도 없고 내구연한도 7~8년 이상 된다고 하지만 1년에 2회 이상 잔디 파일 세우기나 청소, 고무분말 충전 및 교체와 같은 체계적인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관리 비용의 절감과 사용성 등을 높게 보고 앞 다투어 조성한 인조잔디 교체시기를 맞았지만 예산문제를 이유로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문제시 되고 있다.

지난해 문상모 서울시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초·중·고등학교에 인조잔디가 설치된 운동장은 전국 1580개소에 달하며 이 중 인조잔디 사용기간이 5년 이상 된 운동장은 613개소로 전국 인조잔디 운동장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체 비용이 적게는 2억 원에서 많게는 5억원까지, 주기적인 관리를 위한 비용도 최소 1천만원 이상 많게는 5천만원가까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교체비용을 3억원 이라고 했을때 약 600개의 운동장을 한꺼번에 교체하기 위해서는 무려 18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학교운동장 인조잔디 교체 및 조성사업은 ‘학교운동장 조성사업’ 지원시설 항목에 천연잔디가 추가되면서 2006년부터 점진적으로 시작 2008년 들어 본격적으로 교과부, 지방정부, 문화체육관광부(국민체육진흥공단)이 예산을 분담해 조성돼왔다.

당시 지방정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교육부가 공사비 일부를 부담해 인조잔디를 조성토록 지원하고 이후 관리에 대해서는 각 지자체와 학교 측이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의 자체 예산은 물론이고 중앙정부를 비롯해 지자체, 각 시도교육청의 지원도 마땅치 않다보니 주기적인 보수는 물론이고 내구 연한이 다된 인조잔디의 개보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관리 운용할 규정을 마련한 학교가 일부를 제외하고 전무한 상황이다 보니 교체시기를 맞아 관리소홀 문제가 불거지며 각 시도교육청이 '인조잔디' 조성 '퇴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면으로 이어짐)

설치에만 급급하고 향후 관리운용 대안을 갖추지 않고 방치해온 지방정부와 학교 측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체계 적인 관리운용에 대한 환경을 조성하지 못한 정부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 초·중·고 운동장 인조잔디 설치 현황>  자료:교육부(2013)
  설치 개교수 사용기간별 비율(%)
1-2년 3-4년 5년 이상
서울 160 43 83 34
경기 309 62 97 150
인천 35 18 17 0
부산 100 25 30 45
대구 76 19 28 29
광주 46 6 25 15
대전 50 12 22 16
울산 61 12 21 28
세종 7 3 2 2
강원 100 38 37 25
충북 71 17 34 20
충남 82 13 34 35
전북 64 10 33 21
전남 120 46 36 38
경북 117 32 42 43
경남 133 15 34 84
제주 49 9 12 28
1580 380 587 613

교육부는 축구동호회 등에 운동장을 대여하고 발생한 사용료를 이용해 유지관리비를 사용토록 제안했다. 또 이 비용을 일부 적립시켜 향후 지자체 예산과 함께 교체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권고했지만 학교 특성상 전문성 및 연속성 부재로 실제로 이행하는 학교는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지난 2011년 환경부가 인조잔디에서 아연이 최대 수천PPM이 검출됐되는 등 중금속이 다수 검출됐다는 유해성 평가 결과가 발표되는 등 유해성 논란이 촉발되며 우려를 증폭, 이와 함께 시도교육청과 학교측의 막대한 유지관리 및 교체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며 ‘인조잔디’ 퇴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경남도교육청은 도내 100여 곳에 조성된 학교 인조잔디운동장들이 노화화로 환경이나 안전사고 등의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이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도내 학교에 설치된 인조잔디운동장은 모두 126곳으로 5년 이상 된 노후 인조잔디운동장은 84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를 개보수하기 위한 예산 총 420억원의 예산을 한꺼번에 확보하기 어려워 도교육청은 매년 3곳의 학교에 5억 원씩, 15억 원을 지원하는데 그치고 있어 도 내부에서 인조잔디운동장의 효율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돼왔다.

결국 문광부와 경남도청의 지원 아래 추가 조성될 7곳의 인조운동장을 제외하고 올해와 내년도에 도교육청 차원에서 자체적인 인조잔디운동장 조성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대신 지난 자체 예산을 투입해 마사토와 천연잔디, 우레탄으로 구성된 친환경 운동장을 내년부터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추진되고있는 6개 학교의 인조잔디 운동장도 도교육청이 제시한 친환경 운동장 모델을 기준으로 조성할 것을 권고했다.

친환경 운동장은 중앙부에 마사토를 깔아 흙 운동장으로 만들고 테두리에 천연잔디를 심어 토사의 유실을 막고 우레탄 트랙을 만들어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것이다.

도 교육청에 따르면 ㎡ 당 9만 5000원인 인조잔디운동장 조성 단가에 비해 마사토 운동장은 ㎡ 당 4만원 정도인데다 개보수 비용도 적어 예산 절감 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이다.

서울의 경우 문제가 많은 ‘인조잔디’ 대신 ‘흙 운동장’을 권장하고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 내 학교 중 인조잔디로 운동장이 조성된 곳은 200개교로 전체 학교 운동장의 17% 정도를 차지했다. 노후도에서 ‘불량’ 등급은 받은 학교는 총 30개교로 나타났지만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예산 부족으로 철거 및 개보수 사업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서울시는 점차 인조잔디 운동장 대신 흙으로 이뤄진 친환경 운동장을 권장한다는 방침이다. 조성 비용이 5억원 정도인 인조잔디 운동장 대신 1억원 정도로 저렴한 황토 또는 마사토 운동장으로 설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인조잔디 운동장을 지금 수준에서 최소화하고 추가 설치예산은 지원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지역도 마찬가지다. 경기도교육청도 지금까지 도내 308곳의 학교에 인조잔디운동장이 조성된 가운데 앞으로 매년 약 30곳에 대한 재시공 및 보수관리 예산이 70~100억 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학교 예산으로 이를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청남도, 제주도, 울산 등도 같은 이유로 자체적인 ‘인조잔디운동장’ 조성을 중단하고 ‘흙운동장’ 조성으로 방향을 선회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인조잔디운동장을 개보수 예산을 마련하는 것 보다 지금부터 라도 흙 운동장으로 복구하는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흙운동장’또는 ‘천연잔디’ 교체가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은 아니다. 각 지역에서 자체적인 인조잔디 조성사업을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올해도 문광부(국민체육진흥공단)는 200개의 운동장 설치사업을 진행하는 등 전국적으로 ‘인조잔디’ 조성 사업은 계속될 예정이다.

또 앞으로 내구연한이 도래하는 인조잔디운동장이 매년 전국적으로 수백개에 달할 것이고 이에 대한 철거를 하던 개보수를 하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측은 유지관리에 책임이 있는 지자체와 학교 측의 관리 계획 부족을 탓하고 지자체와 각 시도교육청, 학교 측은 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문체부(국민체육진흥공단)는 초기 조성된 인조잔디 운동장들도 내구연한이 한계치에 도달한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의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개보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올해 지자체 공모를 통해 50개소 대상으로 약 1억 원의 예산을 지원키로 하고 올해 6월부터 본격 실시한다. 비용은 시설관리 주체인 해당 학교 및 지자체가 분담하고 국가에서도 일정부분 지원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당초 신규사업 지원을 제외한 관리 운영은 지자체나 학교 부담이었지만 7년 이상 노후화된 인조잔디만이라도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판단, 예산을 확보해 올해 작은 규모지만 지원에 나서게 됐다”며 “내년에도 계속 지원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체부는 2005년 이후 완공된 운동장(100개소) 인조잔디의 충진재 및 잎(파일)유해성 여부를 관계 전문기관을 통해 점검·분석을 진행 하고 있으며, 시공시 의무적으로 조달품목을 사용토록 하고 시료채취 검사를 통해 유해성에 검사를 필한 후 준공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인조잔디 관리의 효율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관리운영 전문업체를 조달청에 등록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교육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운영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 지원의 확대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 학교 측의 유지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인조잔디’의 유해성의 대안이 될 ‘천연잔디운동장’ 조성을 위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2013년 천연잔디 운동장 조성사업계획’을 밝히며 60명 이하 인 작은 학교를 중심으로 모두 17개교에 사업비로 40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인조잔디의 유해성 우려와 비판을 수용하는 동시에 운동장 활용율과 유지관리 측면을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교당 5억 원 넘게 들이고도 유해성 우려를 낳는 인조잔디 운동장이 비해 사업비가 적게 들어갈 뿐만 아니라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면서 “푸른 운동장에서 왁자지껄 뛰어노는 아이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