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은 시진핑을 중국 국가 서열 1위인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임명하면서 중국의 권력 이동이 끝났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1인자에 오르기까지에는 부친의 후광이 있기는 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인고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부친의 공산당 당내 문제로 어린 시절 이미 몰락을 경험한 그는 복권이 되고나서 중국 고위 간부의 자제로서 군문의 길을 가면 편안한 장래가 보장되었지만 중앙 무대가 아닌 지방 기층으로 내려가 실무를 쌓겠다는 변화를 택했다. 허베이(河北)성 스좌광(石家莊)시 정딩(正定)현에 내려가서 기층경험을 쌓으면서 후일 5세대 정치 지도자 가운데 시진핑이 가장 두드러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 중에 룽궈푸(榮國府)를 개발하여 정딩현을 전국적인 관광지로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 큰 업적이다.

중국 소설 중 ‘홍루몽’이란 작품이 있다. 홍루몽은 중국 소설 중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일컫는데 18세기 중엽 청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당시의 사회상을 광범위하게 다루었다. 내용은 한 가문의 몰락을 그린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대하소설 ‘토지’와 닮은 점이 많다.

그 홍루몽 드라마의 배경이 된 곳이 룽궈푸인데 시진핑은 이곳에 청나라 시대의 거리를 복구해 유명한 관광자원으로 개발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소설 속의 홍루몽이 스토리텔링으로 엮어져서 그 지역 경제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고 중국 관광지 개발의 모범적인 사례로 자리잡았다.

이 성공이 발판이 되어서 시진핑은 경제 개발과 반부패 활동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이뤄냈고 종국에는 중국의 1인자로 등극했다.

우리나라에도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 원작 소설도 많고 세트장과 실제 모습을 재현한 곳도 여러 곳이 있다. 소설 토지의 최참판댁이 건립된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가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가뜩이나 지역 경제가 안 좋다고 한다. 그래서 투자할 자본이 없다고 한다. 당장 먹고 살기가 급급하고 복지가 필요해서 다른 곳에 예산을 배정하기가 곤란하다고 한다.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일에도 투자가 따라줘야 돼야 장기적으로 먹거리가 생긴다. 그것이 근본적으로 복지를 해결하는 일이다.

국내 여행 장소 중 풍광이 아름답고 고궁이나 사찰 등도 좋기는 하지만 스토리가 엮여진 관광지는 한국 관광의 새로운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 시진핑의 블루오션은 지역과 어우러진 스토리텔링을 살린 홍루몽이었고 그런 정책이 국가 주석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

우리에도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되는 장소가 많다. 이런 곳을 발굴하여 만들어내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억지춘향식의 짜맞춤은 실패를 가져온다. 나비축제로 대성공한 지역에 뜬금없이 ‘뱀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싶다. 그런 면에서 시진핑의 홍루몽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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