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준((주)장원조경 대표·농학박사)
2012년도 12월에 조경40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우리는 40년이 되면 불혹(不惑)이라고 한다. 이정도의 세월이 흘렀다면 온갖 유혹으로부터 미혹되지 않고 홀로이 생각하여도 될 나이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정작 불혹은 2013년부터 시작되는데 되돌아보면 조경은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그동안 우리와 유사한 학문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조경은 00의 한 분야로써...’라는 말로부터 우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많은 투쟁을 하여 왔다. 그들은 신학문이자 기술분야인 조경을 자신들의 테두리 안에 가두어 자신의 것인 양 우리를 구속하려 하였다. 이미 세상은 조경의 필요성을 알고 조경이 사회에 기여해 주길 간절히 원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양 우리를 자신들의 영역에 잡아두려 해 왔다. 그런 환경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조경인들의 의지는 굳건하여 지금의 조경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영역을 구축하였다.

또한 인간이 필요한 공간을 구현하는 한 축으로 당당히 역사적인 사명을 실천해 왔는데도 조경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치부해 온 세력으로부터 조경의 필요성을 전파하는데 정력을 소모해온 것이 현실이다. 화려한 정원, 부자들을 위한 위락의 장소를 만드는 시녀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항시라도 조경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으로 폄하하였다. 이러한 인식을 전환하는데 많은 세월을 허비해 왔으며, 불혹이 되도록 세월이 흐른 지금 이러한 인식은 많이 불식되었고 조경은 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매김을 한 40년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동안 경기의 부침에 따라 조경은 흥하기도 하고, 시련을 겪기도 하였다. 조경의 영역을 축소시키려는 여러가지 움직임, 조경으로 흥한 조경인들이 다른 업으로 진출하여 조경으로 쌓은 부가 조경의 발전에 쓰이지 않고 소실된 안타까운 일들, 때에 따라 일감이 부족하여 유능한 조경계의 인재들이 다른 업으로 전환하는 사건들을 겪으면서 흘러온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조경인들이 각 분야에서 제 몫을 하고 있으며, 또한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미혹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불혹에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다져온 기반을 더욱 굳건히 하면서 미래를 직시해야 한다.

최근 임업, 원예 그리고 기타 분야에서 도시숲, 도시농업, 환경복원, 경관법 등을 추진하며 다양하게 조경분야를 흔들고 있는 듯하다. 돌이켜보면, 조경은 임업, 원예 및 기타분야 등에 모체를 두고 있고, 그들이 하지 못했던 일을 시도하므로써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새로이 대두되고 있는 이슈들은 조경에서 해왔던 것이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는 영역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의 조경분야가 현 사회에서 새로이 중요시되는 이슈들을 담당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또한 현실이다. 그래서 이런 분야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사람들은 도시숲법을 제정하여 도시의 숲을 더욱 잘 가꾸어야 도시의 기능이 쾌적해지며, 도시에서 농업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도시의 기능이 살아나고, 환경복원법이 제정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복원이 된다는 등의 생각을 하고 있다.

조경은 여러 학문이 합쳐져 태생한 종합학문이라고 배워왔다. ‘천하대세 분구필합 합구필분(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이란 옛말이 있지 아니한가? 사회란 항상 합하면 갈라지고 갈라지면 합하는 것이 이치인 것이다. 종합 응용학문인 조경이라는 큰 나무에서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여러 다양한 업역의 싹이 갈라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경과 유사한 분야가 생기는 것이 조경의 범위가 줄어드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조경의 분야가 넓어져서 나아갈 길이 많아진다는 전향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당연히 조경의 업역을 침범하여 빼앗아 가려는 전문적이지도 않은 세력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더 넓은 신천지를 향한 길을 열어 우리의 놀이터로 만들고 개척해야 위기에 처한 조경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조경분야를 관장하고 있는 국토부의 보호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환경부, 산림청, 농촌진흥청, 문광부 그리고 지경부 등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확산해 나가야 한다. 그 이름이 무엇이라도 좋다. 조경인들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 개발하고 근거를 마련해야만 우리의 앞날에 비젼이 있다. 이와 아울러 조경 관련 학교에서도 여러 가지 교재를 개발하고 변신해서 인재들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분야가 진정으로 클 수 있는 도약기를 맞이하리라 확신한다.

2013년이 시작되었다. 업계는 무겁기만 하다. 학계는 제자들 취업문제로 머리가 아프다. 항상 오르막과 내리막은 있는 법, 올라갈 때는 힘들었고 내려갈 때는 쉬웠다. 쉬울 때는 올라 갈 때 힘든 것을 준비하듯 우리도 이렇게 준비하면 불혹의 나이를 보람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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