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희(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공원관리부장)

요즘 ‘친환경 텃밭 가꾸기’가 유행하고 있다.

공원녹지의 정비나 조경에도 시대에 따른 유행이 있는데, 1980년대에는 가로변 쥐똥나무 수벽 조성이 유행하여 서울시 대부분의 가로변에 쥐똥나무 수벽을 심고 사각형으로 각을 지어 전정하였으나 요즘은 완전히 사라졌다.

또 한때는 건강지압보도의 인기가 아주 높았다. 공원마다 ‘맨발공원’ 등의 이름으로 지압보도를 만들고 많은 주민들이 이용했던 기억도 새롭다. 지역구 시의원의 요구로 서대문 독립공원에 지압보도 조성을 계획하였으나 인사발령으로 만들지 못해 요구한 시의원이 아쉬워 한 적도 있고, 중랑 나들이공원에 대나무 등 다양한 지압보도를 만들고 맨발로만 입장할 수 있는 구역을 시도하였으나 좋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지압보도도 최근 이용자가 거의 없어 흉물로 방치된 곳이 많으며 철거가 시급한 곳도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둘레길 등 걷는 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앞 다투어 만들고 있다. 서울성곽길, 서울 외사산 둘레길, 자락길 등을 만들면서 보람도 느끼고 칭찬도 많이 들었다. 능선길과 능선을 향한 수직 오르내림길 위주의 등산로에서 등고선을 따라 만든 완경사길은 훨체어나 유모차도 다닐 수 있어 장애인이나 노약자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안산, 북한산 등의 자락길은 ‘무장애 숲길’로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고 주민들로 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수락산, 불암산, 대모산, 관안산 등도 산자락의 등고선을 따라 둘레길을 정비하여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안내책자나 인터넷, 스마트폰 등으로 서울길 네트워크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으나,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 등으로 시작한 걷는 길의 열기는 서서히 식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서울에서 농지, 그 중에서도 논이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논 보전과 농촌공원 조성을 위하여 2010년에 논을 일제 조사한 적이 있다.

논은 농촌의 풍경을 대표할 뿐 만 아니라 습지의 일종으로 반딧불이, 제비 등이 서식하는 등 경관 및 생태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택지개발 등으로 대부분의 논이 사라지고 김포공항주변, 도봉산 무수골, 방이동 생태경관 보전지역 주변 등 일부만 조금 남아있으나, 그대로 두면 곧 사라질 위기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래서 일부는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친환경 농업을 유도하면서 경작 비용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보전하며, 공원이나 생태경관보전 지역에 일부 복원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서울 주변 뿐만 아니라 서울시내에도 그동안 친환경 텃밭이나 상자텃밭 등이 많이 조성되었으며,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도시농업포럼, 도시농업연구회 등이 새로 생기고 수직건물 농원에 대한 관심도 높고, 위치가 좋은 친환경 농장은 금방 분양되는 실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동안 새로운 시정으로 많은 화제를 뿌렸지만 마을공동체와 마을가꾸기 등의 가치를 높게 평가함에 따라 노들섬, 경춘선부지, 이촌한강공원 등에도 친환경 마을 텃밭 가꾸기를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마을 텃밭 가꾸기는 흙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고 건강한 먹거리도 제공하며, 협업을 통한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까지도 제공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친환경 텃밭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일부 경작지 조성을 위한 과도한 훼손, 울타리 설치, 농약사용 등의 무분별하고 무질서한 경작이 자연을 훼손하고 경관을 저해한 사례가 있었다. 또 경지의 비닐하우스 설치는 주거전용 등 불법의 온상이 되었으며, 보라매공원에서는 주민들이 모기 등의 이유로 논 조성을 강하게 반대해 규모를 축소한 적도 있다. 참여자 모집에 있어서도 선착순 위주로 모집하여 공동체 형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동안 서울시 공원녹지 행정에 있어서 개발제한구역의 경작을 가장한 불법 비닐하우스 단속은 직원들이 힘들어 하는 업무였으며, 산속의 무단 경작지 단속도 주민들과 많이 다투는 일이었다. 무단 경작지 일대를 매입하여 공원 조성과정에서 다시 일부를 텃밭으로 만든 사례도 있고, 이런 과정에서 직원들이 경작지나 텃밭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경우도 많다.

서울 도심의 이촌한강공원, 노들섬 등에 친환경 텃밭을 잘 만들고, 주변 마을단위 위주로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유도하면서 기존 경작지나 친환경 농장의 미비점을 보완해나가면, 직원들의 텃밭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아름다운 농촌 풍경을 볼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공원녹지에 있어서도 텃밭의 중요성과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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