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피어반 키친가든-2년전
▲ 해피어반 키친가든-현재. 폰드는 메말라 있고, 초화류는 사라지고 흙바닥만 보인다.

 

 

 

 

 

 

 

 
2010년 10월 경기도 시흥시에 소재한 옥구공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정원박람회가 개최됐다. 종전 실내 전시회와는 다르게 기존 공원 내에 다양한 형태의 정원들을 조성하고, 조성된 정원은 지속적으로 유지관리되는 리모델링 개념이 처음 도입된 행사였다. 경기도와 시흥시가 주최하고 경기농림진흥재단이 주관한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바로 그것이다.

박람회가 개최되는 3일동안 28만명이라는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시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 성공적인 행사로 마무리했다. 정원문화박람회를 통해 정원문화 확산과 시민들의 참여를 통한 운영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지속적인 공원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다.

박람회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벌써 2년째가 됐다. 앞으로 석달 후면 수원시 서호공원에서 ‘제2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개최된다. 옥구공원의 화려한 변신 이후 2년. 어떻게 변했고,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찾아가 봤다.

2012년 6월 29일 옥구공원. 겉으로 보기에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치러진 2년전과 크게 바를 바 없었다. 큰 틀에서는 기존 정원들이 유지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2년 전 정원모습과 좀 다른 느낌이 든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지만, 박람회 당시 조성됐던 모든 정원에는 수경시설 사용이 중단돼 있었다. 가뭄의 영향일까 싶었지만, 공원관리자의 말에 따르면 박람회 이후에 각 정원의 수경시설은 중단됐다고 한다.

특히, 초청받아 조성됐던 6개 모델정원 중에서 물을 중심에 둔 임춘화 아이디얼가든 대표의 ‘해피어반 키친가든’과 경기도시공사의 ‘갤러리가든’은 그 정원이 갖고 있는 의미가 퇴색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각 정원의 세심한 부분을 차지하며 정원의 의미를 전달했던 초화류들은 관리의 손길이 닿지 않은 상황을 처참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즉 초화류로 가득해야 할 공간이 흙바닥을 드러내고 있거나, 기존 초화류를 대신해 관리가 편한 관목류로 식재되기도 하고, 심지어 식재됐던 교목이 사라진 경우도 있다. 특히, 문현주 오브제프랜 대표의 ‘마당, 그리고 담 너머 이야기’의 뒤편에 식재됐던 자작나무 20~30여주가 사라진 예가 단적이다.

조경가든대학 수료생들의 실습정원의 경우 수생식물을 중심으로 조성된 ‘물이 있는 정원’은 형태만 유지한 채 매말라 있고, 전통정원을 재현한 ‘성희원’의 잔디는 흙바닥으로 변한 상태다. 특히 조경가든대학 실습정원의 상징이던 풍차 조형물의 날개 4개 중 1개가 부러져 흉물로 방치되고 있었다. 이외에도 시민들이 참여해 조성한 시민정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원들이 세심한 관리 부족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참여형 운영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지속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옥구공원을 만들겠다던 계획은 어떻게 될 것일까? 

 

▲ 마당 그리고 담너머 이야기-2년전

 

 

▲ 마당 그리고 담너머 이야기-2년후. 뒷편에 식재됐던 자작나무 30여주가 사라졌다.

 

 

 

 

 

 

 

 2010년 10월 ‘제1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끝난 직후 시흥시는 박람회장으로 리모델링됐던 옥구공원의 향후 관리방안에 대한 용역을 발주했다. 그 중간보고 성격으로 2010년 12월에는 ‘창의적인 도시공원 운영전략 심포지엄’을 개최했고, 시민참여형 거버넌스 형태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당시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윤식 시흥시장 역시 “옥구공원은 행정의 힘만으로는 관리가 힘들며, 시민·기업·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운영관리 모델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2011년) 초 용역 보고서인 ‘공원관리보고서’가 시에 제출됐다. 2011년 3월 경기농림진흥재단과 시흥시 담당자들은 옥구공원의 관리모델을 찾기 위해 일본의 운영관리방안을 배우기 위해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정원조성에 참여했던 작가들과 학생들 그리고 시민들이 관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하면서 거번넌스에 의한 공원관리 도입이 코앞에 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재의 옥구공원은 시흥시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 시민참여 없이, 정원을 조성했던 작가들과의 관계도 단절된 상태에서 공원관리 경험이 전무한 ‘시흥일꾼’이라는 지역자활단체에 위탁계약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

옥구공원 관리사무소에는 ‘시흥일꾼’ 소속 일용직 2명과 시에 소속된 일용직 1명 등 총 3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이외에는 지역공동체와 공공근로 인원, 안산보호관찰소 자원봉사자들이 공원을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옥구공원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다.

2011년 2월로 다시 돌아가보자. 박람회 이후 유지관리 방안에 대해 논의되고 있는 과정에서 정원박람회를 담당했던 담당자 4명 모두가 다른 부서로 인사 조치됐다. 갑작스러운 담당자의 변경은 사업의 연속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일차적으로 인사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 시흥시의 재정악화로 예산확보가 어려워진 점도 한 몫 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박람회와 관계없었던 담당자로 바뀌면서 옥구공원에 대한 차별화된 관리방안이 고민되지 못했다.

그러면서 정원조성에 참여했던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나 관계가 단절되었고, 화려하고 의미있던 정원의 모습은 점차 빛을 잃게 된 것이다.

문제의 지점을 정리해하면, 첫째 관리방안이 수립되기 전 시흥시 담당자가 모두 바뀌었다는 것, 둘째 새로운 담당자의 옥구공원에 대한 애정 및 관리에 대한 의지 부족, 셋째 정원을 조성한 작가들과의 관계 단절, 넷째 예산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흥시에서는 “옥구공원의 관리 문제는 예산부족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제1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를 주관했고, 공원의 운영방안을 함께 고민했던 경기농림진흥재단의 생각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옥구공원 관리문제가 예산부족에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관리방안을 수립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담당자 전원을 교체한 점이 일차적인 문제라면, 이차적인 문제는 새로운 담당자들의 옥구공원에 대한 애정과 의지 부족에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정원조성에 참여했던 작가들에게 몇 달에 한 번씩 전화를 통해 조언을 받으면서 관계를 유지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불만이 큰 사람들은 어려운 여건에도 첫 박람회 초청에 응하고 정원 조성에 참여했던 모델정원 작가들이다.

‘해피어반 키친가든’을 조성한 임춘화 아이디얼가든 대표는 “박람회가 가을에 열렸기 때문에 영구식재를 할 수 없어서, 일부는 영구식재, 일부는 비영구식재로 구분했다. 그리고 관리로 넘어가야 하는데, 박람회 이후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방치하다 시피했다”며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박람회가 끝난 이듬해에 보다 못한 임춘화 대표가 직접 공원을 방문해 툴립 등을 식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에 관리 문제로 시흥시에 전화를 했을 때 담당자가 또다시 바뀐 뒤였으며, 관리에 대한 인식 차이를 느끼면서 포기하게 됐다고 한다.

임춘화 대표는 “손을 뗀 이후 정원은 방치되고 있다. 아쉬운 건 정원을 관리하려면 만든 사람에게 조언을 듣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전화한통 받아본 적 없다”면서 “이럴 거였다면 관리 주체를 시에 넘기지 말고 작가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하라고 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당시 정원문화박람회를 총괄 담당했던 이무섭 시흥시 전 공원관리과장 역시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담당직원 중 2~3명은 남았어야 했는데 전체가 바뀌다보니 사업의 연속성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면서 “인사발령이 나기 전까지 관리방향은 시민들이 참여하면서 사회적기업과 함께 하자는 기본원칙을 세운 상태였는데, 관리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리를 옮기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흥시 공원관리 담당자 역시 인사이동으로 사업 연속성 문제, 조성 참여자들과의 관계 단절 등으로 관리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다만 담당자는 “관리도 예산이 있어야 한다. 옥구공원을 관할하는 사업소도 없으며, 옥구공원을 위한 관리예산이 따로 책정된 게 아니라 시 공원 전체관리 예산에 포함되어 있을 뿐”이라며 예산부족에 문제가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시민참여를 위해 환경단체와 접촉한 적이 있는데 환경단체는 시민들의 자원봉사를 중심으로 운영하면서도 그 자원봉사자에게 일정정도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예산 조차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차선책이지만 공원 내 수입창출 방안으로 도서관과 카페를 결합한 상업시설을 상부에 제안했지만, 민감한 사안이라서 보류됐다는 게 담당자의 설명이다.

또 그는 “공원 내 시민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조경환경전문가양성과정’를 모집‧교육을 통해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후에 공원 다양한 시민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안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옥구공원 내 모든 정원이 문제가 있는건 아니다. 우리꽃이 조성한 알파인가든의 경우 경계라인을 설치해서인지 나름 안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대나무가 메인 소재로 사용된 황용득 동인조경마당 대표의 ‘지지배배정원’도 크게 훼손된 모습 없이 유지되고 있었다. 또한 관리사무소 벽면에 시공된 벽면녹화의 경우 식물이 너무 자라서 전정을 해야 할 정도가 됐다.

다만, 시민들에게 정원문화를 확산시키고, 노후화된 공원을 리모델링을 통해 공원 활성화에 이바지하면서 공원의 운영관리 모델을 제시하겠다며 시작한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의 출발은 화려했지만, 박람회 이후에는 관리부실이라는 커다란 문제를 남겼다.

앞으로 석달 후면 수원시 서호공원에서 ‘제2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개최된다. 수원시는 48만명의 관람객 유치를 예상하며 화려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옥구공원의 관리문제를 교훈삼아 수원시는 행사 후 관리방안에 대해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분위기다. 더 중요한건 관리대책에 대한 안전장치의 필요성과 관리방안의 지속성에 대한 문제이다. 박람회 이후 관리방안을 협의했다면, 정치적 혹은 정책적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추진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 갤러리가든-2년전

 

▲ 갤러리가든-현재.대나무가 말라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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