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0일부터 장장 6개월간 국내외 수많은 관람객들을 맞이할 ‘2013순천만박람회’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지난 2012년 한 작가의 참여로 조경계 안팎이 술렁였다. 바로 세계적인 조경가로 손꼽히는 영국의 찰스쟁스가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박람회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손꼽는 것이 바로 찰스쟁스의 ‘순천호수정원’이다.

박람회 테마정원으로 분류된 이 작품은 주박람회장 중앙에 있으며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할 예정이다.

해외 작가로 찰스쟁스가 있다면 대한민국 작가로는 황지해 작가가 주 박람회장 한 축을 담당한다.

영국 첼시플라워쇼에서 2년 연속 최고상을 수상하며 우리나라 정원문화 위상을 높인 황지해 작가의 두 작품이 박람회장에 비중있게 차지한다.

찰스쟁스와 황지해로 대변될 세계 정원의 현주소가 순천만의 한 자락에 펼쳐진다. 박람회를 상징할 두 작가의 작품을 미리 만나보도록 하자.

찰스쟁스, 또 하나의 녹색 순천. 정원에 담다

▲ 찰스쟁스

“서양인들이 한국조경을 바라본 첫 인상은 조성된 도시경관과 그 주변을 둘러싼 야산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대비다. 이러한 대조는 오늘날 공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특히 생태에 공헌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21세기 최고의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이론가이자 지형디자이너, 조경가로 평가받고 있는 챨스 쟁스가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1년 앞두고 있던 지난해 3월 순천시에서 열린 ‘정원박람회와 지역사회의 미래’ 국제심포지엄에서 던진 화두다.

어려울 수 있는 이 같은 화두가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랜드마크로 조성되고 있는 ‘순천호수정원’에 그대로 투영됐다.

-순천을 그려낸 순천만호수와 바람언덕

박람회 준비를 위해 영국을 방문했던 조직위 관계자들이 우연히 만나게 된 찰스쟁스. ‘도시 생태축 복원’이라는 박람회 취지에 망설임 없이 작품 참여를 결정한 찰스쟁스는 그의 딸이자 팀의 수석디자이너인 릴리쟁스와 함께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에 ‘소우주’인 또 하나의 순천을 정원에 담아 구현해 냈다.

지난 2012년 테마정원 참여를 결정한 찰스쟁스와 그의 팀이 3일간 순천에 머물며 자연과 도시의 어울림을 모색한 결과물은 바로 작은 에코 순천을 정원 안에 담아내는 것 이었다.

찰스는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봉화산을 순천을 가장 훌륭하게 상징하는 정체성으로 삼아 순천의 산과 물을 정원에 구현, 도시와 자연의 균형의 상징으로 표현해낸다.

찰스쟁스는 “우리는 인류가 추구하는 상호보완적 대립안에서 조화의 상징을 표출하고자 한다. 도시는 호수이고 강은 다리가 될 것이다. 디자인의 은유는 순천 시민과 방문자들에게 도시와 자연의 조화를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의 설계를 설명했다.

주박람회장의 랜드마크가 될 ‘순천호수정원’은 순천시를 가로지르는 동천의 물길을 끌어 조성된 순천만호수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5개의 바람언덕으로 구성돼 있다.

녹지 축을 이루는 순천의 봉황산, 옥련봉, 오봉산은 밀집된 도심으로부터 자연스러운 산의 경관을 보존하고 인간과 자연 사이의 조화를 눈여겨 본 찰스쟁스는 순천 도심 중심부에 떠오른 봉화산을 중심으로 이를 가로지르는 동천, 주위의 산을 형상화했다.

호수 중앙에 솟아있는 언덕은 도심 한 복판의 봉화산을 상징하고 있으며 호수를 가르는 데크로드는 순천을 가로지르는 동천을 구현했다.

이밖에 난봉언덕, 인제언덕, 해룡언덕, 앵무언덕 등이 주위를 감싸고 있으며 데크로드가 끝나는 지점엔 순천만을 형상화한 순천만언덕이 자리하고 있다.

 

▲ 찰스쟁스의 순천호수정원 조감도
   
▲ '순천호수정원' 조성현장. 각 언덕에 잔디 생육을 돕는 부직포가 덮여있고 순천호수를 가로지르는 데크가 설치돼있다.

-찰스쟁스의 트레이드마크 재현

찰스쟁스하면 떠오르는 것이 흔히 등고선 정원(Contour Gardening)이라고 표현하는 그만의 독특한 마운딩기법이다.

순천호수정원에 조성되는 바람언덕은 그러한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찰스쟁스가 ‘지형만들기 설계’라고 지칭하는 이러한 독특한 구조는 흙으로 조성된 인공언덕과 잔디로 구성된다.

특히 연속된 곡선과 날카로운 엣지가 있는 도로가 기본 원리로 폭 넓은 등고선 파형으로 조성된 점이 눈길을 끈다.

찰스쟁스는 시공전문가인 알리스타 클락과 릴리젱스와 함께 틈틈이 한국을 방문해 순천호수정원의 시공과정을 점검해 왔다.

순천만의 ‘생태축 복원’에 매력을 느껴 설계비도 받지 않고 정원 조성에 나선 찰스쟁스. 하지만 그만의 독특한 기법을 국내에서 실현하기 위해 설계 변경과 마운딩 조성에 따른 신공법 등이 도입되면서 공사비 증액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뒤따르기도 했다.

박람회 개막을 20여 일 앞둔 지금 바람 언덕의 잔디 생육 활성화를 위해 거대한 부직포가 덮여져 있는 상황. 개막과 함께 위용을 드러낸 순천호수정원이 방문객에게 깊은 인상을 줄것으로 보인다.

 

▲ 황지해 작가가 동천갯벌공연장 조성현장에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황지해, 순천만 갯지렁이가 숨쉬는 정원

광주시에 조성될 황지해 정원을 비롯해 국내외 크고 작은 작품과 강연 요청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황지해 작가는 지난해부터 수개월째 박람회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찰스쟁스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박람회장을 상징하는 정원을 조성해야한다는 부담감과 그만의 고집스런 작품에 대한 책임감일 터.

이번 박람회장에 황지해 작가는 ‘갯지렁이 다니는길’과 ‘동천갯벌공연장’ 조성을 맡았다. 그 역시 두 작품에 중점을 둔 것은 순천만의 ‘생태’와 ‘도시’와의 관계였다.

 

▲ 갯지렁이 다니는길 조성 현장 전경

-갯지렁이 다니는 길

한창 작업이 진행중인 조성 현장에는 낯선 조형물들이 먼저 눈에 띈다. 이름도 희한한 갯지렁이똥 모양의 볼라드와 쥐구멍, 불쑥 솟은 손과 발 모양의 조형물도 신기함을 자아낸다.

주 박람회장 중앙에 위치한 찰스쟁스와의 연계성을 강화한 스토리를 담아낸 ‘갯지렁이 다니는 길’. 동천에서 유입시킨 물이 흘러 찰스쟁스의 순천호수로 흘러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여인의 머릿결이 순천만 호수에 시원이 되고 갯지렁이가 다니는 자유분방한 선들을 입체적으로 구현해 위에서 조망하면 전체적인 나뭇잎 형상을 띄고 있다.

선형의 물줄기는 ‘마음을 씻는 다리’, ‘아침태양의 다리’, ‘석양의 다리’, ‘들풀의 다리’, ‘바람의 다리’ 등 5개의 다리가 이어준다.

황 작가의 주요한 작품 특징 중 하나인 폐품을 활용한 미술장식도 작품 곳곳에 발견된다. 바닥 노출콘크리트 속에서 각종 곤충 모형 등으로 구현, 문명의 이기와 생태에 대한 철학을 그려냈다.

갯지렁이 다니는 길에는 갯지렁이 형태의 갤러리와 도서관, 쥐구멍카페, 개미굴 휴게공간, 미친개정원, 씨뿌리는 발, 언덕산책로, 생각하는 의자, 덤불숲파고라 등이 각자의 이야기와 개성을 담아 조성돼있다.

작품 이름 그래도 갯지렁이를 통해 드러나지 않는 곳에 생태계의 가치를 함께 고민하고자 시작된 공간이 바로 ‘갯지렁이 다니는 길’이다.

 

▲ 갯지렁이 다니는 길 정원에 조성된 '씨뿌리는 발' 조형물

-동천갯벌공연장

동천과 바로 맞닿아 있는 수변 공간에 푸른 잔디가 인상적인 ‘동천갯벌공연장’이 있다.

동천에 있는 갯벌공연장은 편백숲이다. 공연장 관객석은 순천만의 본질인 뻘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계단 속에 계단이 자리잡은 독특한 형태의 관객석은 곡선의 콘크리트와 푸른 잔디의 조화가 눈길을 끈다.

낡은 폐선은 화장실 기능을 갖추고 있는 조형으로 문명의 이기와 지켜야할 대상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담아냈다.

 

▲ 동천갯벌공연장 조감도

 

▲ 동천갯벌공연장 실제 조성현장 모습.

“명품작품과 졸작은 작은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오랜 기간 동안 조성 현장을 지켜온 황 작가. 정원 공사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황 작가는 “경계 엣지 등 필요한 전문 자재 수급과 같은데서 한계를 느낀다. 디테일한 부분에 아쉬운 점이 많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황 작가는 “주최측에서 작가 디자인에 대해 간섭이 많다”며 “해외에서는 디자이너의 디자인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그렇지 못하 것 같아 아쉽다”며 국내 정원 디자이너에 대한 존중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 곧 있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관람객들에게 선 보이게 된다.

세계 최고 정원 디자이너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찰스쟁스의 ‘순천만호수정원’과 국내 정원 문화를 세계에 알린 황지해 작가의 ‘갯지렁이 다니는 길’이 담아낸 도시와 생태환경의 조화가 박람회를 찾는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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