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종목에서 레슬링의 퇴출이 예정이라니 깜짝 놀라는 분위기다.

레슬링이 어떤 종목인가? 우리에게는 1976년 건국 이래 올림픽 첫 금메달 탄생 종목이고 양정모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했을 때 김포공항에서 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했던 감격의 종목이다.

레슬링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 왕조 중기에도 시행되고 있었고 인도, 중국에서도 시작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메소포타미아 등 고대국가에서도 레슬링경기가 있었으며 그 뒤 에게문화를 거쳐 고대 그리스에 계승되어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았고 BC776년부터 고대올림픽의 주요 종목이 되었다.

근대 올림픽에서도 오랫동안 주 종목으로 유지되다가 갑자기 2020년 하계올림픽부터 퇴출이라는 철퇴를 맞고 보니 레슬링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당혹스러운 마음이다. 대한민국 레슬링은 올림픽에서만 무려 35개의 메달을 따내 양궁, 유도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어서 이번 퇴출 결정은 의외라는 분위기다.

레슬링의 올림픽 퇴출보고서 사유엔 ‘레슬링은 인기가 없고 돈이 안되는 종목’이라고 기록돼 있다고 한다. 언제부터 올림픽이 인기와 돈에 결부돼서 종목의 유지여부가 결정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올림픽의 역사가 2500년이나 되며 인류와 함께 해온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현재 레슬링 강국은 러시아, 미국, 터키, 일본, 아랍 순인데 레슬링 강국에 IOC 위원이 지금 한 명도 없다는 것도 퇴출 결정의 항변을 할 기회도 못 잡은 듯하다.

어제 대한체육회 제37대 회장직을 마무리한 박용성 전 회장의 말은 ‘6월에 IOC 집행위원회가 한 차례 더 열리지만 레슬링을 퇴출시킨 집행위원들이 스스로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레슬링계는 2024년 올림픽 정식 종목 재진입을 목표로 철저한 자기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을 했다.

반면 레슬링과 함께 퇴출 후보군에 올라왔던 태권도는 올림픽 핵심종목 잔류에 성공한 이유를 ‘적극적인 변화 노력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 레슬링 관계자에게 흥미가 떨어지는 그레코로만 종목을 과감히 없애고 여자부를 도입하라는 조언을 했지만 거부당하고 그동안 국제레슬링 연맹이 변화 노력을 게을리 하는 등 잘못한 부분이 쌓여서 퇴출의 비운을 맞이한 것 같다”는 말과 대비되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레슬링 관계자의 소회를 들어보면 국제 레슬링계는 그동안 시대에 맞는 변화를 하지 못했고 끝없는 심판판정의 불만이 올림픽 관계자들에게 불편한 사항으로 커져왔으며 48kg 급에서 북한 선수들이 계속 독식을 하자 해당 체급을 없애버리는 등 이해하지 못할 잘못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변화의 격랑 속에서 살고 있다. 2500년의 역사를 가진 레슬링도 변화를 안해서 퇴출의 비운을 맞이하고 있는데 아직도 변화와 개혁의 조류에 따라가지 못한다면 ‘퇴출된다’는 엄정한 사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아프지만 새겨야 하는 현실이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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