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기대와 관심 속에서 3번의 도전 만에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이미 두 차례 발사 실패를 경험한지라 국민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았고 성공적인 발사에 이어서 이튿날 국내 지상국과의 두 차례 교신이 이루어지면서 나로호 발사의 최종 성공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우주에서 찍은 자신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당당한 인공위성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 주었다.

우주과학기술 발전이 미국과 소련 냉전시대에 지구에서의 전쟁이 아닌 우주에서의 전쟁으로 비유 되었고 1969년에 미국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미국과 소련이 만들어낸 냉전의 산물이었다.

그동안 우주과학의 최강자는 소련이었지만 달 표면에 먼저 발을 내딛은 미국의 승리로 인하여 우리나라도 우주과학에 대한 동경을 하게 되었고, 가장 가까운 우방인 미국의 성공에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일을 급작스럽게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여 축하를 해주었다. 당시 까까머리 중학생이던 필자도 드닷없는 임시공휴일을 맞아서 하루 종일 흑백 TV 앞에서 아폴로우주선 11호 선장인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겅중겅중 튀듯이 걷는 모습을 수없이 반복해서 보면서 신기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간 44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나라 과학도 엄청나게 발전했다. 만화에서나 볼 수 있던 가상세계가 거의 현실로 나타났다. 무선전화기를 꿈꾸고, 땅과 바다 속으로 기차가 지나가고, 공기와 전기로 자동차가 움직이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나 회의를 할 수 있는 등 만화 속의 공상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다만 달나라로 수학여행을 가는 공상은 아직 만화 속에 남아 있지만 앞으로 그렇게 되지 못한다는 가정을 할 수가 없다. 이미 많은 것이 이루어 졌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수준을 감안하면 우주과학기술이 아직 국가 위상에 걸맞는 정도의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나로호 발사 성공은 매우 고무적인이다. 비록 나로호의 1단 발사체는 러시아에서 완제품으로 들여왔지만 2단 발사체와 위성은 국산이다. 주변국에 뒤처진 우주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거둔 성공이어서 매우 값지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보면 한국형 발사체(KSLV-2)사업으로 2021년까지 순수 국내기술로 3단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이며 이 개발이 성공하면 2025년까지 달에 무인탐사선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려면 여러 문제 중 가장 큰 것이 개발인력과 예산이다. 그동안 나로호가 발사 실패를 거듭하면서 예산이 깎였다는 얘기는 우주개발기술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것이다. 우주개발을 본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와 투자가 필요하다.

조광래 나로호 발사추진단장의 ‘성실한 실패를 용인해줘야 우주기술이 발전한다’는 말은 우주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공용되는 표현이어서 더욱 수긍이 간다. 그동안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공황장애까지 겪고 땀과 눈물을 흘리며 나로호 발사를 성공시킨 대한민국 우주과학 기술자들에게 커다란 박수를 보낸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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