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순(대창조경건설 대표·이학박사)

혹한을 견뎌 낸 수목들이 저마다 신록의 향연을 펼치는 것을 바라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경계도 다시 소생하리라는 싱그러운 희망을 가져 본다.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경제적 한파와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마저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이면서 기후에 민감한 자연 재료를 다루는 조경업계에도 초비상이다. 이에 따른 조경산업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여 불황에서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키우고 새로운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길만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조경건설업계의 경쟁력 약화와 업무환경 악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 조경 산업계의 핵심적 화두는 원가절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조경분야 뿐 아니라 사업체를 영위하는 모든 오너가 한결같이 주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조경공사업의 경우 원가를 구성하는 공종별 구성비는 대략 재료비 50%, 노무비 40%, 기계경비 10% 정도로 구성되는데 조경의 가장 핵심적 공종인 식재·시설물의 재료비가 물가 상승으로 인하여 급상승하면서 원가부담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서두에 언급한대로 기후변화로 의한 조경 식재공사의 최근의 동향은 기존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하자비율로 이어져 심각한 자금흐름의 동맥경화현상을 유발하고 있다. 또한 최근 중장비의 작업시간의 단축은 기계경비의 상승으로 이어져 공사비 원가상승은 5% 이상을 상회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우리 조경업체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건설사에 대한 하도급 저가수주이다. 심한 가격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대형 건설회사의 저가 수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하도급업체인 조경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최근 한 대형 건설사의 턴키 수주현황을 보아도 수주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다. 턴키 수주현황을 보면 낙찰률이 55.1%였다. 지난해엔 41.5%까지 낙찰률이 떨어진 적도 있었다. 이처럼 과당경쟁에 의한 저가 낙찰은 고품질의 시공보다는 자칫 품질저하와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여 하도급업체에 리스크가 연계되는 식의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진다. 하도급업체들도 막힌 자금회전을 위해, 줄어든 일감을 따내기 위해 덤핑으로 무리한 수주를 하여 중간에 손을 들고 마는 업체가 발생한다. 제 살 깎기 식 경쟁에 너도 나도 합류하다 보니 낙찰가는 점점 낮아지고 건실한 업체마저 흔들리게 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또한 발주처의 일방적 고무줄 식 공사일정 변경과 선행공정 지연으로 인한 손실도 없지 않다. 여기에 2년 동안 감수하면서 치러야 하는 하자보수 금액을 계상하면 우려는 더욱 심각해진다. 결국 한 해 동안의 경영으로 차입금의 이자도 지불 못하고 직원급여도 제때에 지불 못하는 업체가 늘어가고 있는 것이 조경 산업의 현주소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 조경업계가 주변 관련업종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가?

급격한 기후변화를 고려한 유지관리비의 원가계상과, 덤핑수주에 따른 품질저하를 예방할 수 있도록 최저가 투찰업체는 탈락시키고 최저가 투찰자 직상위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제도적인 보완책과, 최소한의 품질확보를 위한 건설사의 적정원가 실행금액에 의한 하도급업체 낙찰 하한률제의 도입, 일정 규모이상 공사의 경우 주계약자 입찰제도의 전면 확대, 대형목의 경우 원산지 무자격자의 실질적인 거래제한 등 업체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며, 정산시점이 아닌 공사 완료 후 사용 검사 일을 기준한 하자보증 이행기간의 산정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려면 관련협회의 노력과 조경인 모두의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여러 가지 방안 중 가장 시급한 것부터 하나씩 개선해나갈 때 어려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고 조경산업의 미래를 위한 모토가 될 것이며, 경제적·환경 생태적인 상생의 대안이 되리라고 필자는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조경인 모두의 자정노력과 건설업 전체가 공생할 수 있는 적법한 방안을 모색하고 효율적 재료관리를 연구하는 한편 타성에 젖은 사고를 탈피하고 제도를 유연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

기존의 관련부처의 법률과 제도에만 얽매이지 말고 현실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끊임없이 조율하고 협상하여 실질적인 원가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며 조경 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육성되어, 갈수록 황폐화해가는 사회의 단비같은 감성문화를 이끌 동반자로 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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