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시가 탄성포장재의 성능을 직접 검사한 결과 96%가 기준치 미달이라며 조사대상 절반 가까이를 해당 업체에게 재시공(대체납품)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제재를 받은 업체 25개사 중 18개 업체가 “대체납품 할 이유가 없다”며 행정 소송을 제기하는 등 즉각 반발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일 관내 25개 기관(사업소 5, 자치구 20)에서 지난 2010년 이후 시행한 공사 142건(97억 원), 236개 현장을 대상으로 지난 3월에 실시한 탄성포장 시공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놀이터 탄성포장 불량은 업체 시공 잘못 탓”

시는 2011년 이후 시행한 144개소 공사 현장에 대해 현장별로 중앙부분과 외곽부분에서 시료를 각 1개씩 채취해 공인 시험기관에 인장강도, 신장율, 인장응력 등에 대한 품질시험을 의뢰한 결과 139개 현장(96.5%, 37억5300만원)에서 인장강도 등이 품질기준에 미달됐다고 밝혔다.

또 시공 완료 후 2년 미만인 2010년 시공된 어린이놀이터 등 55개 현장 충격시험 결과, 두부상해 기준값(HIC)이 15개 현장(27.3%)이 기준치인 1000을 넘어 불합격 됐다.

두부상해기준값(HIC)은 사고 시 머리에 가해지는 상해정도를 나타내는 값으로 이 값이 1000이상이면 중상 이상의 상해를 입을 확률이 높아진다. 즉 이 수치가 넘는다면 아이들이 놀이터 시설물에서 떨어졌을 때 큰 부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 외에도 검사 현장 중 24%에 달하는 56건이 두께 부족 등 규격 미달 시공이란 평가를 받았다. 14개 현장에서는 규격서에 정한 단면현상이 상부와 하부를 합한 탄성층이 9.5cm를 유지해야 하지만 이에 혼합골재 지지층을 덧붙여 기준을 맞추는 등 임의로 변형해 시공했으며 42개 현장에서는 두께를 부족하게 시공했다고 지적했다.

또 탄성포장재는 조달청에 계약 의뢰해 관급으로 시행토록 돼 있는데도 도급공사를 설계변경해 당해공사를 사급으로 시행, 공사비를 과다 지급한 사례도 5건 적발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감사를 통해 탄성포장재의 규격 및 품질을 부실하게 납품·시공했다고 판단한 업체에 대해 141개 현장(약 38억 원)을 대체납품(재시공)하도록 조치했다. 또 21개 업체에 대해 ‘입찰참가 제한’과 ‘쇼핑몰 거래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조달청에 요구했다.

서울시 기술감사팀 관계자는 “납품·시공업체의 증가와 공사관계자의 부족, 관리자 무관심, 적극성 부족 등 복합적인 문제점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품질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시공업체가 현장에서 정밀시공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업체들이 조달청과 계약 당시 품질기준(KS)으로 제시한 시료의 품질과 현장 시공 품질 차이가 매우 크다. 1년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장에서 시험편을 채취해 품질을 확인한 곳이 한 곳도 없는 등 현장 관리 책임을 갖고 있는 공무원 책임도 크다”며 “앞으로 현장에서 같은 시공조건으로 의무적 품질시험을 하도록 관련 규격서 개정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와 함께 설치검사시 HIC의 기준값도 낮추도록 기준 개정을 요구,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감사의 가장 큰 논란이 불거진 것은 서울시가 감사를 통해 발견된 어린이 놀이시설 탄성포장재 ‘안전’ 문제의 책임을 ‘업체’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 감사 대상을 2010년과 2011년 시행 공사를 대상으로 삼았다. 이 기간에 공사된 현장은 조달청 물품구매 계약일반조건에 따라 계약상대자는 납품(시공 완료) 후 2년간 품질을 보증해야 하고, 품질이 계약내용과 다를 때 시공업체에 자재비 회수나 재시공 조치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감사로 대체납품 또는 재시공을 해야하는 141개 현장 추산 공사비가 약 38억 원. 하지만 실제 이를 다시 재시공하기 위해서는 철거 작업부터 폐기물 처리까지 약 3배의 시공비가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재시공 조치를 받은 업체로서는 어마어마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적용 잣대 잘못, 업체 책임 전가”

이에 대해 탄성포장재 납품·시공업체 측은 ‘기준 적용이 잘못’됐고, ‘시험방법도 잘못’됐으므로 ‘재시공 요구 논리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업체들은 탄성포장재는 공산품과 같은 품질 보증 대상이 아니며 1년간 품질을 동일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항변한다.

업체 관계자는 “탄성포장재는 일반 공산품이 아닌 현장 시설 제품이다”며 “특히 화학물질이 첨가된 제품으로 지표면 온도, 하중, 압력과 자연 환경에 따라 성능 유지 기간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어떻게 일반 공산품과 똑같이 적용할 수 있나”라고 반박했다.

이어 “탄성포장재는 현장 설치공사이기 때문에 토목공사 적용을 받아야 함에도 똑같은 공산품 적용을 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 업체 관계자는 “서울시가 1차적으로 합격해줘 놓고 업체에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닌가”라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즉 놀이시설안전관리기준에 따라 설치검사를 진행하는 등 적합한 준공 절차에 따라 진행된 공사라는 것이다.

또한 시험 방법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업체 관계자는 “서울시가 의뢰한 두 국가 시험기관인 한국생활안전시험연구원과 한국화학시험연구원의 시험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제품을 가지고 검사한 결과 그동안 놀이시설 분야를 맡아왔던 한국생활안전시험연구원은 탄성포장 하부인장능력 시험을 측정할 방법이 없어 ‘측정불가’란 값을 내놨는데 탄성포장이 아닌 모래나 흙 등을 기준으로 검사한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서는 모두 ‘불량’이란 검사 결과가 나와 이를 신뢰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번 감사를 통해 제재 조치를 받은 21개 업체 중 4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18개 업체는 모두 서울시를 상대로 “재시공 할 수 없다”며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진행 중이다.

“계약은 운동장용, 시공은 놀이터 기준 따라 문제…어린이놀이터용 단체표준 따라야”

그렇다면 이와 같은 대규모 어린이놀이터 탄성포장재의 불량 검사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들은 ‘어린이놀이시설용’ 전문 탄성포장재의 규격이 제정되기 이전 ‘기준 부재’로 인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올해 5월 (사)한국운동장체육시설공업협회가 어린이놀이시설용 현장포설형 충격흡수바닥재 단체표준을 제정하기 전까지는 어린이놀이시설에 마땅히 적용할 규격이 전무했던 것이 사실.

이번 감사 대상이었던 놀이터는 조달청에 의뢰해 관급공사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업체들은 조달청과 납품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해 5월 협회가 어린이놀이시설용 탄성포장재 단체표준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마땅한 규격이 없었고 그나마 한국기술표준원이 2011년 4월, KS표준(KSF3888-2)이 제정되면서 작년부터 이를 조달청 계약 시 적용해 왔다는 것이다.

이번 어린이놀이터 검사 대상도 이 기간(2010~2011년) 준공된 것으로 서울시도 조달청 계약에 따라 KSF3888-2를 기준으로 안전도 검사를 실시 한 것.

하지만 “조달청과 계약당시 기준인 KSF3888-2는 학교운동장 현장포설용으로 높은 탄성도를 요구하는 어린이놀이시설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라며 “당시 기준이 KS표준 하나밖에 없는 실정이다 보니 업체들이 어린이놀이시설에 사용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조달청 계약을 위해 이 기준으로 계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시공·설치에서는 조달청 계약당시 KS표준 기준 제품이 아닌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기준에 맞는 것을 써야했다”고 말했다.

즉 KS기준은 조달청 계약 품질기준과 시공현장에서의 공법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란 설명이다.

또 어린이놀이터 탄성포장재의 불량 검사 기준을 ‘KSF3888-2’으로 둔 것도 잘못이란 해석이다.

박종부 한국운동장체육시설공업협회 전무는 “조달청, 지자체, 업체 모두 용도와 목적이 다른 규정을 억지로 끼워 맞춰왔던 것이 문제”라며 “특히 경도가 강한 학교운동장 포설용인 KS기준이라면 안전한 두부상해 기준값(HIC)이 도출될 수 없다”며 그동안 어린이놀이터의 탄성포장재 사용에 안전상 허점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무는 “애초에 학교운동장 시설에 적용될 규정을 어린이놀이터에 억지로 적용시켰던 것이 문제”라며 “놀이터에 맞지 않는 KS 규격을 입찰을 위해 무리하게 시공에 적용한 업체들의 문제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5월 제정된 어린이놀이시설용 단체표준을 적용하면 시공 불량이나 안전성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라며 “지금이라도 각 탄성포장재 관련 업체들과 자치구가 단체표준 적용을 더욱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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