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회는 욕심이란 본능으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들어 보실까요? 다람쥐는 민첩하게 뒷돈을 챙겨줍니다. 온천에는 접대여행 온 원숭이가 즐거워하는 군요. 코끼리는 긴 코로 촌지를 받습니다. 청탁을 받은 고릴라는 걱정스런 마음에 가슴을 쳐댑니다. 이때 검은 돈을 건네받은 카멜레온은 검게 색이 변하고 마는군요. 쩝쩝접…’

상기 내용은 공익광고협의회에서 제작하여 얼마 전까지 라디오 방송에서 나왔던 부정부패 방지 공익광고 내용이다. 동물들의 행동을 부패한 인간들에게 비유해서 패러디를 한 것인데 몇 번을 듣다 보니 과연 이것이 공익광고가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며 잘 살고 있는 동물들을 인간의 편의에 의해 폄하되고 왜곡되어 명예훼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린이가 듣고서 동물들을 그렇게 인식할까 두렵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양식으로 삼지만 먹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저장하여 이듬해 참나무가 번식하는데 중요한 수단을 제공하는 매개자인 셈이다. 참나무 입장에서 보면 자손을 번식시켜주는 것이 고마워서 생산량의 일부를 먹이로 제공하는 그야말로 상생하는 생태계의 표본인 셈인데 인간들은 그것을 민첩하게 뒷돈을 챙겨주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일본원숭이 중에 온천을 즐기는 종이 있다. 그 덕에 그 원숭이가 있는 지역은 관광객이 모여들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고마운 존재인데 그것을 접대여행이라고 비유를 하는 것은 어이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아는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라서 과자를 주면 코로 받는데 그게 촌지로 바뀐다면 어린이들이 주는 과자는 촌지란 얘기가 된다. 또 고릴라는 원래 순한 동물인데 가슴을 치는 것은 걱정이 많아서가 아니라 자기 과시를 하기 위해서 손바닥으로 자기 가슴을 친다고 한다. 카멜레온은 주위 변화에 따라서 몸의 빛깔을 바꾸어 환경에 잘 적응하는 대표적인 동물인데 졸지에 검은 돈을 받는 흉악한 동물로 전락됐다.

지금 우리 사회는 추악한 뇌물사건으로 맨붕 상태가 되고 말았다. 가장 깨끗해야 할 검찰의 고위 간부가 거액의 검은 돈을 먹고 색깔이 변하기는 커녕 뒷돈을 받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최고 권력의 주위에 있는 실력자들이 검은 돈을 챙겨 받고 거짓말로 변명하다가 국민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겨 주고 말았다.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은 5천년 역사 동안 931번의 외침을 당했어도 한민족의 역사와 뿌리를 유지했고 IMF를 비롯한 여러 차례의 경제위기를 벗어났고 지금도 그 과정에 있다. 결코 뒷돈으로 국난을 극복하지 않았다.

검은 돈을 먹은 부류들이 부정부패 방지 공익광고를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공익광고를 동물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쯤으로 해석한 것 같다.
작가 이외수 님의 ‘대한민국에서는 방부제도 썩는다’는 글이 너무 부끄럽다.

내원참!
동물들아, 명예를 훼손하게 돼서 정말 미안하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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