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장의 제안 : 주민이 원하는 원도심 활성화 방안을 찾아 달라

그동안 대부분의 지자체가 행하는 사업에 대해서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방법이 대개 ‘공청회나 사업설명회’였기에 그 자체로서 한계를 갖는 문제들이 결국 주민과 행정 사이의 반목으로 나타났다. 행정측 입장에서는 주민은 잘 모르니까 행정에서 ‘지도’하거나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였고, 주민측에서는 ‘행정에서 무언가 숨기고 있거나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하는 신뢰하지 않는 형태였다.

2011년 가을, 필자가 익산 고도(古都)지역 주민들 요청으로 일본 고도 지자체를 안내하였는데, 답사에 참가했던 익산시장과 함께 나라시의 평성궁터를 걷고 있던 즈음이었다. 갑자기 원도심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자신의 의도는 물론 주민의 생각을 알고 싶다고 하며 방안이 없겠는지 필자에게 물었다.

이렇게 해서, 필자는 2012년 5월에 원도심 주민인 상인들로 구성된 7개 상인회 회원들과 함께 ‘원도심 활성화 집중검토회의’를 실시하게 되었다.

‘집중검토회의’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지만, 현안을 놓고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그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시간과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 주민의견수렴방법이다.

1박 2일씩 2회에 걸친 집중검토회의를 실시한 결과, 원도심 활성화에 필요한 비용으로 많게는 약 3600억 원, 적게는 300억 원이 제시되었다.

지난 호에 쓴 것처럼 익산역에 1조2000억에 달하는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서고 있어, 원도심에도 1조2000억을 달라고 하는 것이 통상적인 주민의 요구사항일 것이라는 것이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던 것이다.

원도심 주민이 원하는 것은 복합환승센터 건설비용의 약 1/4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300억원을 제시한 주민집단도 있다는 것이 더욱 눈여겨 볼 수밖에 없었다. 300억 원에 해당하는 원도심 주민의 제안사업 내용을 보면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쇼핑객이 보행에 불편하지 않도록 깨진 보도블록을 튼튼한 것으로 고쳐달라는 것, 밤에 상가가 어두우니 밝게 해달라는 것, 보행에 방해가 되는 벤치를 치워달라는 것 등이 그것이다.

집중검토회의에 참가했던 담당부서 공무원도, 이런 것일 줄 미리 알았다면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가득한 얘기를 꺼냈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로는, 원도심 활성화 집중검토회의를 마치고 저녁을 먹고 있는데 익산시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익산시장의 첫 마디는 ‘별일 없었나요?’였다. 그만큼 그동안 원도심 주민들과 격한 관계였기에 필자에게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봐 염려하는 것이었다. ‘아니요. 별일 없었습니다만’, ‘어, 그럴 리가 없는데’, ‘다들 순한 양이시던데요’ 이것이 우리가 나눈 대화였다.

주민이 원하는 것을 진정으로 들으려 하는 것이 주민으로 하여금 존중받는 느낌을 갖게 한다. 주민이 원하는 것은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수반되는 대형 사업이 아니라, 실제로 주민의 입장에서 불편한 것과 있었으면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집중검토회의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참여하는 주민 모두가 대개 소박한 바람을 표현하기를 바라왔었다는 것이다. 정말로 얘기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박탈감도 느끼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주민주도로 진행된 사업은 없지만, 그 토대 또한 주민주도로 마련된 적이 없었고, 실제 현안을 놓고 주민의 직접적 참여로 그 토대를 마련하는 경우도 들어보지 못했다.

주민주도와 주민참여는 ‘실제적, 실증적, 실천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고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오민근(한국조경신문 편집주간·지역과 도시 창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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