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잎과 꽃이 응애피해로 고사 직전에 있다. (뒤쪽의 토마토 잎의 녹색과 비교가 된다.)

아파트에 살지만 베란다에 조그만 화단이 있다. 아주 조그만 느티나무, 산세베리아, 그리고 장미와 약간의 토마토가 심겨져 있다.

특별히 관리하는 것은 없고 다만 물주기는 빠트리지 않고 2~3일에 한번씩 주고 있다. 영양제나 병해충 방제는 하지 않는 이유가 좁은 화단에 나무가 너무 잘 자라면 관리가 어려울 것같아 일부러 영양관리는 하지 않고 있다. 또한 병해충방제도 높은 곳에 살고 있고 또한 방충망이 있어 굳이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한달 전쯤 장미에 거미줄같은 것이 생기더니 지금은 완전히 장미잎과 꽃을 모두 없앴다. 매년 여름 내내 피던 빨간 장미꽃이 한순간에 시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이상했다. 사실 그 장미는 3년 전 아내의 생일날을 기념해 선물한 장미화분을 화단에 옮겨 심은 거라 죽어가는 모습을 보니까 괜히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사실 처음에는 거미줄이 응애라는 것을 그것도 점박이응애라는 사실을 금방 확인하였다. 그런데 이 점박이응애가 어떻게 집 화단으로 들어왔는지 또 얼마나 피해가 나타나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궁금증이 생겨 그대로 방치하였다.

이때 살비제를 한번만 살포했으면 건강하게 잘 자랄 장미였으나 나의 자만심이 장미 한 주를 죽이고 말았던 것이다. 내가 나무를 잘 알기 때문에 언제든지 고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연속된 지방 출장에 미처 집에 있는 병든 나무는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

나무의사로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병해나 해충이 보이지 않는데 왜 독한 농약을 그렇게 뿌리느냐?’ 하는 질책이었다. 함께 살아야할 곤충이나 새들이 농약으로 인해 죽고 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고 했다. 물론 이해가 되는 말이다. 하지만 가만 둔다고 나무가 잘 자라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자연 치유가 되지만 내가 오늘 경험한 것처럼 병해나 해충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어느 한순간에 나무를 죽일 수 있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사람도 예방주사를 맞고 영양제를 수시로 복용한다. 사람이 예방주사를 맞는 것은 아파서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예방을 하기 위한 것이다.

아픈 다음에 치료를 받기보다는 아프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내 건강을 챙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들은 영양과다를 걱정하거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는 말도 하지만 현실에서 면역력을 키운다고 모두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영양제보다는 안정된 식단이 좋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먹는 사람은 드물다.

나무에게 농약을 살포하지 말라는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은 예방주사를 안맞는가? 내가 지키는 나무도 아프기 전에 예방주사를 맞을 권리가 있다.”

농약은 치료제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예방주사이기도 하다. 정작 중요한 나무는 무시하고 다른 주변 환경(새나 곤충)만을 중요하다고 고집하는 것은 지나친 폐쇄성이 아닐까?

 

 

▲ 장미꽃에 발생한 응애 피해

 

▲ 장미에 발생한 점박이응애

 

 

▲ 장미잎에 발생한 응애 피해

색깔있는 나무의사
김철응(월송나무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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