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순(대창조경건설 대표·이학박사)
모처럼 하늘에서 단비가 내렸다.

최근 두 달동안의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시공한 조경수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조경인들 가슴은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올 봄 가뭄은 1908년 서울 기상청에서 관측한 이래 104년 만의 가뭄이라고 한다. 오호츠크 연안의 고기압이 우리나라의 무더운 지열 때문에 상공에서 넘어오지 못하고 정체 되어서라고 한다.

뉴스 보도에서는 이러한 현상은 온실가스로 대기가 더워지면서 알래스카와 극지방의 빙하가 급속도로 녹아 그 면적이 줄어드는 대신 지면이 드러나는 바람에 지열이 급격히 상승하여 대기가 뜨거워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세계적인 기상기구의 발표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엘리뇨가 발생하면 동태평양 인접 남미지역에는 홍수가, 서태평양 인근 동남아시아에서는 극심한 가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건조한 날씨로 인해 곳곳에서 산불이 빈번히 일어나고 수원지가 말라 농산물 수확이 줄어들면서 농산물 값이 폭등하고 공업용수의 부족으로 공산품값이 뛸 것이며 식수공급마저 위협을 받게 된다. 특히 가뭄은 살아있는 수목을 다루는 조경업계에는 최악의 비상 상황이 된다. 이를 천재지변 이라고 하늘만 탓할 수만 없다.

어쩌면 그간의 미흡한 대책을 볼 때 예견된 재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면서 어느 정도는 인간의 지혜와 발 빠른 대응으로 이를 극복하고 실천해 나가야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가뭄이 심하면 민심이 흉흉해졌다. 그래서 슬기로운 임금은 치수에 힘썼다. 그런데 문명의 발달로 첨단공법이 개발된 오늘날도 가뭄과 홍수가 반복된다. 이는 예방과 지속적 유지관리 그리고 노력없이 사후약방문의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하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 우리 조경인들의 시각에서 볼 때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주변 환경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주범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실감한다.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등 포장면적이 늘어나고 이러한 불투수층의 증가는 지하수를 고갈시키고 태양복사열을 높여 도심의 평균온도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특히 고층건물과 유동인구의 집중으로 인한 자동차의 유동량이 많은 서울강남권의 경우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 다른 지역보다 하절기 기온이 5~6도 더 상승하고, 여름철 냉방기 사용의 증가는 염화불화탄소 등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물질을 많이 배출한다.

올해처럼 봄 가뭄이 극심한 자연재해를 자연현상이라고 하늘만 탓 할 수만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식재공간이 갖는 공익적 가치는 우리 삶의 질을 높이고 실질적 시너지 효과도 크다. 도심의 공원녹지 공간과 고층건물 주변의 식재는 콘크리트 태양복사열 흡수를 적게 하여 외벽의 온도를 낮춰주고 가로수는 열전도율을 낮춰 도심열섬현상을 막아줄 뿐 아니라 각종 유해물질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정서함양과 동식물의 서식공간을 제공하며 자연생태계의 중요한 거점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여야 하는 조경공사의 경우 시공시 시방서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준공 후 생육과 활착에 필요한 전정, 병충해 방제, 관수, 제초작업 등 유지관리가 반드시 병행 되어야 한다.

일부 정부투자기관에서는 수년 전부터 수목의 생존에 필요한 유지관리 비용을 반영하여 발주단계부터 예산을 편성하여 집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정부기관과 민간 발주처에서는 아직 이러한 유지관리에 필요한 비용과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따로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이번 가뭄에도 조경업체는 자체적으로 자금을 투입하여 관수작업을 실시하였으나 상당한 지역에서는 식재한 수목이 고사해도 발주처나 소유자 측에서는 물을 주지 않고 하자 기간 내에는 시공자 측에서 다 하려니 하고 그 부담을 조경업계에 떠넘긴 채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하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서 서울시에서는 긴급 가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일선 구청에 긴급자금을 편성하여 수목의 생존을 위한 급수작업을 실시한 조치는 매우 고무적인 사례라고 평가된다.

금번 가뭄을 애타는 마음으로 지켜본 필자는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한 장·단기 대책의 일환으로 도심 내에서는 설계당시부터 가뭄에 대비한 호습성 수종을 배제하고 띠 녹지 등의 조성시에는 대형 가로수와 일정거리를 두어 양 수분의 경쟁에서 가로수에 피압되지 않고 생장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해주고 특히 도심의 토양을 환토하여 보비력과 보습력을 향상시켜야 하며, 수종 선정시 도심내의 지형과 미기후 등을 고려한 장기적인 과학적 테이터 베이스의 구축작업을 지속적으로 이행하여야 함을 관계당국에 제안했다.

이와 반대로 하절기 집중강우와 장마시의 조경식재 공사의 유지관리 대안으로 자연재해에 대한 보험 상품의 개발, 빗물저장시설의 기술개발과 자연지반의 면적확대를 위한 생태면적율의 가중치의 조정 및 구배가 거의 없는 인공지반으로 형성된 아파트단지 식재공사시 단위 녹지 당 최소한 1개소의 배수용 타공을 실시하여 지상부의 물을 지하로 배수시키는 시스템이 요구되며 장마 후에는 병충해의 방제작업 등이 필요한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위한 절대적인 유지관리의 예산편성과 집행이 절실이 요구된다.

조경공사의 원재료인 자연물은 곧 우리 모두의 자산이다. 그러므로 자연 재해를 예방하는 최소한의 비용과 슬기로운 방안을 마련하여 자연환경을 보존해야 할 책임을 다할 때 자연은 우리에게 기쁨을 선물한다. 조경자원의 유리관리는 조경인들의 몫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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