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경계 최대 이슈였던 국내 첫 국가도시공원인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함께 경쟁했던 조경설계 회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 중인 2012 대한민국 조경박람회에서,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출품작 설명회’가 개최됐다.

네덜란드의 설계회사 ‘WEST 8 urban design & Landscape Architecture’(이하 WEST8)컨소시엄이 당선되면서 심사 기준과 배경을 두고 많은 이견들이 제기됐던 터라 특히 이목이 집중됐다.

코엑스 컨퍼런스룸 208호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에 참여해 입상한 삼성에버랜드, 씨토포스, 신화컨설팅, 조경설계서안, 그룹한어소시에이트, CA조경기술사사무소, West8이 각자 제출했던 마스터플랜을 설명했다.

설명회에 앞서 최신현 조경박람회 조직위원장은 “WEST8 컨소시엄에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며 “이것은 다시 경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조경계의 축제로 즐기자는 것이다. 좋고 나쁜 것을 떠나서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자리로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각 출품작은 공통적으로 용산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 생태성, 미래공원으로서의 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기존의 용산의 것을 최대한 보존 한 국가도시공원’이란 점이 강조된 다양한 입상작들이 소개돼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WEST8은 외국인들의 시각에서 본 한국인들의 장점을 ‘다 같이 모여 활동하는 모습’으로 꼽으며 친숙한 재료인 화강암을 이용한 ‘마당’을 구성한 점과 오작교를 구현한 다리, 한국의 밤문화를 중요한 특징으로 꼽아 설계에 대입 시킨 점이 눈길을 끌었다.

각 공모전 설명회에 이어 안승홍 한경대 교수를 좌장으로 한 간담회가 이어졌다. 특히 많은 관심을 받아왔던 공모인데다가 외국계 설계회사의 당선, 공모 결과 발표 직후의 토론회 자리인 만큼 미묘한 긴장감 마저 돌았다.

좌장을 맡은 안승홍 교수는 설명회에 앞서 “간담회를 진행하는데 있어 공모전이 끝난 지 얼마 안돼 논쟁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며 “이번 토론회에서는 반대적 비평보다는 토론을, 일반적 주장보다는 효율적 담론을, 특정팀에 편중된 질문보다는 골고루 배분된 의견교환 등 3가지 원칙에 따라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좌장의 당부가 끝나기 무섭게 정주현 (사)한국조경사회 감사는 “우리나라 현상공모가 원안대로 진행 안되는 게 다반사다. 실제로 그러한 각오 없이 진행하다가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데 당선자 입장에서 얼마나 원안유지를 할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최혜영 WEST8 디자이너는 “당연히 설계자 입장에서 100%를 가고 싶지만, 개인적인 생각일 수 도 있는데 설계자가 완벽하지는 않다. 그 안에서 수정되고 보완될 부분 있다고 본다. 그런 부분은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실행할 예정이지만, 기본적인 디자인에 대해서는 끝까지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용훈 그룹21 대표는 “용산 당선작 작품 결과를 듣고 개인적으로 비통했다”며 이번 공모전 결과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 대표는 “WEST8을 빼고는 국내 굴지의 조경회사들이 참여했는데 누구라도 하나 됐어야 되는데 외국인 회사가 된 것에 대해서 상당히 슬펐다”면서도 “하지만 외국 회사인 WEST8이 ‘한국적인 것’을 첫 머리에 들고 나온 것에 놀라웠다. 한국 조경이 세계 속에서 독창성을 나타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와 함께 토론회를 관람하던 윤호균 박사는 “한국적인 게 무엇이고 어떻게 현대적으로 계승하느냐는 계속된 질문이다. 발전적인 측면에서 오작교나 마당 개념 등이 들어간다고 해서 한국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세계적인 것 또한 외국인들이 심사위원장을 맡는다고 세계적인 것 아니다. 지금 보다 한차원 뛰어 넘는 한국적인 것을 제시해주는 것 필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선 질문과 지적에 대해 최신현 씨토포스 대표는 “일단 웨스트8이 됐다고 비통하고 그러진 않다. 정당한 심사를 거쳐 당선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이용훈 대표의 질문에 답했다. 이어 “이제는 글로벌 시대다. 우리 안방에서 외국회사가 당선되듯이 우리도 세계로 향해 좀 더 도전적으로 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외국 조경가에 비해 우리 조경가를 키우고 홍보하는데 노력이 부족하다. 외국 조경사가 되는 것에 비통해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조경가를 키워내고 좀더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한국성이라는 것은 계속 변하는 것. 한국성이라고 하면 전통만 생각하는데 그 시대를 대표하고 문화를 표현하는 것이지 꼭 과거에 부분들을 만들어 낸다고 한국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본지 기자가 당선자에게 소감과 주변 우려에 대한 변을 물었다.

최혜영 WEST8의 디자이너는 “당선이 됐으니 기쁜 건 맞다. 하지만 큰상을 줘서 좋으면서도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외국사라서 많은 우려를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같은 조경가라는 것에 주목했으면 좋겠다. 용산공원을 통해서 조경가로서 입지를 좀 더 다지고 조경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외국사이기 때문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한국적인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지적을 해줬는데, 오해가 있는 듯하다”며 “전통적인 것을 한국적인 것으로 이해한 것 아니라 익숙한 경관이나 한국인이면 누구나 아는 것이 한국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같이 모여서 밥 먹고 하는 것은 서양에 없는 문화다. 이런 것이 한국적인 문화라고 이해했고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토론 말미에 김준연 삼성에버랜드 그룹장은 “국제 현상설계를 한 취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수한 사람들이 와서 좋은 공원을 조성하길 원해서 한 것기 때문에 당선작이 외국인이냐 한국인이냐는 별 의미 없다”며 “한국인이 해야 될 것이라면 국제공모를 할 의미가 없는 것이고 그런 점에 있어서는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다고 본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일단 우수한 팀을 선정한 만큼 이 아이디어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아이디어에 가감을 하거나 하다보면 결국 아무 특색도 의미도 없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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