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현 객원 논설위원(경관제작소 외연 대표·한국조경사회 차기 회장)

올 한해 말 많고 예상을 점치기 어려워 그만큼 정신없었던 대통령선거도 이제 끝나고 또 연말이 되었다.

대선과 맞물린 탓인지 경기침체의 나락 때문인지 예전의 X-mas 분위기와는 다르게 가로나 건물의 장식과 조명이 축소되어 단촐하고 소박해지며, 잘 들리지 않는 캐롤송의 빈도 등으로 봐서 확실히 가라앉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이 땅에 평화를 위해 오신 예수님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기뻐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2012년은 조경계도 예외없이 직격탄을 맞은 어려운 한해였고 우린 많은 고백록과 참회록을 써내야 할 판이다. 그동안 양적 성장의 파도타기 놀음에 정신없었던 우리의 자세와 태도를 뒤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후 60년의 압축성장해 온 한국경제의 한축인 건설분야에서 후발 신생부문으로서의 조경 40년 세월을 정말 정신없이 달려온 결과 지나온 풍경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천천히 걸어올 때 볼 수 있는 경치를 놓친 것이다.

경기 좋은 호시절에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 소홀히 한 결과 전환기의 요즈음 알몸으로 세찬 비바람을 맞고 서있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며칠 안에 ‘한국조경 40주년 기념행사’가 있을 것인데 부디 자축의 시간보다 자성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이러한 기간 중 35년을 함께 지내오며 책임의 일부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한 필자의 자책적 고백이기도 하다.

나름 긍정적 생각과 적극적 생활태도를 가지고 조경에 대한 열정과 자부는 뒤지고 싶지 않은 자세를 견지해 왔지만 평소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직업관에 비춰 봤을 때 정말 자족하기엔 너무나 현 상황이 허탈하기까지 하다. 그동안의 양적 성장의 결과를 결코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 열매는 너무 과거형일 뿐 그다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이젠 질적 성숙단계로 우리 조경계가 전환하고 진입해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섰다. 자연히 우리의 의식과 생각, 행동과 자세, 법과 제도 등에서 선진국 적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중진국, 개발도상국 수준의 문화의식과 정치행태, 행정서비스, 법적 제도들을 그대로 안고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2013년은 선진국적 사고로의 전환이 꼭 필요한 때이다. 더 이상 과거 지향적 고백록이나 참회록, 시시비비가 아닌 미래지향적 명상록이나 수상록, 비전 제시를 써나가야 할 때인 것이다. 작년엔 한국조경사회의 30년, 올해는 한국조경학회 40년이 된다. 조경 태동이후 40년이 양적 성장의 시대였다면 이제 방점을 찍고 내년부턴 새로운 50년을 향해 질적 성숙의 시대로 나아가는 의식 전환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때마침 새해엔 조경학회와 조경사회의 집행부가 교체되고 재단의 이사진이 개편될 것이다. 필자도 그 연장선상에서 많은 책임이 주어지는 한국조경사회의 차기 회장을 맡게 된다. 아직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 조경사회의 기능과 역할, 해야 할 업무와 추진내용들은 따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분야 내에서도 계획을 포함하는 설계용역, 시공과 감리, 소재생산과 자재개발, 유지관리 등 여러 직능들이 있지만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능부문에만 관심이 있는 자가 아닌 조경분야 전반의 사정과 형편을 잘 아는 자가 필요하고 이러한 자가 진정한 조경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법과 제도에 관심을 집중적으로 가져야 할 때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는 이 부분에 너무 취약해서 존속의 기로에 있으며 고사 직전의 상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얘기가 피부에 닿지 않는 조경인이 있다면 제대로 된 조경전문가가 아니거나 어느 한쪽 직능에만 치우쳐 있는 상황일 것이다. 아니면 그 뿌리가 의심되는 사람일 것이다. 다시 한번 조경사회와 조경학회 역할과 기능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동참하는 열정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형편임을 공감하고 행동할 시기이다.

자본과 기술, 지식을 갖추어진 상태라도 사업에 실패하는 자의 대부분(85%)은 부정적 사고와 태도 때문이라고 하는 글을 본 적 있다. 반대로 성공한 사업가의 경우는 좋은 추억과 주위의 사랑을 충분히 경험한 자가 많다고 한다. 근데 이것은 작은 태도와 잔잔한 관심이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올해에 창업하여 사업을 시작한 필자에게도 뜨끔하게 적용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조경계에도, 조경사회에도 적용시켜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작은 태도는 일전에 이 칼럼에서 언급했던 최초의 유인우주선을 탔던 유리가가린의 예에서도 볼 수 있다. 비슷해서 우열을 가리지 못한 예비우주인 후보 중에 가장 젊은 가가린이 선정된 건 최종모의 탑승심사시에 유일하게 신발을 벗고 탑승준비를 하고 있는 색다른 모습이었다고 한다.

새해엔 선진적 사고를 가지고 작은 태도에 신경써서 “할만큼 했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말에 그치지 말고 “끝까지 해냈다”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가짐을 다잡아 보아야 한다. ‘진정한 조경전문가’인 여러분의 격한 분발을 기대한다. Good Christmas and Chic New year, Happy Ever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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