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외정원음악회


세상이 좋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뜬금없는 질문에는 이 세상이 좋아지기엔 무언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 아니라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매일같이 치솟는 물가에 경제는 어렵고 생활은 나날이 힘들어진다. 사회는 갈수록 흉포해지는데 이웃 간 오가는 눈빛엔 따스함보다 무심함만이 그득하다.
세상이 좋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한숨 섞인 질문에 대해 며칠 전 들었던 ‘굿컴패니’란 강연을 통해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보았다.

처음 강연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굿컴패니’ 라는 말처럼 과연 착한 회사가 있을 수 있을까,기업체가 착하다는 말을 우리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학의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러나 듣고 본 강연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좋았다. 착한 회사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며, 그렇게 하기 위해 소비자가 해야 할 일에 대한 강연이었다. 회사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이웃을 도우며, 폭리를 취하지 않는 진짜 착한 회사를 구별하여 그들을 지지하는 행위가 착한 회사를 키우고 그들로 하여금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제였다.

강연을 듣고 우리는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는 여지와 이를 지지하는 이가 많아질수록 더 좋은 세상에 대한 가능성이 높음을 알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당장 실천하는 행동을 취함이 옳지 않은가. 나는 이 해답을 정원에서 찾으려 한다. 사람을 돕고 섬기며 나누는 일이란 착한 일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내 코가 석자인 우리가 이웃을 위해 살아간다 함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돕고 섬기며 나눌 수 있는 쉬운 방법 하나를 알고 있다. 바로 가든 볼런티어다.

볼런티어, 즉 자원봉사자로서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고 소외된 사람들을 섬기며 보람을 느끼는 사람은 점차 많아지는 추세이다. 그 중 정원활동을 통해 자원봉사를 하는 이들을 외국에서는 가든 볼런티어라 부르며 일반적인 봉사활동의 일종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가든 볼런티어라는 단어는 생소하다. 정원박람회와 같은 관련 축제가 많은 유럽 등의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가든 볼런티어들은 아직 사회적 인식이 높지 않다.

내가 속해있는 푸르네 정원회사에서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가든 볼런티어 개념을 도입하여 양성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5기까지 받아 활발하게 진행 중인 이 시스템은 이제는 제법 체계적인 구조를 갖추어 가든 볼런티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있다. 이들은 내 정원뿐 아니라 이웃의 정원, 사회시설 내 정원까지 거의 모든 정원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에 기꺼이 참여하고 다양한 정원문화의 창출이 일어날 수 있도록 봉사한다. 이들이 하는 일은 정원가꾸기의 소박한 일부터 시작하여 축제 기획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가든 볼런티어의 가장 보람 있는 일 중 두 가지를 꼽으라면 첫 번째는 정원장터 활동이다. 가든 볼런티어들은 집에 있는 물건들 중 활용할 수 있는 물건을 가지고 와 정원에서 장터를 열어 판매를 한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은 형편이 어려운 양로원이나 어린이 집과 같은 사회시설의 정원시공비로 사용된다. 가든 볼런티어들은 정원시공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정원시공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누리고, 척박한 건물에 생활의 쉼터와 삶의 쉼터를 만들어 주는 나눔의 기쁨을 함께 한다. 이것이 이들이 느끼는 첫 번째 보람이다.

 

 

▲ 정원장터

두 번째는 정원문화축제의 장을 기획하는 활동이다. 정원문화축제는 사람들을 오가닉적 정원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나눔과 소통의 공간이 된다. 축제에는 음식이 빠지지 않는다. 누구든지 즐길 수 있게 마련된 음식들은 식탁에 풍성하게 채워지며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먹고 배부른 아이들은 즐거운 놀이를 통해 한바탕 땀을 쏟는다. 어른들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 아늑한 정원의 맛에 흠뻑 취할 수 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가든 볼런티어들의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그 해의 정원문화축제의 주제를 정하여 주제에 맞는 다양한 강좌를 준비한다. 정원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이들의 강좌를 통해 정원과 환경, 생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정원문화축제에서 사용되는 정원은 볼런티어 활동을 지지하는 단체에서 제공해 준다. 이에 보답하여 가든 볼런티어들은 단체가 준비해 준 정원을 주제를 넣어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시공해준다. 또한 그 주제 정원을 통해 서로간의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 마지막은 야외 정원음악회를 기획하여 정원이 예술과 어우러지는 신명나는 축제의 피날레로 장식한다. 정원문화축제는 비록 일 년 중 단 하루뿐임에도 가든 볼런티어들이 가장 기대하고 기다리는 행사이다.

볼런티어들의 정신인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기 위해서 특별한 장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눔과 섬김은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행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자연과 그 공간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정원에서의 볼런티어 활동은 다른 볼런티어 활동에서 얻을 수 없는 보람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그리고 이 가치의 정점은 가든 볼런티어들에 의해 성장되고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기계문명과 산업문명이 만들어 낸 삭막한 사회는 우리가 함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앗아갔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연이라는 공간과 함께하는 이들의 활약은 잊혀진 이웃의 존재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고 너와 나 구분 없이 함께 하는 사회로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원에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개미와 지렁이, 무당벌레 등 이기적인 마음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각기 자기가 맡은 자연의 순환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다. 작지만 참으로 유익한 존재들이라 할 수 있다. 가든 볼런티어들의 활동도 작지만 이 사회를 유익하게 만드는, 착한 회사가 만들어지게 하는 원동력이다.

나는 오늘도 가든 볼런티어들이 만들어내는 긍적적 원동력으로 만들어질 좋은 세상을 기대한다.

김현정(푸르네 정원문화센터장·원예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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