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철 한국도로공사 조경팀장
남쪽에서부터 들려오는 벚꽃과 개나리의 개화 소식과 함께 하루하루 산과 들이 신록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느덧 봄이 이미 코앞에 다가와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최근 우연한 기회에 시청하게 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란 방송을 보다보니 감성(感性)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을 구별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계절의 변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또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라 한다. 필자를 포함한 수많은 샐러리맨들 대다수가 회색도시 안에서 매일 매일 반복되는 출근과 퇴근 속에서 쌓여가는 피로와 스트레스로 창밖의 변화와 자연의 속삭임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새삼 돌이켜 볼일이다.

우리나라는 4계절 변화가 뚜렷한 기후였으나,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이러한 특성들이 많이 무뎌진 듯하다. 계절의 변화를 ‘덥다’와 ‘춥다’에서 더 심하게는 ‘더워 죽겠다‘와 ’추워 죽겠다’로 표현하고 있다면, 소년·소녀 시절 감성(感性)을 되찾기 위해 산과 들로 나가봐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식물만이 광합성을 위해 햇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따사로운 봄 햇살은 자연이 주는 비타민이자 지친 현대인들의 심신을 달래주는 보약이기 때문이다.

따사로운 봄소식과 함께 국내 조경인들에게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지구의 정원, 순천만’이란 주제로 이달 20일 개막해 10월 20일까지 장장 6개월간 우리나라 국민을 포함하여 전 세계인들에게 소개될 예정이다. 세계 5대 연안습지이자 국내 최고의 생태관광자원인 순천만은 박람회 개최 이전에도 국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수많은 관광객 유치와 함께 성공적인 문화관광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번 박람회 개최로 순천만을 영구적으로 보전함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친화 도시 순천을 도시재생과 환경계획의 일환으로 계획하여 우리나라의 대표적 친환경 생태도시 브랜드로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국내·외 유명작가들 작품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임과 동시에 미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태국 등 11개 국가의 전통정원 양식을 지면이 아닌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국내에서 처음 치러지는 대규모 정원박람회이기에 조직위원회가 결성되고 오랜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어려움과 문제점들이 현장에 산재해왔으리라 생각된다. 박람회의 대표적인 정원중 하나인 찰스 쟁스의 ‘순천호수정원‘은 시공과정 중 설계변경 요인으로 인해 여러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생태공원이란 테마에 부합하기 위해 시도된 친환경 이동수단 PRT(무인궤도차)는 전시기간 동안 운행을 못한다는 소식을 언론에서 접하고 다소 걱정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산고의 고통을 겪는 산모와 같이 박람회 개최 전까지 최종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해왔을 관계자 및 작가들의 어려움과 고통이 머리 속에 그려지기에 더욱 간절한 마음과 기대감이 솟아남을 숨길 수 없는 것 같다. 23개국 세계전통정원 11개, 참여정원 60개, 테마정원 11개 등 총 82개의 정원이 국민들에게 소개됨으로서 국내 조경의 확고한 입지 구축 기반이 되고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에게는 국내 조경기술과 한국 전통조경 양식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회개최 및 사후 부지활용 등으로 현재까지 여러 가지 사회 문제로 이슈가 되고 있는 지난 ‘2012년 여수엑스포’의 실패를 거울삼아 조경인의 한 사람으로서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만큼은 개최 이후에도 사회 여러 분야에 있어서 주제와 의도에 부합한 성공적 잔치로 평가되기를 기원해 본다.

따뜻한 봄날이다. 가족 및 친지들과의 봄나들이를 저 멀리 남도의 정취와 함께 세계정원 양식 및 현대작가들의 작품 세계에 흠뻑 빠져보는 것 또한 의미 있는 남도 여행이 될 듯싶다. 지난 여수엑스포기간 동안 유행하여 탐방 분위기 조성에 일조했던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밤바다’와 최근 다시 유행하는 ‘벚꽃 엔딩’을 들으며 신나는 남도여행을 계획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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