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용(한경대학교 조경학과)

나의 대학 시절은 남들과 마찬가지로 학교생활을 즐기며 1학년을 흘려보내고, 군대를 다녀오고, 시험과 과제에 치여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27세라는 나이와 함께 4학년 졸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입학 전에는 아무것도 모른 체 자신감만 가득하게 ‘최고의 조경가’가 되겠다는 생각과 멋진 유니폼과 안전모를 쓰고 현장에서 지시를 내리는 모습만을 상상했는데, 이제는 졸업과 취업을 고민하는 시기가 되다니 시간이 너무나도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지난 2011년 여름 조경시공현장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선배를 따라서 조경현장에서 일했던 것이 기억이 남는다. 조경시공은 수년간 간직해 온 꿈이었기에 비록 아르바이트지만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뽐내고 싶었고 많은 일을 배우고 싶었다.

비록 학교라는 작은 공간에서 배운 이론적 지식에 불과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고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자신 있게 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첫날부터 무너졌다. 도면이라는 것을 봤을 때 학교에서 캐드로 그리던 도면과의 큰 차이를 느낀 것이다. 물론 나의 공부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학교에서 공부할 때는 도면을 그리는 것만 신경 썼지, 도면을 실제로 어떻게 보고 이해하는지 크게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현장에서 더위와 도무지 생소한 도면과 싸우며, 바로 불과 몇 일 전까지 상상하던(프로패셔날하게 일하는) 나의 모습은 한낱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철망 안에 돌만 계속 집어넣는 돌망태 작업, 양수기로 빗물만 하루 종일 퍼내고 비가 그치면 진흙을 걷어내는 작업을 한 달 이상 계속하며, 치기 어린 생각이었지만 조경을 배우고 싶었는데 ‘보통 인부의 절반에 불과한 임금에 나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돈보다 소중한 경험을 배웠다는 것은 금방 느꼈다. 일한지 2달째가 되자 레벨, 광파기, GPS 측정하는 법도 배울 수 있었고 학교에서 볼 수 없었던 시공전문서적이나 책에서만 볼 수 있던 기계들을 보고 배우게 됐다.

이러한 것을 배우며 ‘학교에서도 이론과 설계만이 아닌 다양한 실습을 병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학교라는 공간적인 제약과 고가의 장비이기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생각, 설계라는 학문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잘 알지만 남학생들의 대부분이 선택하게 되는 시공 실습을 이러한 기회가 아니면 익히기 힘들다는 사실은 조금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졸업 후 아무런 준비 없이 현장에 투입되는 학생은 ‘조경’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도 하고 적응을 못하고 수년간 공부해왔던 ‘조경’을 쉽게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낙오되는 것은 ‘설계분야’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어떻게 공부하느냐’보다 ‘어떻게 써먹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취업의 계절이 다가오고 어려운 조경의 현실을 반영하듯이 이번 겨울은 나와 학교 동기들에게도 매우 추운 겨울이 되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취업 관련 사이트에서도 조경회사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요즘은 조급한 마음과 도대체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함이 함께 찾아오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업종에서는 취업박람회나 중소기업전 등을 통해서 취업관련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조경과 학생들은 교수님들과 친했던 선배를 통해 이야기를 듣는 것이 유일한 정보인 것이 매우 안타깝다.

때문에 조경단체에서 취업박람회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학교나 특정 공간에서 취업설명회라도 진행하는 것이 어떤지 생각해본다.

또한 업체에서 어떤 능력을 원하는지, 취업에 어떤 자격증이 필요한지, 회사마다 다른 성격을 전혀 알 길이 없기에 막막하고 준비를 하는 것도 상당히 힘든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매년 힘들어지는 경기에 조경학과 학생들의 좌절감도 커지는 것 같다.

이러한 취업난에 ‘처음부터 잘못 시작한 것이 아닐까?’라는 고민도 수십 번 해본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어린 나이이기에 어려운 조경업계가 다시 좋아질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가져보고, 어서 빨리 취업해서 나도 이러한 조경업의 어려움 탈출에 작은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굳은 다짐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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