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순 객원 논설위원(대창조경건설 대표·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 부회장)
약속하지 않아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 앞에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

물결치는 농촌의 황금 들녘과 티끌 한 점 없이 푸르른 하늘가에 만발한 코스모스 향연을 바라보며, 안개 속 업계 상황도 계절의 변화처럼 맑게 개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누차 적시 하였지만 조경업은 기존의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생명체를 생태적, 기능적, 경관적으로 복원하고 조화롭게 재구성하여 기후 변화와 산업화로 인하여 점차 사라져 가는 자연생태계 야생 동·식물의 보호를 위한 서식처를 제공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창출하여 인간의 삶의 질을 쾌적하고 윤택하게 해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지속가능한 산업이다.

그러므로 조경이 갖는 공익적 가치는 경제적으로는 논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조경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탄소배출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조경 산업에 대한 관계 부처나 업계의 시시각각 변하는 흐름에 대응하는 사고와 인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부족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잦아진 예측 불가능한 기후 변화와 인위적 환경에 따른 급격한 자연 생태 질서의 파괴는 조경 산업에 큰 위협이 될 뿐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의 안정적 유지 기반에 대혼란을 가져 오고 있는 것은 국가와 인류에게 위기라고 할 것이다.

유형적인 면에 무형적인 가치를 지니는 자연 환경과 생태계의 질서는 한 번 깨지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조경에 대한 각계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따른 정부나 관련업계에서의 제도적, 기술적인 구체적인 발전방향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에 대한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머물게 뻔하다.

이제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상향조정 된 만큼 그에 걸맞게 국민들의 삶의 질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복지를 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경 산업이 그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은 표심잡기에 갖가지 복지정책을 남발하고 있지만 당장 가시적 정책만을 내놓아 유권자들을 설득하고있다. 진정한 복지는 생활의 안정 그리고 건강하고 소박한 즐거움을 위한 쾌적한 환경과 도심의 녹지 공간 확보는 물론 지속적인 녹색성장의 분위기 조성에 있다.

올 한 해에도 세기에 단 한번인 가뭄과 긴 장마 그리고 두 번의 태풍과 불산 누출 사고에 많은 농민들과 조경인들의 가슴이 타들어갔음은 물론 아까운 인명과 엄청난 경제적 손실도 가져왔다. 이는 단순한 재난이라기보다는 잘 지키고 이용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의 방관도 한 몫 했다고 본다.

그러므로 조경 산업 육성과 조경 산업계 현재 진행되고 현안들을 심도 있게 돌아보고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 민생과도 무관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자연생태계와 좀 더 가까운 환경을 만들고 나무들이 살 수 있는 최적의 바탕을 만드는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발전 방향으로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는 인식과 문제 해결의 기회로 삼아야할 것이다.

예컨대 인공지반에 식재된 수목은 자연지반의 지하수 수분공급의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고사율이 높은데 비하여 이에 따른 조경계획·설계의 반영은 미미한 실정이다.

가뭄에 대비한 인공지반의 녹지대에 관한 살수 관개시설의 도입과 장마와 태풍에 대비하여 심토 배수에 필요한 단위녹지를 기준으로 슬라브 하부로 배수공 도입을 설계 당시부터 반영하여야 한다. 또한 대형목의 식재시 토심의 미달에 대한 대안마련과 임해매립지의 염분 차단을 위한 토양 개량제와 근원적인 염분차단 기술력의 개발이 요구된다.

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설계와 잘못된 것을 시정하는데 발주자 편의의 일방적 사고에서 벗어나 발주처와 시공사간에 의견 교환이 원활히 이루어져 피해를 최소화 할 능동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관건이다. 자연 재해에 대한 예산 당국의 지속적인 관심과 전문기관의 기술 용역을 통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며, 이에 융통성있는 시공과 법 적용도 필요하다.

조경공사에서 발생하는 ‘하자'는 조경인만의 고통으로 해결되는 단순한 재시공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과의 부조화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조경 산업이 지속성장 가능하기 위해서는 상생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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