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준((주)장원조경 대표·농학박사)
서울은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조금만 불편하다 싶으면 어떻게 해서든 길을 새로 정비하여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려한다. 이렇게 편리한데도 외국의 도시들과 비교하여 볼 때 보도 폭이 좁다는 느낌이 든다.
인구 밀도가 서울보다 높은 도시들도 보도 폭은 서울보다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유독 보도가 좁다. 그리고 보도가 설치된 곳은 꼭 가로수를 심는다. 그것도 아주 대형으로 자랄 수 있는 수종으로, 오래된 도시를 가보면 아름드리 가로수가 서 있고 그 사이에 카페가 있고 카페 앞에는 넓은 공간이 있어 그곳에서 벤치를 두어 사람들이 앉아서 환담을 나누고 있는 외국의 거리풍경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는 개발의 기치아래 조금이라도 땅을 절약하여 사용하고 도로의 기능을 인간보다는 기계와 능률을 우선으로 하고, 가로의 기능 중에 넣을 것은 다 설치하다 보니, 이렇게 보도 폭은 좁아져 다정한 친구 두 쌍이 어깨가 부딪히지 않고 교차하여 지나가기 힘든 보도가 대부분이다. 특히 이 좁은 보도에 조금만 여유가 있으면 사람과 차를 분리하게 위한 녹지띠를 설치하고, 자전거를 위한 시설도 두려고 하니 좁은 보도가 더욱 좁게만 느껴진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 굵어지는 가로수는 경계석을 차도로 밀어 내고, 가지는 무성하여 건물을 해치니, 관청은 민원성 가지치기에 여념이 없다. 악순환이 계속되니 도시의 미관을 아름답게 하는데 일조를 해야 할 가로수의 몰골은 괴상하게 잘려 왜 저 나무가 저기에 있어야 하는지 조경을 하는 사람도 이상하게 생각이 들 정도의 광경을 자아내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이런 시점에서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보도가 좁게 건설된 기존 도시시설에서 보도를 넓히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서울은 오래되고 유서 깊은 도시로서 재건축이 많이 필요하다. 재건축허가를 내 줄 때 마다. 차도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보도를 일정부분 시민들에게 내놓을 경우에 재건축 허가를 해주는 것이다. 이것을 구청의 자율에 맞길 것이 아니라 시의 조례로 명문화하여 시행한다면 보도의 폭이 확보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또 보도 확보를 전제로 한 전체적인 도시 마스터플랜을 작성한 다음 시민들에게 열람하게 하고, 50년 이상 장기 계획을 세워 시가 토지를 사들여 보도를 확보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보도가 넓어져 혜택을 보는 이웃 토지 소유주들에게는 일정한 개발분담금을 거둬 재원을 확충하면 큰 불만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일정한 보도 폭이 주어지면 도심의 가로수에 대해서는 식재에서 관리까지 고민해야 할 사항이 많다.

식재하는 수종은 반드시 대형목으로 심어야하는지 검토되어야 한다. 우리의 가로는 서구와 달리 좁은 도로가 많다. 보도가 있더라도 반드시 가로수를 심을 필요가 없는 곳은 가로수를 심지 말아야 한다. 또 가로수를 심더라도 대형으로 자라지 않는 수목을 골라서 심는 전문가의 아이디어도 내야한다.
대로변에 가로수를 식재하는 위치도 도로에 바짝 붙여 심어 나무가 자라면 나무뿌리가 경계석을 넘어지게해서는 안 된다. 나무가 성장하여 경계석이 넘어져 경계석 보수공사를 하는 사람들은 가로수의 소중함을 몰라 도로를 향해 자란 나무의 뿌리를 절단한 후 경계석을 바로 놓는다. 뿌리가 손상된 가로수가 병이 들어 죽으면 수목을 교체하는 악순환을 계속하는 일은 중단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가로수는 경계석에서 최소한 1미터 안쪽에 심겨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향후에 나무가 크게 자라도 차도와 경합되지 않고 아름드리가 넘는 가로수가 즐비한 도시를 자랑할 수 있다.

가로수를 식재 할 때부터 우리는 너무 완성형을 요구한다. 식재되는 수종이 어떠한 수종이든 식재할 때부터 아름다운 형태를 갖춘 수종을 원한다. 그러니 자연히 지하고가 너무 낮은 경우가 많다. 보도에 가까이에서 달리는 차들은 버스를 비롯하여 대형차가 많다. 나무가 성장하여 지하고가 낮은 가지가 굵어지면 나뭇가지는 교통에 장애가 된다. 자동차에 걸리는 낮은 가지를 자르면 어릴 때부터 자세가 잡혀있던 나무는 기형으로 변한다. 또 굵게 변한 가지를 자르면 상처 부위가 썩게 마련이고, 병들고, 죽고, 교체하는 악순환보다는 처음 식재 하였을 때 수형은 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세월이 흐른 후 어떠한 형태를 갖출 것인가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공사에 관계자들은 작업에 임했으면 한다. 나무는 성장하면서 아름다워지는 생명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닌가?
그리고 심겨진 가로수 관리는 가로수 이웃 건물 주인에게 상당부분 일임을 했으면 한다. 가로수 가지가 자라 건물을 훼손할 것 같으면 건물에서 일정한 거리까지는 자신이 임의로 자를 수 있게 권한을 주어 관리하면 예산도 절약되고 가로수의 아름다움도 유지되리라 생각한다. 또 가지치기를 할 때 일정한 굵기 이상의 가지를 자를 때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승인이 있어야 자를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그래야 함부로 잘라 경관을 해치는 일이 줄어 들 것이다. 요즈음 서울시에서는 가로수 가지치기에 대하여 여러 가지 교육도 하여 가로수의 수형이 많이 개선되기는 하였으나 아직도 겨울철 낙엽이 다 진 나무의 형태는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천편일률적인 적용이 아니라 지역과 용도에 맞는 가지치기야 말로 거리의 경관을 돋보이게 하는 지름길이다.

또 가로수 위에 걸려 있는 수많은 전선들을 정비해야 한다. 이 작업도 많은 예산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장기적인 예산확보와 계획을 가지고 시행해야 할 일이다. 어쩌면 이 전선들이 정리가 되면 가로수를 가지치기하지 않아도 될 구간이 늘어날 것이다.
아무리 가로수를 잘 가꾸려 노력해도 겨울철 자기 집앞 결빙방지만 생각하여 염화칼슘을 많이 뿌려 수목에 피해를 주고, 지나가는 차들이 가로수 가지를 훼손하며 질주하고, 도로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공사자들이 수십년 된 수목의 가치를 몰라준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시민들이 가로수가 주는 효용과 나무의 연륜에 대한 사랑을 가지게 하는 인성교육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주로 들어가는 초입에 늘어선 플라타너스 길과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낸다. 이 길은 사람이 손을 거의 대지 않아서 아름답게 조성된 가로수 길이지 매년 예산을 들여 시행하는 가지치기로 이루어진 길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 도시에는 그렇게 아름답게 조성된 가로수 길이 별로 많지 않다. 앞으로 충분한 보도를 확보하고, 제대로 가로수를 식재하고 가꿀 때, 더 아름다운 도시를 갖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경전문가들은 궁리를 많이 해야 하며 시민들은 가로수에 대한 의식 있는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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