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연철(경기농림진흥재단 녹화사업부장·공학박사)

 

얼마 전 모 방송국의 ‘놀러와’라는 프로그램에서 세시봉(C’est Si Bon) 콘서트를 보았다. 포크문화의 주체 세대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말할 수 없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공연이 끝나는 것이 못내 아쉽고, 여운이 남아 커튼콜(curtain call)을 수차례 강요하듯 프로그램 연장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가 빗발칠 정도로 세대를 초월한 국민적 관심과 사랑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한다.

어떤 분에게는 흘러간 옛 노래에 대한 향수일 수도 있고, 어떤 분에게는 처음 듣는 가사와 음률일 수도 있겠지만, 힐링이 필요한 시대에 이야기가 있는 세시봉 콘서트는 인간 내면의 순수성을 자극했고, 이 자극은 마음의 ‘공감’과 ‘치유’로 승화되었다. 동시대의 사람들이 원하는 진정한 행복이지 않았을까.

하루하루가 빠르게 변화하고, 인간성이 상실되는 현대도시에서 인간성 회복과 도시문화는 인간 본래의 속성과 삶의 태도에 희망과 행복을 주는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라고 생각한다. 균형있는 삶의 도시환경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오늘날, 역시 그 중심축은 다양성이 결부된 조경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의 다양성이란 전문성과 시대성을 반영한 개념으로 사회과학, 인문과학, 공학 등 도시환경조성을 위한 학문적, 사상적 융합과 전문가, 행정가, 시민, 단체 등 사회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말한다.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상생과 공생의 범주이고, 유연한 사고와 역동적 탄력성이 필요하다. 어렵지만 이시대가 조경분야에 요구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그 일련의 실천은 이미 시작되어 사회적으로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지만, 아직까지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조경분야가 더욱 발전하기 위한 과제일 것이다.

최근의 조경분야 이슈를 살펴보면 건설경기 장기불황, 도시농업, 국가공원, 수생태, 도시숲, 조경기본법, 용산공원, 정원박람회 등이 아닐까 싶다. 크게 묶어보면 국가적 차원의 제도와 공원 그리고 도시적 차원의 도시녹화부문이다. 시대적 요구에 따라 그 필요성과 조성개념, 프로세스 등은 당연히 변화하고 진화하겠지만, 현재 이 두 가지 부문에 오래전부터 강조되어온 것이 인접분야와의 네트워크, 거버넌스, 커뮤니티, 시민참여, 도시재생, 융합 등 상호간의 의사소통과 융복합적 사고이다.

전자가 전문성을 전제로 한 조경계의 주요 업무분야라고 한다면(아직까지 논의 중인 것도 있지만) 후자는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좀 모호하다. 필자의 지식에 한계가 있어 그 접점들을 하나하나 펼쳐 보일 순 없지만 이 시대에 담아야할 조경분야의 ‘사회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가치는 동시대 다양한 개인적 가치가 수렴된 통합적 의미로 사회구성원들의 사회지표가 되거나, ‘문화’라는 강력한 사회현상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우리시대의 조경이 만들어가는 문화는 여전히 물음표다.

한국조경 40주년을 맞이하여 조경분야가 지역사회 및 국토의 환경과 생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기술영역부문은 짧은 역사에 비해 많은 조경가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오늘의 위상을 정립하였다. 지금까지의 도시조경 프로젝트 수행 사례가 주로 공공공간 대상의 공공성 추구에 매진하였다면, 이제는 사회적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하여 개인의 다양성과 사회성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야할 시기다.

일상생활과 더욱 밀착된 콘텐츠를 담고, 사람사이의 관계 형성에 주목하면서 창조되는 ‘조경문화’는 얼마나 세련되고, 의미가 있을지, 또한 새롭게 파생되는 학문은 얼마나 흥미로울지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2013년, 변함없이 봄이 오고 있다. 계사년(癸巳年) 건설사 CEO들의 경영화두가 ‘생존’이다.
새해, 우리 조경계는 많이 힘들겠지만 도종환님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라는 시구(詩句)처럼 흔들려도 우뚝 딛고 일어서 공감과 치유의 공간 그리고 문화 창조라는 ‘조경의 꽃’이 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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