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시민참여라는 실천 행동이 대세다.

정책입안에서부터 지역의 현안까지 다양한 계층의 의견수렴과 참여문화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특히 공원녹지분야에서의 활발한 움직임은 분명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풀어야할 숙제는 여전히 산더미다.

필자가 근무하는 곳은 설립 목적상 민간과 공공의 접점에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행정기관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이를 ‘함께’ 실현할 수 있는 기능적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에 수반되는 많은 쟁점들과 시행착오, 그리고 소통 부족으로 완벽한 완성품을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최선의 결과물을 탄생시키기 위하여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리움처럼 마음 한편에 늘 아쉬움이 남는 건 아마도 참여 주체의 이해관계와 구조적 접근방식 차이를 확실하게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고, 업무 역할분담을 존중하며, 참여 구성원들의 희생과 배려를 고려하여도 의견조율 과정에서 발생되는 이해관계 대립은 참 많은 고통과 인내를 감수해야 한다. 때로는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받는다. 또한 일반시민, 단체, 전문가 그룹이 참여주체로서 의견을 제안하고, 활동을 실행한다 하더라도 그 대상이 개인소유 물건이나 토지가 아닌 이상에는 행정서비스가 필요하다.
행정서비스는 법적 제한범위 내에서 기본적인 절차이행이 있고, 대부분 예산이 수반되며, 이에 따른 책임소재가 명확하다. 참여에 따른 신뢰와 책임이 뒤따르는 이유이다.

이분법적 비유일지는 모르겠으나 행정과 시민참여는 마치 나무와 대지, 가로와 사람, 비움과 채움같이 서로를 필요로 하며, 공생하는 관계이지만 때론 그 경계가 날 선 칼처럼 날카로운 대립과 낯설음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껴안고 가야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최근 조경계 화두중 하나인 정원(문화)산업과 관련하여 경기도에서 격년제로 개최되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시민사회와 행정기관이 함께 박람회장을 완성해 가는 좋은 본보기로 역시 핵심 키워드는 시민참여다.

지역중심의 축제이며, 정원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문화기획가, 공연예술가, 조경가, 지역주민, 환경단체, 지역활동가, 설치미술가,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단체)이 참여하여야 하고, 파트너로서 행정기관과의 소통을 위하여 서로의 눈높이를 맞춰 나가야 한다.

목적과 비전을 공유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단시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역할과 참여 범위에 대한 책임 또한 차 한 잔 마시며 마무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랑싸움을 하듯 밀고 당기기와 외면, 후회, 화해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최선의 결과물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극단적 대립상황을 제외하고 대부분 미세한 것에서 발생되는 의견충돌은 관점과 접근방법 차이로 충분히 조율가능하고 극복할 수 있는 것 들이다. 물론 지난한 시간이 필요하고, 지치기도 하지만 마음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있으면 철길은 하나가 된다. 다행히도 뜨거운 가슴과 깊은 눈빛을 갖고 있는 분들이 우리 주변에는 참 많이 있다. 함께 고민해 주시고, 힘이 돼 주시고, 나눌 수 있는 분들께 너무 감사하고, 덕분에 행복하다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다.

지난 겨울, 그 추웠던 모진 날씨를 견뎌내고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복수초가 활짝 피었다. 존재의 가치를 알게 해주는 정원처럼 시민사회와 행정기관이 그 경계를 넘어 서로를 보듬으며 손잡고 뛰어 가는 모습이 선하다.

 

최연철(경기농림진흥재단 녹화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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