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연철(경기농림진흥재단 녹화사업부장·공학박사)
최근의 날씨는 그 변덕스러움만큼이나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는데 혼돈을 주었지만 변함없이 봄은 찾아왔다. 부끄럽다고 몰래 숨어서 조금씩 피어난듯 한 새순에서부터 코끝과 귓볼을 스치는 바람결까지 보여 지는 모든 것이 연녹색의 따스함이다.

도심 이곳저곳에 화사하게 핀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들이 잠시나마 가던 발길을 멈추게 하고,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 순수하고 행복한 미소를 준다. 봄이 주는 아니, 자연이 주는 한없는 선물이다.

도시에서 시민들이 가장 직접적이고, 친밀하게 자연을 경험하게 되는 곳은 어디일까?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역시 내 가까이에 있는 정원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한쪽에는 크지 않은 조그마한 텃밭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사계절 제 멋을 뽐내는 아기자기한 예쁜 화단이 있는 작은 뜰을 갖고 싶은 사람이 어디 필자 한 사람 뿐만은 아니겠지만 정원을 가꾸는 부단한 노력과 인내를 감수하더라도 정원이 주는 충만한 행복감과 삶의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아름다운 정원을 발굴하고, 정성들여 가꾼 정원을 시상하는 경기정원문화대상의 현장 인터뷰 때의 일이다. 개인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원을 조성하고 가꾸게 된 계기는 대부분 공통적으로 그냥 꽃이 좋아서,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서, 주민들이 서로 무언가 행복한 공동체 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란 것이 아니고, 지극히 이기적인 정원의 속성처럼 본인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소박하지만 애정이 가득한 정원을 가꾼 것이었다. 대개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20년 가까이 정원을 가꾸신 분들은 정원이 삶의 일부가 되어서 이사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고, 그로인해 지금은 동네의 ‘자랑’이자 ‘보배’가 되신 분 들이 참 많다.

어느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원을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정원을 통해 축적된 삶의 지혜를 여러 사람들과 얼마나 이야기 하고 싶었을까?

정원을 공유하고, 나누며,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필요했다.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영국의 가든오픈데이와 같은 정원문화를 도입하기 위해 2011년 경기정원나들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였고, 이 프로그램은 소소한 이야기와 행복한 미소가 있는 잔잔한 축제가 되었다. 2년이 지난 요즘도 가끔씩 먼 길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기에 정원주는 오늘도 바쁘다.

인성과 감성이 메말라 가는 도시생활의 이면 때문일까? 정원을 가꾸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의지가 지금처럼 고조된 때가 없었던 것 같다.

시민들은 이미 조경가든대학, 도시정원사, 꼬마정원사, 가든스쿨, 원예조경학교, 도시농부 등 식물의 이해와 정원조성에 관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교육을 받고 있으며, 일부 시민들은 녹색재능기부를 통한 사회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또한 조경, 원예, 사회인문학 등 관련학문과 분야에서는 정원이 시민들에게 감성과 감동을 주고, 계층과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장소로서 기여하는 사회적, 환경적, 산업적 기능을 다양하게 접목하며 시민사회로 다가서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2012년 12월 ‘경기도 녹지보전 조례’를 일부 개정하였다. 이러한 녹색시민들에게 좀 더 전문적인 지식과 지혜를 제공하여 녹색문화공동체를 구축하며, 나아가 지역의 녹지자원에 대한 자발적 유지관리 자원봉사를 실천하기 위하여 ‘시민정원사 인증’을 조례안에 포함하였고,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다.

시민정원사는 미국의 마스터가드너와 유사한데, 시민정원사란 식물과 정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실무적인 능력을 갖추고, 정원문화 확산에 참여하여 지역사회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시민으로 정의된다.

실무능력과 정원문화 확산, 봉사정신이 핵심으로 가드닝을 통해 사회기여와 여가활동, 지역의 녹색환경 디자인 창조에 참여할 수 있다.

늘 정원을 꿈꾸던 도시가 시민정원사에 의해 좀 더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의 환경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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