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이 채용한 첫 조경직 국가공무원이 ‘이름만’ 조경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장에서 이들에게 ‘조경관련 업무’가 아닌 일반 임업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경업무를 하지않는 ‘조경직’인 셈이다.

지난해 산림청은 채용한 임업직 9급 공무원 40명 중 ‘산림조경 직제’로 4명의 조경직 국가공무원을 선발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중앙 정부에 ‘조경정책’을 담당할 조경직 공무원이 단 한명도 없었던 상황에 ‘산림조경직류’의 공무원 채용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렇다면 지난해 첫 조경직 국가공무원으로 채용된 4인은 지금 어떤 업무를 하고 있을까?

지난해 채용된 9급 산림조경 직제 공무원들은 전국 국유림관리소에 배치돼 현재 조림, 숲가꾸기, 산불예방 및 진화, 산사태 예방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일일이 현재 업무를 확인한 결과 ‘조경직’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이들은 없었다. 숲가꾸기나 산사태 예방사업, 산불예방 등 국유림관리소에 근무하는 여타 임업직류 업무와 다를바 없는 일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 산림조경직으로 채용돼 현재 한 국유림관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조경직렬로 들어오긴 했는데 숲가꾸기 사업이나 조림 등 임업직들이 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림조경직 공무원도 “국유림관리소에 마땅한 조경 업무가 없어 국유재산관리 업무 등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나머지 2명의 산림조경직 공무원도 마찬가지였다.

4명 모두 조경기사, 생태복원기사 등 관련 자격증 까지 취득한 조경 전문인재라는 사실이 무색하다.

‘산림조경직류’를 뽑아 놨지만 실상 현장에서 조경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은 없다는 것이다.

분명 지난해 채용공고에서는 직무내용으로 조림과 숲가꾸기, 산불예방 등과 같은 기존 산림청 업무와 함께 ‘조경’이 포함돼 있었지만 막상 현실에는 ‘조경업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조경직’ 공무원을 뽑아는 놨지만 신규 조경직이 업무를 보고 있는 국유림관리소 등 현장에는 마땅한 ‘조경업무’다는 게 산림청 측의 설명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조경직류 채용이 9급이었기 때문에 우선 국유림관리소에 배치해 업무를 보고있다”며 “본청이 아닌 경우 현장의 조경관련 업무가 많지 않은게 사실. 주로 산림자원 쪽 업무이며 일부 조경관련 업무도 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현재 산림청이 도시숲 정책에 따라 조경관련사업을 확대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곳은 본청의 도시숲경관과를 비롯한 일부 부서에 국한된 것이 사실.

이와 관련해 산림청 관계자는 “본청에서 근무하기 위해서는 보통 7급 이상은 돼야 한다”며 “산림조경직 공무원이 우선 국유림관리소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답했다.

결국 9급으로 채용된 조경직 공무원이 본청에서 관련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7급이상 진급하기를 기다려야한다.

그렇다면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국유림에서 조경업무를 부여할 순 없을까?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국유림관리소에 따로 조경직제 만을 위한 업무를 수립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국유림사무소에 마땅한 조경업무가 없고 업무 신설 계획이 없다면 국유림사무소가 아닌 지방지청이나 본청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급을 공채로 채용하는 방법이 있을 터.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산림청 측은 조경관련 업무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공채의 경우 안전행정부가 실시하는데 조경 관련업무 수요가 별로 없어 조경직에 대한 채용 요청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임업직 9급 특별채용이 실시, 4명의 ‘산림조경직류’ 공무원을 채용한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라면 올해 채용된 ‘조경직’ 공무원들도 국유림사무소에 배치돼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조경직 채용을 강력히 주장했던 조경계 목소리에 대응한 ‘달래기용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 하다.

산림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특별채용으로나마 조경직을 채용한 것은 의미있는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조경직’이라는 이름만 내어줄 것이 아니라 그에 걸 맞는 역할도 부여해야 진정한 의미의 ‘조경직 공무원’으로서 가치를 실현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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