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철(한국도로공사 조경팀)팀장
1972년 조경학회의 발족과 함께 1973년 대학내 정규과정으로 조경학과가 신설되면서 국내에 처음으로 조경이란 학문이 도입된 지도 벌써 40여년이 흘렀다. 지난 세월동안 한국 조경계가 그 정도와 수준에 있어 다소간 견해 차이를 보일 수는 있겠지만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는 사실에 대해 부인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대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맞추어 우리 조경분야도 도입 초기와는 달리 상당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업역에 있어서도 독자적인 분야로 점차 자리매김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비약적인 발전과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현재 조경업을 수행하고 있거나 앞으로 조경을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의 갈증을 시원스럽게 해소해주지 못하는 부족함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한국 사회에 있어서 조경이라는 분야가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좌표인 듯 싶다.

미래 한국조경의 가능성 이면에는 정체성의 위기, 이론(교육)과 실천(현장)의 단절, 수요와 공급의 부조화, 설계 문화와 윤리의 미성숙, 법적․제도적 장치의 미비 등과 같은 만만치 않은 난맥이 자리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 40여 년간의 성과를 재평가하고 새로운 시대적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하는 일이 우리 조경학과 조경 업에 요구되는 과제이다.

최근 몇 년간 조경계 각계 각층에서 지난 40년에 대한 재평가와 현재 한국조경의 모습에 대한 고찰을 통해 21세기 한국조경에 대한 재도약을 찾고자 하는 많은 논의와 움직임들은 단순히 40년이라는 기념적 시점에서 치루어야 하는 과정이라기 보다는 지나온 과거와 현재의 위치를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다가올 날에 대한 밑그림을 준비하는 시대 필요적 노력이라고 보여진다.

정부차원에서 건설 경기부양을 위한 SOC 투자확대 등 많은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국내 경제 침체에 따른 건설분야의 어려움이 최근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으며 향후 이러한 외부요인이 조경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와 재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 조경업계 전반의 여러가지 도전 과제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지난 시절 앞만 보고 달리기에 급급했다면 한세대의 흐름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이제 새로운 지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동안 간과했던 것들에 대해서 반드시 바로잡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관한 문제들로는 현실화 되어있지 못한 조경자재의 규격과 유통구조, 명확한 검증을 통해 정립되어 있지 못해 차이를 보이는 품셈과 설계기준의 정비, 조경 업무수행의 근간이 되는 조경관련 법제도의 정비 등과 같이 기준의 불명확함과 때로는 부당함으로 인해 조경계 내부는 물론이고 대외적인 측면에서도 불필요한 오해와 궁색함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을 들 수 있다.

업역의 발전과 확대에 앞서 선행조건으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사안으로 기준 정비와 함께 투명성의 확보를 들 수 있다. 공사 및 설계 수주를 위한 치열한 경쟁은 터무니없는 저가입찰과 관행적인 부당 하도급의 실행으로 불필요한 내부적 출혈을 감수하게 되고 조경계 전체를 평가절하 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근자에 들어 조경분야 각계에서 추진되고 있는 조경관련 기준 정비 및 보완, ‘조경산업진흥법’ 및 ‘한국조경헌장’ 제정 등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은 이런 측면에서 반갑고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와 최근 몇 년간 건축, 임업 분야 등 인접 분야 관련 기본법 제정 등의 발 빠른 도전으로 인해 조경계 내부적으로도 위기론에 대한 공감대가 널리 퍼져 있으며, 이러한 위기론에 대한 논의의 지향점은 사회적 변화에 따른 여러 외부 도전과제들로부터 조경의 영역을 더욱 확고히 지켜내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하나의 뜻으로 변화된 모습을 준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산재한 여러가지 현안사항들과 외부 도전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조경계 각계 각층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수 없다. 이제는 과거의 양적 성장에 치중해 눈앞에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급급해 하기보다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혜안을 가지고 미래사회의 삶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주체로서의 ‘한국조경’이 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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