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이른 감이 있지만 노출의 계절이 다가온다. 4계절이 뚜렷하던 우리나라도 이제는 기후의 변화가 생겨 봄,가을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 봄인가 하면 금방 여름이고, 가을인가 하면 어느새 겨울이 다가와 있다. 날씨의 변화가 나무를 관리하고 치료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나 중요한 변수가 되어 요즘에는 기상청 관련 자료를 뒤지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계절이 바뀌면 사람들의 옷차림이 너무나 달라진다. 두껍게 껴입던 옷차림이 가볍게 변한다. 나무도 잎과 뿌리에서 이런 변신을 한다. 잎은 여름에 초록의 빛으로 무성하게 가지를 가리다가 겨울이 되면 모든 잎을 떨어뜨리고 노출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런 모습에서는 앙상함을 느낄 뿐이다. 그런데 땅위로 노출된 뿌리는 남성의 생명감과 동시에 노출의 야함도 은근히 내포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뿌리는 흙속에서 생장하기 때문에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생각이 정상적이다. 뿌리는 땅속으로 자라는 굴지성으로 인해 뿌리는 보통의 경우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사진 곳이나 등산로 주변에 생육하거나 냇가나 해안가에 근접해 자라고 있는 나무의 경우 빗물이나 오랜 시간동안 물의 유입 또는 유수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흙이 씻겨나가면서 뿌리가 노출되고, 또한 심하게 답압된 토양이나, 생육공간이 부족한 곳에서 자라는 수목의 뿌리는 아래로 자라지 못해 위로 자라면서 뿌리가 노출된다.

뿌리는 공기에 노출되면 수분증발 등으로 인해 곧 죽는다. 하지만 이것은 세근 내지는 작은 뿌리에 해당하는 현상이고 오래된 굵은 뿌리는 쉽게 건조의 피해를 받지 않는다. 뿌리가 외부로 노출되었을 때 죽는 이유는 건조에 의한 원인이 가장 큰데 오래된 뿌리는 줄기가 직경생장을 하는 것처럼 뿌리도 직경생장을 하면서 목질화가 이루어지고 코르크층을 형성해 건조에 견디게 된다. 그리고 뿌리의 노출은 일순간이 아닌 오랜 시간 서서히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외부의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 따라서 오랜 시간에 걸쳐 노출되는 뿌리는 뿌리라기보다는 줄기로 봐야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노출된 뿌리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흙을 덮어주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을 한다. 실제로 몇몇 단체에서는 노출된 뿌리에 흙을 덮어주는 복토작업을 시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나무를 죽이는 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노출된 뿌리는 겉모습은 뿌리이지만 실제로는 뿌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노출된 뿌리는 목질화되어 있어 흙을 덮어주면 호흡부족 등으로 쇠약해지고 결국 죽게 된다. 이미 현재의 환경에 적응해 기능이 변화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노출된 뿌리에서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느끼기도 하지만 노출된 뿌리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은 은근한 야함을 느낀다.

 

▲ 노출된 뿌리에 흙을 덮어주면 호흡기능 상실 등으로 수세쇠약의 원인이 된다.

 

 

▲ 돌 등으로 인한 생육공간 부족으로 뿌리가 아래로 자라지 못하고 위로 자라면서 뿌리가 노출되었다.

 

 

▲ 등산로 주변 수목의 뿌리는 빗물 등에 의해 흙이 씻겨 내려가 뿌리가 노출되었다.

 

 

 

▲ 물가 근처의 뿌리는 유수에 의해 뿌리노출 되었다.

 

 

▲ 살아있는 나무는 부러지지 않고 잘 휜다.

 

 

색깔있는 나무의사
이태선(솔뫼나무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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