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미(LH 주택디자인처장,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어휴. 덥네요. 이 더위에 어떻게 지내세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주고받는 인사다. 낮이고 밤이고 더위가 가시질 않아 한낮 대기가 뿜어대는 열기에 지치고 열대야에 잠까지 못 이룬 이튿날은 통 기운이 차려지지 않는다.

작년에는 비가 너무 자주 와서 식재지에 물이 차는 바람에 수목 하자가 많이 발생했고 올해는 긴 가뭄과 불볕더위에 나무가 고사 직전이라 현장은 비상이다. 연일 수목 고사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물차 비용을 계상해달라는 시공사 요구에 자연재해로 처리해야 할 지 고민이라는 공사 감독의 얘기를 듣다 문득 올해 못지않게 더웠던 1994년의 여름이 생각났다.

1992년 초 본사에서 분당 사업단으로 인사발령이 나서 1993년 모란 공공공지, 2단계 1공구 조경공사 현장을 거쳐 1994년 분당 신도시 기반시설의 마지막 시공구간인 6단계 1, 2공구의 조경공사 감독으로 근무했었다. 무더웠던 1994년 여름, 조경공사의 감독으로 일했던 때가 궁금해져 입사 이후 적고 있는 일기 겸 업무일지를 찾아 읽으며 잠시 옛 생각에 잠겼다.

그 당시 일기 한 토막.
<1994년 7월 30일. 맑음>
- 2주일도 넘게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열대야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함에 종일 졸음이 가시질 않는다. 2공구 효자건설의 수목 담당 장과장이 낮에는 나무가 타들어가 물을 줄 수 없고 새벽과 해가 진 후 물을 주느라 요즘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고 하소연이다. 이파리가 축축 처지고 계속 나무들이 말라가는데 인부들도 지쳐서인지 신경이 날카롭기만 하다. 걱정이다. -

고급스런 연립주택들이 지어지고 있던 6-2공구 현장에서 발갛게 타들어가던 중국단풍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18년이 지난 일이고 그 때나 지금이나 현장감독 고민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흐른 세월을 무색하게 한다.

NOAA(미국 국립 해양기상청)에 따르면, 극궤도 위성이 관측한 지구 표면에 덮인 눈을 분석한 결과 북아메리카와 아시아 대륙의 눈에 덮인 면적이 최근 20년간 약 10% 정도 감소한 것이 발견되었고, 북극은 빙하의 두께와 면적이 모두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 평균 기온이 1980년대 이후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는 것과 눈에 덮인 면적이 감소한 것이 거의 시기적으로 일치하는데 초기에는 기온의 증가가 주로 고위도 지역에서 나타났으나 최근의 기온 증가는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폭염을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환경운동가들은 이상 기후현상에 의해 자연재해가 급증하고 있으며, 자연재해의 원인이 지구온난화에서 기인하며 이로 인해 기존의 기상 질서가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구 온난화는 화석 연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축산폐수 등에서 발생하는 메탄 등 온실가스들이 대기로 들어가 잔류하면서,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들어오는 짧은 파장의 태양 복사에너지는 통과시키는 반면 지구로부터 나가려는 긴 파장의 복사에너지는 흡수하여 지구 대기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작용을 말하는데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약 60%를 이산화탄소가 차지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상승 이외에 빠른 해빙에 의한 해수면의 상승, 사막의 확대, 해수면 온도의 전반적 상승 등이 이미 발생하고 있다.

1860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웠던 14년이 최근 20년 중에 속해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춘하추동 4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도 근래에는 봄, 가을이 실종되고 ‘무척 덥다’와 ‘아주 춥다’가 반복되는 것 같다.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소중한 지구의 온난화를 방지하고 제한된 자연자원을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조경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는 환경문제가 생존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공간의 조경 설계 시 기온 상승을 방지하고 자원 순환율을 높이기 위해 바람길이 닫히지 않도록 공간을 배치하고 우수가 지하로 침투되도록 분산형 투수 설계를 도입하며, 관리가 최소로 요구되는 저관리형 수공간 조성, 녹지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계획 등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수목의 원활한 생육이 가능하도록 양호한 식재기반을 선 조성한 후 수목의 생태적 특성에 맞는 배식 설계안을 작성함으로써 계획단계부터 하자 발생을 줄이고 식재 적기에 수목이 식재될 수 있도록 공기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큰 수목을 선정하여 식재계획을 수립하는 등 설계 및 공사 시 생명체인 자연자원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상생활에서도 승용차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저감시킬 수 있도록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고 먹을 만큼 조리하는 습관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가며 과도한 일회용품 사용과 지나친 냉난방 습관에서 벗어나는 등 미래 세대를 배려하는 생태적 삶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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